"론스타에 95% 승소" 법무부 주장은 '대체로 거짓' [오마이팩트]
[김시연 기자]
▲ (과천=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8.31 [공동취재] |
ⓒ 연합뉴스 |
[검증대상]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95% 승소" 법무부 주장
"결론적으로 론스타 측 청구금액 약 46.8억 달러(약 6.12조 원) 중 2억 1650만 달러(약 2800억 원)에 대하여 론스타측이 승소하고, 나머지 44.5억 달러(약 5.8조 원)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승소하였습니다. 정부는 청구금액 대비 95.4% 승소하고, 4.6% 일부 패소한 것입니다." (법무부, 8월 31일 '론스타 국제투자분쟁 사건 판정 선고' 보도자료)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3000억 원 이상을 배상하게 됐음에도 법무부가 이를 '95.4% 승소'라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중재판정부는 8월 31일 론스타가 10여 년 전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에서 우리 정부에게 론스타에 이자 포함 약 3000억 원(아래 1달러당 1300원 기준 적용)을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론스타 청구금액 가운데 4.6%만 인정했음을 들어 "95.4% 승소"라고 표현했고, 국내 일부 언론도 이를 '사실상 승리'라고 보도했다.
과연 법무부 주장대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 사건에서 한국 정부가 "95% 승소"했다고 볼 수 있는지 따져봤다.
[검증내용] 외환은행 매각 손해 50% 인정... 전문가 "한국 정부 패소"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지난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02%를 1조 3834억 원에 사들인 뒤, 지난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해 약 4조 7000억 원 규모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하지만 론스타는 지난 2012년 11월 한국 정부가 매각 승인을 지연시켜 손해를 봤다며 중재판정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중재를 신청했다.
론스타는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산업자본(비금융 주력자)이란 지적을 받았지만, 우리 정부는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 과정은 물론 지난 10여 년 간 국제투자중재 과정에서도 론스타의 자격을 문제 삼지 않았다.
론스타가 제기한 여러 쟁점 가운데 한국 정부 책임을 인정한 건 하나였다. 중재판정부는 2011~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우리 금융당국이 승인을 지연한 행위가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대우 의무 위반이라고 봤다. 다만 당시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점을 감안해 50% 과실상계를 인정했고, 인하된 매각 가격 4억 3300만 달러(약 5630억 원) 가운데 50%인 2억 1650만 달러를 배상하도록 했다.
반면, 론스타는 지난 2007~2008년 영국계 HSBC(홍콩상하이은행)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려할 때도 금융당국이 부당하게 승인을 지연시켜 매각이 무산됐다고 주장했지만, 중재판정부는 론스타에서 근거로 삼았던 2011년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보장협정 발효 이전 행위여서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이밖에 론스타의 불공정 과세 주장 역시 기각했다.
국제통상 전문가들 "핵심 쟁점에서 론스타에 진 것"
하지만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애초 론스타의 6조 원 배상 청구금액 자체가 지나치게 부풀려졌고, 하나금융지주 매각 지연 손해가 핵심 쟁점이었음을 들어, 론스타의 '사실상 승리'라고 평가했다.
▲ 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론스타 ISDS 중재결정 국회 긴급 간담회’ |
ⓒ 김시연 |
그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론스타에 3000억 원 국민 세금이 나가게 만든 책임자를 규명하고 이득을 본 자에게 배상금을 부담시켜야 하는데, 장관이 '95% 이겼다'는 프레임을 짜면 책임 규명에 관심이 모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95% 승소했다', '취소 신청 승산 있다'는 발언은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수임견적서 내는 로펌 변호사가 할 말"이라고 꼬집었다.
이해영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도 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론스타 ISDS 중재결정 국회 긴급 간담회'에서 "정부에서는 95% 승소했다고 하는데, 핵심 쟁점에서 한국 정부가 진 것"이라면서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이 확인되지 않았으면, 6000억 원 배상금에 이자와 변호사 비용까지 7000억 원이 넘을 뻔 했는데 우리가 95% 이겼다는 건 어이없는 얘기"라고 밝혔다.
민변 "비상식적 부적절한 표현"... 변협도 "95% 숫자에 현혹돼 자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9월 1일 성명에서 "95.4% 승소라는 언급은 비상식적이고 부적절한 표현"이라면서 "4.6% 패소라는 언급 또한 상황의 엄중성을 과소평가하게 만드는데, 론스타 사건에서 인정된 배상금액이 약 3000억 원을 상회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 배상금의 규모는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부담한 배상책임 중에서 가장 큰 것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 정의당 배진교 의원(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오른쪽두번째)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1일 국회 소통관에서 '론스타 배상 결과 관련 정당·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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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모든 쟁점에 최선 다해... 실망스런 결과에 취소신청 검토"
한창완 법무부 국제분쟁대응과 과장은 1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이같은 견해에 대해, "평가는 여러 가지 다를 수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어느 하나 쉬운 쟁점이 없었고 모든 쟁점에 최선을 다해 대응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취소 신청 여부는 일단 판정문을 면밀히 분석하고 여러 가지 기록들을 모두 살펴본 뒤 정부에서 취소 사유가 있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신청해서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라면서 "실망스러운 결과에 (취소 신청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것이고 만약 취소 신청을 하는 걸로 결정하면 국민에게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증결과] "한국정부가 론스타에 95% 승소" 법무부 주장은 '대체로 거짓'
법무부는 론스타에 3000억 원을 배상하라는 중재판정부 판정에 대해 "95% 승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애초 론스타의 청구금액 6조 원 자체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점, 핵심 쟁점인 하나금융 매각 지연 손해 가운데 절반을 한국 정부가 부담하게 된 점, 3000억 원 배상금액은 역대 최대인 점 등을 감안하면 '95% 승소'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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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95% 승소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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