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쓴소리를 허하라

최승욱 2022. 8. 31.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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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재명의 적은 이재명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8·28 전당대회를 앞둔 이달 중순 이재명 당대표 후보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A의원에게 "지금부터 이재명 후보가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중도층 민심에 민감한 한 수도권 의원은 "몇 개월 집중적으로 당을 이끄는 대선 후보와 달리 2년 동안 전 국민의 관심 속에 살아야 하는 당대표라는 자리는 그 무게감부터 다르다"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당장 이 대표가 자신을 향한 쓴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부터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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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욱 정치부 차장


“이제 이재명의 적은 이재명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8·28 전당대회를 앞둔 이달 중순 이재명 당대표 후보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A의원에게 “지금부터 이재명 후보가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A의원은 “이제 이재명의 적은 이재명밖에 없다”고 답했다. 당시는 17곳의 순회 경선 가운데 12개 시·도 권리당원 투표와 1차로 발표된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8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한 뒤였다.

A의원의 대답은 중의적 의미였다. 먼저 민주당 전당대회 기류는 이미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당대표 선거에서는 더 이상 적수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다음은 이미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라고 해도 본인의 실언이나 실수로 대세를 그르칠 수도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했다.

A의원의 조언대로 전당대회 내내 ‘로키’ 모드를 유지한 이 후보는 지난 28일 77.77%의 득표율로 169석 거대 야당의 ‘원톱’ 자리에 올랐다. 이 대표 득표율은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 전당대회(73.5%)와 대통령 후보 경선(73.5%)에서 얻은 득표율보다 높은 것으로, 민주당 역대 전당대회 최고치다. 특히 민주당의 근간이자 ‘진보의 심장’으로 불리는 호남 권리당원 투표에서 이 대표는 76~7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쯤 되면 명실상부한 ‘이재명의 민주당’이 됐다고 할 만하다.

당 외부의 정치적 상황도 이 대표에게 불리할 것이 없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권 교체 100여일 만에 자중지란에 빠졌다. 당대표를 몰아내기 위해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은 법원에 의해 직무가 정지됐다. 취임 첫날인 29일 이 대표에게는 여당의 카운터파트가 없었다. 정부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두 달도 안 돼 ‘데드 크로스’를 기록하더니 아직 전임 대통령의 퇴임 직전 지지율보다 낮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이 대표에게 정치적 적수는 없어 보인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80%에 육박하는 당 내부의 압도적 지지와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 강력한 팬덤인 수십만의 ‘개딸(개혁의딸) 군단’, 최고위원회를 꽉 채운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 속에서 건전한 비판과 경고음을 듣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22대 총선 공천이 다가올수록 민주당 의원들은 친명계로 수렴될 가능성이 크다. 경선이 원칙인 ‘시스템 공천’에서 의원들은 이재명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이 대표에겐 개딸의 원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쓴소리를 할 수 있는 ‘레드팀’이 필요하다. 이 대표 면전에서 ‘민주당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도부의 결정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새로 출범한 당 지도부는 중앙위원회가 지난 24일 ‘권리당원 전원투표제’ 명문화를 골자로 한 당헌 개정안을 부결시켰던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당의 주인인 당원의 권리가 확대돼야 한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구성원을 설득하기 위한 충분한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중도층 민심에 민감한 한 수도권 의원은 “몇 개월 집중적으로 당을 이끄는 대선 후보와 달리 2년 동안 전 국민의 관심 속에 살아야 하는 당대표라는 자리는 그 무게감부터 다르다”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당장 이 대표가 자신을 향한 쓴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부터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정치부 차장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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