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갔던 3분.. '김건희 녹음'으로 송치된 이명수 "좀스럽다"
[김종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의 전화 통화를 녹음하고 방송에 제보했다가 고발당한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지난 8월 4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출두해 청사로 들어가는 모습. |
ⓒ 연합뉴스 |
최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가 2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 판단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이 기자는 지난해 8월 30일 저녁 6시 30분께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요청으로 서울 서초동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이른바 '홍보 강의'를 30분간 진행했다. 강의 후 이 기자는 코바나컨텐츠 직원들과 함께 맥주 등을 마시며 약 3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다. 이 기자는 전 과정을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녹음했다. 다만 중간에 화장실 이용 등을 이유로 두 번 자리를 비웠는데, 이때 한 번은 전화기를 들고 이동했고 다른 한 번은 가방에 둔 채 이동했다. 그 시간이 약 3분가량 된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3시간이 넘는 현장 녹음 중 이 기자가 자리를 비웠던 3분가량의 녹음을 두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휴대전화를 놓고 자리를 비운 3분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본 거다. 해당 법 제3, 14, 16조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 공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어길 시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형이 가능하다.
지난 1월 국민의힘은 "당사자 간 통화내용을 몰래 녹음한 후 상대방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개하는 경우 헌법상 음성권 및 사생활 자유를 침해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기자를 고발했다. 경찰은 지난 4일 이 기자를 불러 11시간 넘게 조사했다.
이명수 기자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7시간 51분 동안 통화를 한 당사자다. 이후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김 여사 측은 지난 1월 17일 서울중앙지법에 이 기자를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관련기사 : 김건희의 7시간 51분 )
아래는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와 나눈 주요 문답이다.
▲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의 전화 통화를 녹음하고 방송에 제보했다가 고발당한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오른쪽)가 지난 8월 4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출두해 청사로 들어가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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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심경은?
"솔직히 말하면 치졸하고 좀스럽다. 그날(2021년 8월 30일) 강의에서 3시간 넘게 코바나컨텐츠에 있으면서 화장실을 두 번 갔다. 강의 후 코바나컨텐츠 측에서 준비한 맥주를 마신 탓이다. 한 번은 (담배와 휴대전화가 들어있는) 손가방을 갖고 갔고 한 번은 두고 갔다. 그런데 그 두고 간 한 번을 두고, 내가 3분간 현장에 없었다면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를 한 거다. 무엇보다 경찰은 국민의힘이 지난 1월 고발한 3건 중 주거침입죄와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불송치하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대해서만, 3분 간 자리를 비웠다는 이유로 송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니 내 마음이 어떻겠나."
- 경찰의 송치 결정 후 검찰에서 연락은 왔나?
"서울중앙지검에서 바로 연락이 왔다. '서울경찰청에서 송치한 사건이 접수됐으니 자세한 내역은 형사사법포털 사이트에서 확인하면 된다'고 하더라. 솔직히 경찰도 윗선의 눈치를 봐야 하니까 일단 검찰에 송치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11시간 조사받고 경찰에서 '녹취록을 구할 수 없다'고 해서 조사 후에 녹취록까지 전달했는데, 막상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다고 하니 약간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조사받는 11시간 내내 거짓 이야기 하나 없이 그대로 소상하게 말했는데 이런 결과라 아쉬움은 남는다."
- 이 말은 곧 검찰 소환을 앞뒀다는 뜻인데.
"최근 서초동 일대에 머무는 여러 변호사와 지인들을 통해 들어보니 '검찰에서 보강 수사 후 (이명수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친다'는 계획을 세워놨다고 하더라. '그러니 더 조심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인데, 한편으로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관련 경찰과 검찰에서 워낙 이런저런 조사를 많이 받았던 탓에 덤덤한 면도 있다. 특히 이번 송치도 워낙 말도 안 되는 '3분 자리 비움'을 놓고 고의성이 있다며 밀어붙인 것이니 정식재판에서 한 번 제대로 붙어보자는 생각도 든다."
