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탑골공원에 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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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서울 종로구 공평도시유적전시관에 들러 '탑골공원-서울 최초의 도시공원' 전시를 봤다.
고려 흥복사와 조선 원각사로의 역사성, 18세기 백탑파가 열어젖힌 개혁의 바람, 광장정치를 연 서울 최초의 도시공원, 임시정부 시발점이 된 3·1운동의 상징, 광복 후 고급 상점가를 거쳐 다다른 어르신 문화까지 탑골공원은 서울 중심에서 엄중한 역할을 도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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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서울 종로구 공평도시유적전시관에 들러 ‘탑골공원-서울 최초의 도시공원’ 전시를 봤다. 탑동이나 탑골로 불리던 조선시대부터 근대화와 공원 조성기, 독립운동의 상징이자 모던보이의 핫플이던 일제강점기, 광복 후부터 어르신 문화공간까지의 질곡을 시대별로 잘 보여줬다. 내처 탑골공원도 둘러봤다. 흰 대리석으로 만들어 ‘백탑’이라 불린 국보 2호 원각사지10층석탑과 보물 3호인 원각사비, 3·1운동의 상징인 팔각정도 여전했고, 나무들도 우람하게 자라 그늘을 드리웠다.
TV까지 설치된 대형 텐트 2동에는 무료 급식을 기다리는 어르신이 가득했다. 외곽 산책로는 급식 테이블과 천막이 차지했고, 팔각정 주변에선 삼삼오오 예배를 드리거나 대화를 나눴다. 군인과 그 연인 둘만이 유일한 젊은이였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하는 남쪽 정문 외에 동, 서, 북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저렴한 식당과 가게가 즐비한 공원 북쪽과 동쪽 주변은 공원 담장을 끼고 어르신과 노숙인들이 어우러져 바둑이나 술자리로 사뭇 어지러웠다.
고려 흥복사와 조선 원각사로의 역사성, 18세기 백탑파가 열어젖힌 개혁의 바람, 광장정치를 연 서울 최초의 도시공원, 임시정부 시발점이 된 3·1운동의 상징, 광복 후 고급 상점가를 거쳐 다다른 어르신 문화까지 탑골공원은 서울 중심에서 엄중한 역할을 도맡아왔다. 그렇기에 누구도 지금의 탑골공원에 만족하긴 어렵다.
결국 어르신 공간을 벗어나 다양한 계층이 즐기는, 역사를 기억하고 또 미래를 상상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무료 급식 기능을 분산하고, 폐쇄적 운영 시간을, 닫힌 문을, 답답한 담장을 열자. 어르신이 가드너가 되고 질서를 유지하고 프로그램도 이끌고, 을지로와 익선동에서 불어오는 젊은 바람이 종로와 탑골공원에 섞여 더 밝고 안전하고 쾌적해야 한다. 종로구와 문화재청의 관점을 벗어나 서울 최초 도시공원에서 도시와 공원의 미래를 상상하는 새로운 바람을 기대한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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