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원 횡령' 해고 판결 대법관 후보자.. 버스기사는 절망이었다"

조혜지 2022. 8. 3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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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 인터뷰] 당시 사건 담당한 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 이장우 노무사

[조혜지 기자]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가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잔돈 800원 횡령으로 해임 처분을 받은 8년 차 시외버스 운전기사.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는 2011년 12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 재판장 재직 당시 회사 측의 해임 결정이 '정당한 판단'이라고 판결했다. 11년 후, 이 판결은 그의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으로 떠올랐다. 

법원 판결에 앞서, 전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같은 해 4월과 7월 각각 연달아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법원과 정반대의 결정이다. "해고는 가혹하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지노위와 중노위 과정 중 이 사건을 담당했던 이장우 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 노무사는 3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석준 후보자의 '노동 전문성'을 우려했다. 

"대법원에도 노동 사안 많을 텐데..." 

이장우 노무사는 노동위의 판단이 법원에서 180도 뒤집어졌을 당시를 회상하며 "노사관계부터 (잔돈 관련) 관행까지 충분한 소명을 통해 부당해고가 인정됐었다"면서 "사측의 일방적 주장만, (단협 속 해고가 가능하다는) 문구 하나만 가지고 (법원이) 판단했는데 그럴 거면 (판사가 아니라) 컴퓨터가 (판단) 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800원 횡령'이 일어난 배경에 집중했던 노동위와 달리, 법원은 단협 내용 자체에만 집중해 "마지막 수단"인 해고를 쉽게 판정했다는 지적이다. 이 노무사는 "단협 자체가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구조로 출발해야 하는데, 단협을 기준으로 (쉽게) 해고를 해석한다는 자체가 우려스럽다"면서 "노사 관계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노위에서는 판정에 앞서 '800원 횡령'이 해고까지 나아갈 수 없는 배경을 줄줄이 열거했다. 당시 판정문을 보면 ▲현금 탑승 승객으로부터 받은 현금 요금 중 잔돈이어서 그 금액이 소액이라는 점 ▲시외버스에 CCTV가 설치돼 있음에도 현금 요금 중 잔돈을 회사에 납부하지 않은 것은 이를 묵인되는 관행으로 오인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운송수입금 잔돈 미납을 이유로 징계를 한 전례가 없는 점 등을 포함, 총 6가지 사정이 '징계가 과한' 근거로 언급돼 있다. 

그러나 오 후보자를 필두로한 재판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초점을 뒀다. 노동자에게 징계 처분이 가능할 경우, 징계에 대한 판단은 사용자 측에 따라야 한다는 판시다. 800원 횡령이 "고의적"이라고도 판단했다. 백원 단위 잔돈은 관행적으로 납부하지 않아왔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굉장히 절망하신 것으로 기억해요... 소송 비용도 없었고..."

이 노무사는 당시 법원 결정을 받아든 노동자의 '절망'을 회상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9일 인사청문 당시 오 후보자에게 질의한 내용을 보면 이 노동자는 해고 이후 직업을 구하지 못해 고충을 겪으며 식구들을 부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후보자는 "해고 기사에게 그런 사정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제 판결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여러 사정을 참작하려 했으나 살피지 못한 것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노무사는 "법관에게는 별 것 아닌 사건이었을까... 이런 문구가 있으니, 이대로 하면 된다는 식의, 성의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이 사건에서 800원 자체는 (버스 기사 노동자 당사자에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는데도"라고 씁쓸해 했다. 아래는 이 노무사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노조 중요 직책, 징계 전력 없음... 왜 판단 안했나
 
 2014년 4월 15일 민주노총 호남고속지회가 '800원 횡령' 징계를 탄압으로 규정하고 전주상공회의소와 노동부 앞에서 대규모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문주현
 
-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의 2011년 시외버스 기사 현금 '800원' 횡령 해고 인정 판결이 논란입니다. 동일 사건으로 오 후보자 판결 직전에는 전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이 나왔었는데요.

"당시 (노동위원회) 초심과 재심을 담당했습니다. (지노위와 중노위에선) 노사 관계부터 잔돈 관련 관행 등 충분한 소명을 통해 부당해고가 인정됐어요. 징계 사유는 되지만, 전부 노동자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고, 종합적인 사정을 살펴 징계 양정 과다로 인정 받은 사안이었습니다." 

