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1350원도 붕괴..추경호의 '물가 정점론' 암초 만났다
달러 대비 원화값이 1350원대까지 떨어졌다.(환율은 상승) ‘잭슨홀 미팅’ 이후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2009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9~10월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정부의 관측에 큰 변수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자재·에너지 등 수입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원화가치가 하락할수록 물가가 함께 오르는 구조다.
“9~10월 물가 정점” 예상 빗나가나
문제는 강달러가 고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부터 "대외 돌발변수가 없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고 "이르면 9월 초, 늦어도 10월엔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러나 1350원대로 떨어진 달러 대비 원화값이 추가 하락하는 '돌발변수' 우려가 커지면서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수입물가가 상승하면서 인플레 정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뜻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계속되는 데다 국내 무역수지 적자도 이어지고 있어 환율이 앞으로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예상보다 물가상승 압력이 거셀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수입→물가’ 차례로 영향
1월 3일 기준 달러 대비 원화값은 1193원이고, 지난 6월 23일 들어서야 1300원대에 올라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은 환율에 따란 물가상승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실제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수입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원화 기준으로 27.9% 상승했는데 달러 기준 상승률은 11.9%였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달러 기준으로 가격이 오른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수입했다는 의미다.
500년 만에 가뭄까지 겹쳐
정부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가스공사 등은 올해 10월 이후 도시가스 요금을 올리기로 하고 인상 폭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연료비 상승을 고려해 올해 4월과 10월 전기요금 기준연료비를 ㎾h당 4.9원씩 올리기로 결정했다.
전 세계적 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해 국제 곡물가격이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U 집행위원회 공동연구센터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유럽 내 가뭄을 겪는 지역이 전체의 3분의 2에 달한다고 밝혔다. 5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나타났다는 진단이다. 옥수수의 예상 수확량은 지난 5년 평균보다 16%, 해바라기는 12%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중국 등도 가뭄으로 인한 용수 부족에 시달리는 만큼 곡물 공급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가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부도 환율 방어전에 나섰다. 이날 오전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금융‧외환‧채권시장의 과도한 쏠림현상에 대비해 시장안정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도 국회에 나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관계 장관 모니터링을 하고 비상 대책까지 강구하면서 대응해 나가고 있다”며 “IMF 때(외환위기) 때와 다르다. 무역수지 적자와 경상수지가 다르게 나오고, 외환보유고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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