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치킨' 노동착취 결과물..인력 충원 강력 촉구"

김한나 2022. 8. 3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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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두달째 살인적 노동..개선 여지 없어"
홈플러스 "하루 물량 제한하고 휴식 보장"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당당치킨 조리인력 충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김한나 기자
홈플러스의 6990원 ‘당당치킨’이 인기를 끌면서 마트 노동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당당치킨 출시 이후 높아진 노동 강도로 인해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인력 충원을 요구했다.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을 시사하면서 당당치킨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 지부는 31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의 땀으로 튀긴 치킨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며 “홈플러스 경영진은 매출에 걸맞는 적정인력을 당장 충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6월 30일 처음 선보인 당당치킨은 이달 21일 기준 총 46만 마리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당초 한 달에 3~4만 마리 팔리던 치킨이 당당치킨 출시 이후 하루에 1만 마리씩 팔리고 있는 셈이다.

홈플러스 노조는 “매장 당 5~8명에 불과한 조리 노동자들이 기존보다 5배 많은 치킨을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평일 기준 하루 30~40마리 튀기던 치킨이 150마리까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기존 1시간 점심시간이 30분으로 반토막이 나고, 휴식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하루 종일 뜨거운 튀김통 앞에서 일해야 한다”며 “조기출근과 연장근무가 일상이 되고 휴무일조차 불려 나오고 있다. 이같은 살인적인 노동이 두달째 이어지고 있지만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호소했다.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당당치킨 조리인력 충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김한나 기자
홈플러스 측은 적정 생산량을 조정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이전 생산량의 3~4배에 달하는 데다 노동자 수는 그대로여서 노동 강도는 줄지 않았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노조는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당당치킨은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노동 착취의 결과물”이라며 “인력충원이 시행되지 않고 노동자들의 희생과 착취가 계속된다면 노조는 자체로 특단의 대응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재현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당당치킨 외에 당당양념치킨, 당당콘메오치킨, 당당매콤새우치킨 등 파생상품이 나오면서 생산량이 줄어드는 걸 실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휴식 및 휴일 보장, 연장 근무 강요에 대해 강력하게 통제해야 하며, 조리 작업장 근무환경도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조리 노동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홈플러스 식품부서 조리제안 근무 12년 차인 신순자 홈플러스 금천지회장은 “보람 있게 다니던 직장인데 요즘 너무 한숨만 나온다. 화장실도 마지못해 뛰어가는 건 물론이고 오전에 커피 한잔 마실 시간조차 없다”면서 “아침에 3명에서 많아야 4명이 출근하는데 이커머스 업무에 매장 진열도 해야 한다. 닭만 튀기는 것도 아닌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병원을 다니며 주사를 맞아 가면서 2주째 병가 중에 있다. 당당치킨이 뭐길래 이렇게까지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정년퇴임을 앞둔 상황에서 가슴이 아프다. 사측에서 직원을 충원하고 숨 좀 돌릴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당당치킨 조리인력 충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김한나 기자
한정영 홈플러스 간석지회장도 “현장에서 정말 곡소리나게 일하고 있다. 조리제안 부서로 갔다가 너무 힘들어서 다른 부서로 이동한 사람도 있다”면서 “사측에선 부서 이동으로 돌려막기 식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업무강도는 높아지는데 인원은 부족해 신규채용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소용이 없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 측은 당장의 인력 충원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휴게시간 준수와 직원 업무량을 분배하는 내용의 내부 지침도 지난 17일 각 점포에 공지한 상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점포 조리시설 및 기구 보유 수량에 한계가 있어 현장 여건을 고려해 하루 생산 물량을 제한하고 있다”면서 “당사 직원들은 규정과 절차에 따라 근무하고 있고, 휴식 시간도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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