- 잔돈 착복이 생긴 배경은 무엇이었습니까.

"(시외버스는 정류소가 아닌 곳에서) 현금으로 요금을 받지 않는데, 시골이라 정류소가 아닌 중간(간이 정류소)에서 타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표를 끊지 않고 탑승하시면, 4400원을 현금으로 내곤 했지요. (지폐를 제외한) 400원짜리 잔돈이 남는 겁니다. 노조에서도 계속 문제제기 했습니다. (노동자가) 돈을 가지고 다니면 괜히 의심 받고 문제가 생기니까요. 현금통을 설치해달라고 요구도 했어요."

- 오 후보자는 '버스요금 액수의 많고 적음을 불문하고 해임이 가능하다'는 노사간 단체협약을 인용, 해고가 가능하다고 해석했습니다. 

"운송 수입금을 착복한다면 당연히 큰 문제겠지요. 의도적으로 금액을 횡령했다면 노사간 신뢰를 깨뜨렸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800원 건은, 400원으로 2회였습니다. 당시 현금을 받으면 현금 입금표를 제출하는데, (잔돈은 제하고) 4000원으로 (2번) 제출한 겁니다."

- 재판부가 저간의 사정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노사간 갈등이 없을 때는 가능했던) 그런 관행이 있었다는 겁니다. 또 당시 신청인은 노조에서 파업을 했을 당시 중요 직책에 있었습니다. 그런 사정을 전혀 살피지 않고, 사측의 일방적 주장만 보고 그 문구 하나만 가지고 판단한 겁니다. 그럴 거면 컴퓨터가 하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 (사정을) 살펴보라고 하는 게 법원에 판사가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 결국 1심 판결에서 해고로 결론이 뒤집혔습니다.

"이 분은 징계전력도 없는 분이었어요. 그런데도 해고라는 마지막 수단이 결정됐습니다."

- 항소는 하셨습니까.

"당시 하지 않으신 걸로 압니다. 굉장히 절망을 하신 걸로 기억해요. 소송비용도 없었고..." 

"노동 전문 지식 부족... 쉽게 판단할 사안 아니었다"

- 담당자로서, 판결 직후에는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한숨) 당황했지요. 지노위와 중노위는 신문 자체가 '금액이 얼마냐, 단협 문구가 있냐'보다 '왜 그런 문제가 발생했느냐'에 대해 집중했습니다. 고의로 해고될 것을 알면서 800원을 횡령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 분은 전혀 그럴 생각 자체가 없으셨어요. 이미 노사 관행이 그래왔으니까. (백원짜리 잔돈으로) 자판기 커피 뽑아먹는... 제대로 재판이 안됐나 보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걸 좀 알았다면 그렇게 쉽게 판단하지 않았을 텐데, 하고요." 

- 판결문을 보면, 800원 미입금으로 노사간 '신뢰가 손상'됐다는 대목도 나옵니다. 

"노사간 (갈등 없는) 안정기에는 잔돈으로 커피 마시는 신뢰 관계가 유지됩니다. 이 관계를 먼저 깨고 징계 사유로 삼은 것은 사측이지요. 그런데 어떻게 노동자가 먼저 신뢰 관계를 깼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런 상황을 재판부가 전혀 반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요." 

- 오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중에도 자신의 판단 근거로 단협을 이야기했습니다.  

"노동법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단협은 노조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구조로 출발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해석할 수가 있을까요. 대법원에서도 노동 관련 사안들이 많을 텐데..." 

- 오 후보자는 "당시 사정을 살핀다고 했으나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말이야 저도 그렇게 할 수 있겠지요."

- 2017년에도 시외버스 운전기사가 '2400원' 횡령으로 해고 확정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800원' 해고 판결과 같은 판례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은 (이런 판단을 하는 법관에게) 노사 관계 전문성이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이고요. 법관에겐 별 것 아닌 사건이었을까요... (단협에) 이런 문구가 있으니 이대로 하면 된다는... 당시에는 성의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당사자에게는 800원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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