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625발 대포 쏘자 생긴 일..비웃던 '인공강우'의 반전
지난 16일 중국 후베이성. 굉음과 함께 차량에서 발사된 미사일 한 기가 구름을 향해 돌진한다. 마치 군의 무기 실험처럼 보이지만, 극심한 가뭄에 맞서 비를 내리게 하기 위한 인공강우 작전이다.
세계 곳곳이 역대급 가뭄을 겪으면서 기후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인공강우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가뭄과 산불 등 점점 더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인공강우 기술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국가 중 하나다. 현재 31개 지역에 인공강우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항공기와 로켓, 대포 등을 활용해 인공강우 작전을 수행한다. 8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동원된 인력도 4만 7700명에 이른다. 이를 통해 14~30%의 강우 증가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올여름 들어 1961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장 기간 폭염이 이어지면서 가뭄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곳곳에서 인공강우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기상청은 후베이성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인공강우 항공기를 급파했다. 15~16일 이틀에 걸쳐 인공적으로 비가 내리게 하는 화학 작용제를 세 차례 뿌렸고, 지상에서도 159번의 인공강우 작전이 수행됐다. 가뭄으로 최악의 전력난을 겪고 있는 충칭시에서도 625발의 인공강우 대포와 2발의 로켓탄을 하늘로 날려 보냈다.
겨울에 구름씨 뿌려…눈 더 쌓여야 가뭄 해소
점점 메말라 가는 강과 호수의 수량을 회복하기 위해 주로 겨울철에 눈을 증설하는 방식으로 인공강우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최대한 많은 눈을 확보해야 봄과 여름에 걸쳐 눈이 녹으면서 수량이 늘고 토양이 수분을 머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로키 산맥의 고지대에 120여 개 인공강우 시설을 설치해 겨울철에 구름씨를 뿌리고 있다.
가뭄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줄이는 데도 인공강우 기술이 쓰인다. 장기호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연구관은 “대규모 농업을 하는 노스다코다주에서는 인공강우를 통해 5~10%가량 비가 더 내렸고, 비용 대비 35배의 경제적 효과를 얻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국가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UAE)도 항공기를 통해 해마다 200건이 넘는 인공강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UAE는 연 강수량이 100㎜ 정도에 그칠 정도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만큼 물이 귀하기 때문에 한 방울이라도 더 비를 짜내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해 기술 개발에 나서는 것이다.
35개국 실제 인공강우 기술 활용
1891년 인공강우의 이론적 가능성이 처음 제시됐고, 1946년 미국에서 드라이아이스를 살포하는 인공강우 실험을 시작한 이후 현재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150개의 인공강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실제 인공강우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곳도 미국과 중국, 이스라엘, 태국 등 35개국이나 된다.
그동안 인공강우 기술은 수십 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과학적으로 뚜렷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대판 기우제’라는 조롱을 받을 정도로 논란을 일으켰다. 비를 다스리려는 인간의 시도가 오히려 환경을 교란할 수 있다며 인공강우 실험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공강우 기술이 실제 비나 눈을 더 내리게 한다는 보고서가 연이어 나오면서 인공강우 기술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국가들이 많아졌다.
와이오밍대 등 공동 연구팀은 재작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7년 겨울 미 아이다호 주에서 진행한 실험을 통해 인공강우 기술이 넓은 지역에 거쳐 강설량을 증가시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공동연구에 참여한 사라 테센도르프 미 국립대기연구센터 연구원은 “적절한 조건에서 구름씨를 뿌리는 것이 강설량을 증가시킨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 캘리포니아에서 진행된 실험에서도 인공강우를 통해 최대 15%에 이르는 비가 더 내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공강우로 비 최대 3.5㎜ 더 내려”
다만, 인공강우 기술 자체가 가진 한계도 여전히 있다. 인공강우는 없는 비를 만들어 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인공증우로 볼 수 있다. 인공강우가 효과를 보려면 구름 내부의 온도와 습도 조건이 맞아야 하고, 구름층도 충분한 두께로 발달해야 한다. 중국이 인공강우 기술로 이번 폭염과 가뭄을 해결하지 못한 것도 이런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행기 등을 통해 구름씨를 뿌려야 하기 때문에 비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국내 인공강우 기술은 아직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제 가뭄 해소에 활용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장 연구관은 “미국과 중국은 인공강우 기술에 50~60년을 투자했기 때문에 아직 연구 단계인 우리와 수준이 다르다”며 “실제 인공강우를 활용할 수 있는 상시운용 단계로 가려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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