그는 지난 4월 19일 검찰로부터 '윤석열 아파트 주차장 침입' 혐의로 징역 10월을 구형받았다. 일주일 뒤인 4월 26일 진행된 1심에서 이 기자는 3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 기자는 현재 항소심을 준비중에 있다.
앞서 이 기자가 속한 <서울의소리>는 대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 3월 11일 김건희 여사 측으로부터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소장을 받은 바 있다. 김 여사 측은 지난 1월 17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소장에 "피고인들의 불법적인 녹음 행위와 법원의 가처분 결정 취지를 무시한 방송으로 인해 인격권, 명예권, 프라이버시권, 음성권을 중대하게 침해당했다"라고 적시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 민사201단독 김익환 부장판사는 이 소송에 대해 '조정 회부'를 결정했지만 지난 5월 24일 진행된 조정에서 양측의 입장만 확인한 채 결렬됐다. 첫 번째 변론 기일은 오는 10월 7일이다.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8월 19일 충북 충주 중앙경찰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 중앙경찰학교 310기 졸업식에서 졸업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대통령실 제공 |
-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이 참여하는 전화통화라도 상대방 동의 없이 통화 내용을 녹음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안 그래도 논란이 있어 오늘 아침(29일) 자세히 살펴봤다. 김건희 여사가 떠오르더라. 김 여사가 나와 <서울의소리>에 건 것이 음성권 침해 아니냐. 동의 없이 녹음한 것을 보도했다고.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대화 당사자 중 일부가 있으면 상대방의 동의가 없어도 그 대화 내용을 녹음할 수 있는데, 지금 윤상현 의원의 발의안을 보면 이 모든 걸 없애겠다는 거 아니냐. 그럼 앞으로 기자들의 취재활동은 어떻게 해야 하나. 혹은 불리한 상황에 처한 피해자들은 어떻게 사태를 해결하나. 국민들이 바보도 아니고 자꾸 이런 식으로 하면 김 여사를 비롯해 정권의 불리한 점을 보호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결과만 놓고 보면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무혐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 들리는 이야기로는 검찰에서 보강 수사를 해서 (7시간 51분) 녹취록 보도했던 기자들까지 기소하지 않겠냐고 하더라. 실제 '짤(온라인에서 영상 등을 캡처한 이미지 모음)'을 만들어 내용을 알린 몇몇은 서면조사도 받았다고 들었다. 이런 상황이면 첫 보도를 한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뿐 아니라 녹취록을 심층으로 다룬 <오마이뉴스>도 고발당할 수 있다. 한마디로 괴롭혀서 언론 보도를 막겠다는 거 아닌가.
반면 김건희 여사는 나한테 105만 원 강의료로 준 것과 관련돼 고발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포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업무상 횡령 혐의 등등 대부분이 무혐의로 불송치됐다. 보도를 살피니 너무나 명확한 경력 위조 관련 혐의도 이대로 가면 무혐의 처리가 될 거이라고 하더라. 이를 놓고 어느 국민이 과연 공정하다고 생각할까?"
지난해 8월 30일 코바나컨텐츠에서 진행된 강의 후 김 여사는 이 기자에게 '이날의 만남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한 뒤 5만원권 21장(105만원)이 든 회색 봉투를 건넸다고 한다. 그 날 밤 10시 13분 이 기자는 김 여사에게 문자를 보내 '어려운 분들에게 기증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자 김 여사는 이 기자에게 "안 돼, 그건 복이 있는 거니 동생이 써야 해"라고 답했다.
지난 1월 20일 <평화나무공명선거감시단> 단장인 김디모데 목사는 김건희 여사를 김영란법을 비롯한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김 여사가 이 기자에게 강의료 명목으로 현금 105만 원 등 금품을 제공하고, 이 기자에게 "1억도 줄 수 있지"라는 발언을 한 것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모두 무혐의 처분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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