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팝 본고장서 K팝 축제 연다고 하니 다들 말렸죠
‘무모한 도전’. 10년 전,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 K팝 축제를 열겠다는 구상이 나오자 뒤따른 반응이었다. 모두가 만류했던 축제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10년간 미국·일본 등 전 세계에서 110만 명 이상의 K팝 팬들을 불러 모은 케이콘(KCON), 그 ‘무모한 도전’의 일원이었던 안젤라 킬로렌(52·사진) CJ ENM 아메리카 대표를 지난 19일(현지시간) ‘케이콘 2022 LA’가 한창인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센터에서 만났다.
첫 케이콘이 미국에서 1만 명의 방문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을 때, 킬로렌 대표는 “가능성이 보인다”며 적자를 끌어안고 도전을 이어나갔다. 그 도전은 2019년 LA에서만 10만3000명의 K팝 팬을 불러 모으는 10배 이상의 성장으로 결실을 맺었다. 3년 만에 대면 행사가 재개된 올해도 엔데믹 상황이지만 사흘간 9만여 명이 참여하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한 킬로렌 대표는 2011년 CJ ENM에 합류, 2020년 CJ ENM 아메리카 대표에 올랐다. 미국인 아버지(케네스 킬로렌 서강대 초대 학장)와 한국인 어머니(조안 리 스타커뮤니케이션 회장)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어와 영어 모두 완벽하게 구사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10년 전 첫 케이콘에 참여했던 일원으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A : “10주년보다 더 즐거운 사실은 대면 행사가 돌아왔다는 거다. 팬들이 즐거워하고 열광하는 모습 그 자체가 케이콘의 에센스(본질)기 때문이다.”
Q : 케이콘에서 늘 팬들의 ‘참여’를 강조한다.
A : “지금 미국의 Z세대 사이에서 제일 ‘핫’하고 활성화된 플랫폼은 틱톡이다. 그 틱톡에서 제일 잘 나가는 콘텐트가 댄스가 들어간 영상이다. 팬들은 단순히 좋아하는 가수를 따라 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콘텐트에 자기 색깔을 넣는다. 특히 미국 팬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주변에 드러내는 데 굉장히 적극적이고, 열심히 배우려고 하는 특성이 있다. 그런 적극성을 가진 팬들에게서 우리가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Q : K팝이 미국에서 사랑받는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 “미국 음악에 없는 ‘청순미(美)’가 있다. 힙합의 ‘스웨거’(swagger, 잘난 척하거나 으스대는 태도)와 대조되는, 팬들을 향한 K팝 아티스트들의 정성이 주는 감동과 위로가 있다. 팬들한테 진심을 다하는 아티스트의 마인드가 좋고, 팬으로서 너무 행복한 거다.”
Q : 그런데도 여전히 K팝이 미국에서 주류 음악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한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 “가끔 그런 질문을 미국 음악종사자한테 한다. 그럼 그쪽에서 오히려 당황한다. “너희는 BTS랑 블랙핑크가 있는데 대체 뭐가 안 됐느냐”는 반응이다. 그래서 한계라기보다는 장르의 특수성이 있다고 보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언어의 오디언스(청중)가 다른 것도 생각해야 한다. K팝이 미국 주류 음악의 대안으로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본다.”
로스앤젤레스=박건 기자 park.k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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