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엔비디아 '길게 보면 뜬다' 뭉칫돈 몰려..전망 어두워도 관심받는 반도체株

김기진 2022. 8. 2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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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에서 살아남기] (59)

팬데믹 호황을 누리던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2022년 13.9%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6월 제시했던 전망치인 16.3%보다 낮고 2021년 성장률인 26.2%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2023년 예상 성장률은 4.6%로 더 낮다. 인플레이션 여파에 따른 PC, 게임기 수요 감소, 한풀 꺾인 암호화폐 투자 열기 등이 어두운 전망이 나오는 주요 원인으로 언급된다.

개별 기업을 들여다봐도 상황은 심각하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강자 엔비디아는 2023 회계연도 3분기(2022년 5~7월)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2022 회계연도 4분기(2022년 6~8월) 실적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8월 초 발표했다. 종합 반도체 기업 인텔은 2분기 영업손실을 냈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부정적인 소식이 이어짐에도 국내 투자자는 미국 반도체 종목에 러브콜을 보낸다.

팬데믹 호황을 누리던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럼에도 국내 투자자는 AMD,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AMD 본사. (AMD 제공)

▶반도체 ETF, 하반기 매수 4위

▷저가 매수 수요 유입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8월 23일까지 국내 투자자는 ‘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ull 3X Shares(SOXL)’ ETF를 약 11억5200만달러어치 사들였다. 해외 주식 중 4번째로 매수결제액이 크다. 이 ETF는 반도체 시장 상승에 베팅한다. ICE반도체지수(ICE Semiconductor Index) 움직임의 3배를 추종한다. ICE반도체지수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 중 시가총액이 큰 30개 종목으로 구성됐다. 반도체 시장 하락에 베팅하는 ‘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ear 3X Shares(SOXS)’ ETF 역시 상위권에 들었지만 매수금액이 SOXL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SOXL ETF 외에 엔비디아(7위), AMD(18위), 인텔(31위) 등 반도체 주요 종목도 매수결제액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악재가 주가에 대부분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투자자가 반도체 종목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한다. 류영호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반도체 종목은 고점 대비 40~50%가량 빠졌다. 투자자가 주가가 충분히 조정을 받았고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등 악재가 대부분 반영됐다고 판단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단기 업황 전망은 안 좋아도 길게 보면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이 확산되면서 반도체 산업이 동반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역시 투자금이 몰리는 이유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적극 나선다는 것도 장기 성장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8월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서명했다. 법안에는 반도체 연구개발, 제조, 인력 개발에 527억달러를 투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세계 반도체 산업 내 미국 지위를 강화하고 AI와 바이오테크놀로지, 컴퓨팅 등 신기술에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인텔 주춤하자 AMD 고속 성장

▷엔비디아, 퀄컴, 마이크론도 관심 모아

개별 종목으로 봐도 장기 성장동력은 충분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AMD는 인텔이 주춤하는 사이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AMD는 인텔과 PC, 서버용 칩 시장에서 경쟁 중이다. 과거에는 인텔에 비해 기술력이 뒤지고 성능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인기를 유지한다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AMD는 빠른 속도로 제품 성능을 끌어올린 반면 인텔은 신제품 발표가 여러 번 지연되는 등 기술 발전이 다소 정체됐다. 시장점유율 차이도 점차 축소되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CPU 시장 내 AMD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20.7%에서 올해 1분기 27.7%로 뛰었다. 같은 기간 인텔 점유율은 79.3%에서 72.3%로 감소했다.

스테이시 라스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PC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AMD는 경쟁사 대비 선방하고 있다. 인텔 신제품이 지연될수록 AMD 장기 성장 잠재력은 커진다”는 의견과 함께 목표주가로 135달러를 제시했다. 8월 24일 종가는 92.73달러다.

최근 실적도 좋다. 2분기 매출은 65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0% 늘었다.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65억3000만달러를 넘어섰다. 주당순이익은 1.05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 1.03달러를 넘어섰다.

엔비디아는 2023 회계연도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게임 시장 수요 둔화가 악재였다. 최근 주가 역시 많이 조정을 받았다. 7월 초 150달러 밑으로 떨어진 후 8월 중순 기준 170~180달러대까지 반등했지만 연초 이후 8월 24일까지로 보면 42.82%나 빠졌다. 다만 장기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지금이 매수 기회일 수 있다. 모닝스타 측은 “데이터센터 사업 부문은 거시경제가 어려워져도 상대적으로 덜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AI, 클라우드 투자 역시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해당 분야 노출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서학개미 매수 종목 상위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장기 성장동력이 탄탄하다는 평을 받는 종목도 여럿이다. 퀄컴, 마이크론 등이다. 퀄컴은 단가가 높은 5G 스마트폰 판매가 늘어난다는 점이 호재다. 폭스바겐의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와 올해 5월 칩 공급계약을 맺는 등 모바일 기기 이외 부문도 순항 중이다. 글로벌 D램 점유율 3위 업체 마이크론은 7월 말 세계에서 가장 먼저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하는 등 기술 부문에서 돋보이는 행보를 이어간다. 반도체와 과학법 수혜도 기대된다. 마이크론은 최근 2030년까지 400억달러를 들여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인텔은 당분간 실적, 주가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반도체와 과학법 수혜는 기대되지만 신제품 발표를 예정대로 진행하는 등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주가 흐름 역시 부진하다. 8월 24일 인텔은 33.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이후 이날까지 주가가 36.37% 빠졌다. 같은 기간 나스닥종합지수 하락률(21.48%)보다 크다. 미국 증시는 6월 중순 바닥을 찍고 8월 중순까지 반등세를 보였는데 이 기간에도 인텔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김기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4호 (2022.08.31~2022.09.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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