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열흘 앞두고 '물가 공포'..채소값 천정부지 작년 두 배 훌쩍
열흘 앞 추석..채소 가격 오름세 여전
폭염에 폭우 겹치며 가격 상승
차례상 비용도 부담..30만 훌쩍 넘어
정부 "성수품 가격 전년 수준 회복 총력"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가격 쳐다보기도 겁이 나네요."
서울 강동구에 사는 주부 오혜진씨(35)는 추석을 코앞에 두고 고민이 깊다. 추석에 지출할 비용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큰집인 오씨의 집에 시댁 쪽 친척들이 모이는데, 차례상에 선물 비용까지 생각하면 벌써부터 한숨이 절로 나온다. 답답하기는 파는 쪽도 마찬가지다. 인천의 한 재래시장에서 10년 넘게 채소를 팔고 있는 상인 김기만씨(52)는 예년과 다른 추석 분위기에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추석까지 날짜가 다소 많이 남았으나 평소와 비교해 손님이 통 없는 탓이다. 김씨는 "간간이 손님이 지나다니긴 해도 가격을 듣고는 발걸음을 돌리기 일쑤"라며 "채소 값이 유례없이 오른 탓에 명절 대목에도 옛날처럼 팔지는 못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추석을 열흘 앞두고 전방위적 물가 상승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폭염과 폭우 등 연초부터 시작된 기상 악화의 영향으로 채소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중이다. 성수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급등하면서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깊어지는 상황이다.
3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시금치 4㎏의 도매 가격은 8만3380원으로 전년 동기 4만2265원 대비 두 배 가까운 97% 급등했다. 평년보다는 106% 증가해 이미 두 배 수준을 넘어섰다. 배추와 무 가격도 두 배 이상 뛰었다. 배추 10㎏의 도매 가격은 1년 전 1만127원에서 2만3240원으로 129% 올랐고, 무도 20㎏에 1만1745원에서 2만5140원으로 114% 가격이 상승했다.
미나리 7.5㎏의 가격은 8만9133원으로 전년(5만2365원)보다 70% 올랐다. 양파(15㎏)와 애호박(20개)도 1년 전 1만3905원, 2만6540원에 거래되던 것에서 2만2600원, 4만2800원으로 비싸져 각각 62%, 61% 가격이 급등했다. 청상추 4㎏의 가격은 5만7220원으로 1년 전(3만9925원)보다 43% 비싸졌고, 적상추 4㎏도 전년(4만6185) 대비 39% 올라 6만4460원이 됐다.
과일도 마찬가지다. 사과(홍로)는 전날 기준 10㎏에 5만4040원으로 일주일 전보단 가격이 많이 떨어졌지만 1년 전(4만7090)과 비교하면 여전히 14% 이상 비싼 상황이다. 전이나 튀김요리 등 추석 음식에 단골로 사용되는 식용유와 밀가루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격 상승의 요인은 품목마다 다르지만 채소류의 경우 대체로 재배 면적이 평년보다 줄거나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가 이어진 탓이 크다. 예년보다 이른 추석을 맞아 햇상품 출하가 더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추석 차례상 비용도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추석 3주 전 전통시장 및 대형마트의 차례상 품목 구입 비용(4인 가족 기준)을 조사한 결과, 추석 전통시장에선 차례상 품목 구입에 30만1000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지난 추석과 비교하면 2만6500원(9.7%)이 더 드는 셈이다. 대형마트에서 구입할 때는 40만8420원이 들어 전년 대비 2만4600원(6.4%)이 더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앞서 추석 전에 배추·무·돼지고기·명태 등 20대 성수품 평균 가격을 지난해 추석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성수품 공급 규모도 역대 최대 규모인 23만t(평시 대비 1.4배)으로 늘릴 예정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물가 잡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서울시는 농수산물 공급량을 늘리는 등 장바구니 물가를 잡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가락시장 전문경매사가 폭염과 집중 호우로 가격이 급등한 채소 5종의 주요 산지에 직접 방문해 출하 약정을 체결하고, 공급량을 최대한 늘릴 예정이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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