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가격 논쟁에 휘말린 MBK파트너스..한 지붕 싸움 논란에 억울

반진욱 2022. 8. 2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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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를 모은 ‘당당치킨’을 둘러싸고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입방아에 오른다. 한 지붕 아래 가족이 싸우는 모양새가 연출돼서다. MBK파트너스는 당당치킨을 판매하는 홈플러스의 소유주다. 또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bhc의 대주주기도 하다. 홈플러스가 치킨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린 당당치킨을 내놓으면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10년 전 롯데마트가 ‘통큰치킨’을 내놓을 때와 상황이 다르다. 영세업자들을 생각해야 한다며 치킨 프랜차이즈 손을 들어줬던 여론은 이번에는 ‘대형마트’ 편으로 돌아섰다. 때아닌 당당치킨의 공습에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반격도 제대로 못한 채 ‘치킨 가격’에 분노한 여론의 성토를 받았다. 특히 bhc의 경우 같은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내에 담긴 기업으로부터 뜻밖의 공격을 받은 셈이 됐다. 실제로, ‘한 지붕 두 가족’인 두 회사를 두고 여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홈플러스가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업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반면 bhc를 향한 소비자 불만은 더욱 높아지는 모양새다. bhc 본사가 지난 8월 16일부터 닭고기 일부 제품의 가맹점 공급가를 인상한 영향이 컸다.

bhc가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중 영업이익이 가장 높다는 것 역시 비판의 구실이다. bhc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2.2%다. BBQ와 교촌이 각각 16.8%, 5.7% 기록한 것과 비교해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타 프랜차이즈 대비해서도 압도적인 수치다. bhc측은 “효율적인 경영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아꼈다” 는 입장이지만, 여론은 ‘가맹점주’들을 쥐어 짠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본다.

가맹점주들 입장에서는 대주주가 운영하는 회사 때문에, 자기가 운영하는 브랜드가 성토를 받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를 두고 프랜차이즈 업계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의 수익 극대화 전략이 결국 ‘가족끼리의 싸움’을 부추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한 지붕 아래는 맞는데

▷두 가족 싸움은 ‘사실 아냐’

사실 논란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MBK파트너스는 다소 ‘억울’한 입장이다. 당당치킨이 홈플러스 수익성을 높이는 사업이라고 보기 힘든 데다, bhc는 대주주일 뿐, 경영에는 따로 관여하지 않아서다.

우선 당당치킨이 홈플러스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느냐의 문제다. 당당치킨 개당 가격은 6990원에 불과하다. 홈플러스 측은 ‘마진이 남는다’고 했지만, 닭을 제외한 밀가루, 기름값이 폭등한 현재 남길 마진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오히려 역마진을 의심한다. 임영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부사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마트 치킨은 역마진일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판매량도 수익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게 통상적인 의견이다. 지난달 판매를 시작한 당당치킨은 8월 10일까지 32만마리가 팔렸다. 언뜻 보면 많아 보이는 수준이지만 메이저 업체들의 판매량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일례로 굽네치킨의 ‘고추 바사삭’ 메뉴만 해도 월 100만마리가 팔려 나간다.

이익도 낮고, 판매량도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사업이 ‘수익성 제고’를 위한 목적이라고는 보기 힘들다는 게 유통 업계 시선이다. 일각에서는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 상품’이라고 의심한다. 다만, 이런 일회성 이벤트만으로는 홈플러스가 처한 근본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33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대규모 적자는 온라인 중심으로 개편되는 유통 산업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생긴 문제지, 당장 물건을 많이 못 팔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MBK파트너스가 본격적으로 수익성을 올리고자 했다면 이벤트보다는 매장 매각, 노동자 구조조정 등 더 확실한 방법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MBK파트너스가 경영하는 브랜드 bhc의 점주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말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MBK파트너스가 bhc 브랜드의 대주주는 맞다. 다만 경영권은 박현종 회장이 갖고 있다. 경영 전반에 참여하는 홈플러스와 달리 bhc에서의 역할은 재무적 투자자(FI)에 그친다. 완전히 같은 포트폴리오 내에 존재한다고 보기 힘들다. 물론, 유통 업계와 프랜차이즈 업계는 일반 대기업이었다면 당당치킨 판매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갈등을 조율할 지주회사가 있어 계열사 간 ‘싸움’이 벌어지는 모양새가 연출될 가능성이 적어서다.

MBK파트너스가 최근 입방아에 오른다. 경영하는 회사(홈플러스)가 투자한 회사(bhc)를 공격하는 모양새가 연출돼서다. 사진 (위) 치킨 할인행사를 하는 홈플러스. (아래) bhc 매장. (매경DB, bhc 제공)

▶과거 행적이 결국 부메랑으로

▷정상적인 경영 활동도 ‘의심’

억울한 측면이 많은 MBK파트너스지만, 유통 업계 종사자들은 ‘자업자득’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과거 행적이 ‘부메랑’이 돼서 날아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MBK파트너스를 비롯한 일부 사모펀드들은 수익 추구를 위해 매장 통폐합, 인력 구조조정, 자산 매각 등을 과감하게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수익 추구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 뇌리에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꽂혔다.

실제 MBK파트너스는 기업을 인수한 뒤 구조조정을 거쳐 가치를 높이고 높은 가격에 되파는 방식을 자주 단행했다. 2013년 ING생명을 인수한 뒤 임원 권고사직, 일반 직원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이후 2018년 엑시트에 성공하면서 2조원의 차익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노조와 적잖은 갈등을 일으켰다. 역시 2016년에는 MBK 투자사였던 딜라이브의 하청 업체 해고 직원들과 갈등을 빚었다. 홈플러스도 매장을 매각할 때마다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직원들과 갈등이 크다 보니 협상 대상자로만 지정돼도 피인수 기업의 근로자들이 들고 일어선다. 실제로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MBK파트너스로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자 카카오모빌리티 내부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었다. 매각 상대방인 MBK파트너스를 향한 부정적 시선이 원인이었다. 서승욱 크루유니언 지회장은 7월 11일 열린 매각 반대 기자회견에서 “매각 자체를 반대하지만, 사모펀드로의 매각이어서 반대의 근거가 추가된다”며 “(사모펀드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지 판단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내부 직원들의 반발을 이기지 못한 카카오는 8월 18일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중단했다.

이번 ‘치킨 논란’도 ‘수익 추구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는’ 이미지가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정상적인 마케팅도 ‘의심’받는 처지가 됐다는 의미다.

▶사모펀드 안착 못한 이유도 커

▷근본적인 개선책은 ‘자본 시장 선진화’

전문가들은 노동계를 비롯해 사회 각 층에서 사모펀드 이미지가 악화되는 원인으로 ‘성숙하지 못한 자본 시장’을 지목한다. 무엇보다 회수 시장이 성숙하지 못한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회수 여부가 불투명하다 보니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무리해서라도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당장 비용 절약이 가능한 인건비 감소를 위해 무리한 구조조정을 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펀드가 보유한 주식을 매입해 수익을 내는 ‘세컨더리 펀드’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매각 말고는 별도의 ‘탈출’ 방법이 없다.

“사모펀드는 다른 M&A 인수자와 달리 5~8년 일정 기간 투자 이후 투자자금을 회수한다. 때문에 회수 시장 활성화가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은 장외주식, 코넥스, 세컨더리 펀드 등 사모펀드가 회수 방법으로 활용할 만한 대안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관련 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진단이다.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3호 (2022.08.24~2022.08.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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