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1조 협상안 거부한 韓..결국 6조 중 2800억만 배상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싸고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대한민국 정부 간의 국제 투자 분쟁의 지난한 싸움의 종지부를 찍는데 꼬박 10년이 걸렸다. 외환은행 헐값 인수 의혹이 시작된 2003년 8월로 기점을 삼으면 20년이다.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재판부는 미국 워싱턴 DC 현지시간 30일 밤 8시(한국시간 31일 오전 9시)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약 2800억원(2억 1650만 달러, 환율 1300원 기준)을 배상하라는 최종 판정을 선고했다. 이는 론스타 측 청구금액 약 46.8억 달러(약 6.1조원) 중 약 4.6%만을 인용한 금액이다. 다만 2011년 12월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배상하라고도 판정했다. 이자액은 약 180억원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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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협상 요구 불응에…론스타, ICSID 중재 신청
이번 분쟁은 론스타가 한국 정부의 외환은행 매각승인 지연과 국세청의 잘못된 과세로 손해를 봤다며 벨기에 한국 대사관에 2012년 5월 12일 배상을 요구하는 중재의향서를 접수하면서 막이 올랐다. 한국 정부에 협상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건을 ICSID에 가져가겠다고 한 것이다.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그해 11월 21일 론스타는 46억7950만 달러(현재 한화 6조3018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중재를 ICSID에 신청했고, 같은 해 12월 10일 ICSID에 정식 사건으로 등록되면서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 분쟁에 대한 중재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부는 국무조정실장(당시 국무총리실장)을 의장으로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금융위, 국세청 등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와 법무부 법무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구성해 중재 절차를 수행해왔다. “론스타 관련 행정 조치는 국제법규와 조약에 따른 내외국민 동등대우 원칙에 기초해 차별 없이 공정·공평하게 대우했다”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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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법리 공방 속, 의장 중재인 사임 변수도
2013년 5월 중재재판부가 구성된 이후 2013년 10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서면 심리절차가 있었다. 양측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ICSID에 서로 제출한 증거자료는 1546건(정부 596건, 론스타 950건), 증인‧전문가 진술서는 95건(정부 55건, 론스타 40건)에 이른다. 이후 2015년 5월부터 2016년 6월까지는 4차례에 걸쳐 미국 워싱턴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심리기일도 진행했다.
하지만 마지막 심리기일 이후 중재재판부의 결론은 미뤄졌다. 게다가 뜻하지 않은 변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3월 기존 의장 중재인인 영국 출신 변호사 조니 비더가 건강 문제로 사임했다. 그러면서 중재 규칙에 따라 중재 절차는 정지됐다. 비더 변호사가 곧 사망했고 같은 해 6월 캐나다 대법관을 지낸 윌리엄 이안 비니 변호사가 새 의장 중재인으로 선임되며 중개 절차가 재개됐다.
같은 해 10월 14, 15일 양일간 새 의장 중재인의 주재로 질의응답 기일이 진행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질의응답은 화상으로 진행됐다. 이후 별다른 진행 상황 없이 사실상 ‘깜깜이’로 중재재판부 내부 심사가 진행된 터라 정부와 론스타 측은 최종 판정 선고 날짜마저 가늠하기 어려웠다. 이 과정에서 같은 해 11월 론스타는 정부에 협상액 8억7000만 달러(당시 한화 1조1688억원)를 제시하고, 협상안을 수용하면 이 국제투자분쟁 사건을 철회하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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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있나? 1조 협상 거절한 정부…한동훈“전부 패소 없다”
국제중재는 기본적으로 단심제로 운영된다. 다만 판정부의 권한 문제, 이유 불기재, 절차규칙 위반 등의 이유가 있으면 판정 120일 이내에 취소 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판정 취소가 인정된 사례가 극히 적어 취소 소송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패소 가능성에 대해 “그럴 (전부 패소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판정 결과가 나온 후에도 국익에 부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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