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조제약도 없다"..요즘 약국들 울며 타이레놀 뜯는 사연
“손해를 보더라도 환자를 돌려보낼 수 없으니 일반 해열제를 뜯는 거죠.”
경기도 광명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지난주 코로나19 환자에 줄 약을 조제하기 위해 일반의약품의 포장지를 뜯었다. 환자가 들고 온 처방전에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조제약이 동이 났기 때문이다. 추가로 구하려고 했지만, 못 구하고 판매용으로 비치된 일반의약품을 뜯어 같은 성분의 약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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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트아미노펜 조제약 품귀 현상
A씨는 “대체조제(동일 성분·함량·제형을 가진 다른 회사 제품으로의 대체)할 약도 없을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고 했다. “교품(약국 간 약품 거래)도 해봤지만, 이제는 보험 가격의 2.5배, 3배를 준다고 해도 구하기 어렵더라”면서 “병원에서 처방해도 이제는 약국에서 약을 못 지어서 환자들이 약을 구하러 다녀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제약을 구하기 어려운 탓에 약국에서는 같은 성분과 용량의 일반의약품을 조제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아세트아미노펜을 주성분으로 하는 일반의약품으로는 타이레놀과 같은 해열진통제가 있다. 충남 천안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B씨는 “지난해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한때 타이레놀 대란이 있었던 탓에 일반의약품 재고도 사실 충분하지는 않다”면서 “조제용을 아예 구하기 힘든 상황이니 그거라도 뜯어서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알당 50~51원(650mg 기준)인 조제용 약보다 일반 약은 원가가 3~4배 뛴다. 개별 약들을 알루미늄 포일이나 종이 곽에 포장해야 하고, 부피가 커서 유통비도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약사들은 손해가 있어도 환자를 돌려보낼 수가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일반 약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수요 급증, 생산량 못 따라가
약국에서 본격적으로 조제약 품절을 체감하게 된 것은 올해 초 오미크론 환자가 급증하면서부터다. 약의 절대적인 생산량이 적다 보니,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아세트아미노펜을 판매하는 제약 회사는 국내에 20여개가 있는데 대부분이 위탁생산을 하고 있다. 실제 약을 생산하는 회사는 5~6곳이다.
A씨는 “지난 2~3월 확진자 폭증 당시엔 모자라도 약국마다 한두 달 치 재고량이 있었고 도매상에도 약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면서 “생산하는 회사는 코로나19 이후 주말에도 풀 가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국 2만3000개 약국에서 필요로 하는 양을 따라잡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거래량, 매출 규모가 큰 약국을 중심으로 제품이 공급되고 있어 일반 동네 약국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조제약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다른 성분 처방 고려해 달라”
앞서 지난 24일 최광훈 대한약사회장은 식약처 관계자와 만나 아세트아미노펜 조제약 품귀 현상에 대한 해결 방안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약국별 유통량 등에 정부가 개입하는 긴급 수급조정조치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식약처는 해당 조치를 당장 시행하기는 어려운 만큼 수급 상황을 좀 더 모니터링 하면서 검토할 계획이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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