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성장 '두 마리 토끼' 좇다 다 놓칠라..최대 매출에도 속 쓰린 '유통 공룡' 이마트

배준희 2022. 8. 2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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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공룡’ 이마트가 실적 부진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로 본업인 오프라인 마트의 수요 둔화가 점쳐지는 가운데 신성장동력인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이커머스 부진 부각

▷수익성 악화 부채질

최근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이 123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순손실은 63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매출은 1년 전보다 22% 증가한 7조1473억원으로, 1분기에 이어 7조원대를 넘어 분기 최대를 기록했다. 외형만 커졌을 뿐 속은 부실해졌다.

이마트를 바라보는 유통업계와 시장 우려는 이커머스 전략을 향한다. 시장 환경 변화로 오프라인 점포 부진은 이마트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상수’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문제는 이커머스 사업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온라인 시장 성장률 둔화에 따른 고정비 부담과 단기 경쟁 심화로 인한 프로모션비 증가 등으로 쓱닷컴과 이베이코리아에서 큰 폭의 적자가 발생했다”며 “PP센터(피킹&패킹센터)의 매출이 발생하면 할인점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정소연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쓱닷컴과 지마켓 영업손실은 2094억원으로 추정되는 등 이커머스 적자가 부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권가는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 부진이 우려된다며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렸다.

이마트가 부진의 늪에 빠진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이커머스 전략의 모호함이 가중된 것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최근 이마트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아니고 확실한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도 아닌 ‘수익성을 담보한 성장 전략’을 앞세운다. 과거 이마트 이커머스 사업부인 쓱닷컴은 오프라인과는 별개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NE.O)를 공격적으로 확충하고 새벽배송 서비스 권역 확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올 들어 쓱닷컴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를 추가 설치하기보다 120여개에 달하는 기존 이마트 물류센터인 PP센터를 활용하는 효율성 중심 전략을 택했다.

이는 별도 온라인 물류센터 설립 대신 기존 오프라인 점포의 배송 역량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롯데온의 전략과 다르지 않다. 롯데는 오프라인 유통을 중심에 두고 이커머스 전략을 펼치다 보니 롯데온 같은 통합몰의 정체성이 모호하고 브랜드 전략의 스텝이 꼬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금까지 이마트는 롯데와 결이 다른 이커머스 전략을 추구해왔으나 온라인 물류센터 건립에 대한 지역주민 반발 등으로 부지 확보에 난항을 겪자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 같은 이마트의 전략을 두고 전문가들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낸다.

이커머스 시장은 공급자와 소비자가 존재하는 전형적인 양면 시장으로 어떤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이커머스 플랫폼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려면 공급자와 참여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늘어나며 플랫폼의 가치를 상호 증대시키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를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온라인에 특화한 중앙집중적인 대규모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품질과 배송의 신뢰도를 확보하는 것이 기본 과제다. 오프라인 매장에 기반을 둔 물류센터와 이커머스 전용 자동화 물류센터 간 배송 역량은 주문 건수가 늘어날수록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가령, 쓱닷컴 네오센터는 자동 피킹 시스템, 자동 재고관리 시스템, 콜드체인 시스템 등으로 상품 입고와 출하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돼 있다. 반면, 자동화 정도가 매우 낮은 기존 오프라인 점포의 PP센터는 물류 효율성이 낮다. 일일 배송 건수만 비교해봐도 드러난다. 네오 3호기 기준 일 배송 처리 건수는 3만5000건 정도다. 반면, 전국 이마트 오프라인 PP센터의 일일 배송 건수는 고작 5만건에 불과하다. 미국의 아마존과 한국의 쿠팡 등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중앙집중적인 온라인 통합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커머스 전략 모호성 우려

▷당분간 숨 고르기 국면

수익성과 성장 등 양립하기 힘든 두 가치를 동시에 좇는 하이브리드 전략의 실효성을 두고도 회의적인 시선이 따른다. 다수 실증연구에서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선택한 기업의 경우 순수한 단일 전략을 고수한 기업보다 대체로 성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로 다른 전략을 결합할 경우 각 전략별로 강조할 요소와 우선순위를 낮출 요소를 결정해야 하는데, 하이브리드 전략은 복잡성이 높아 이런 의사 결정이 쉽지 않고 종국에는 전략적 포커스가 모호해져 각 전략의 이점 또한 감소한다는 게 다수 실증분석 결과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이마트 측에서는 ‘성장 중심’에서 ‘수익성을 담보한 성장’으로 방향을 바꿨다는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다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이마트 주가가 상승하려면 밸류에이션이 올라야 하는데, 결국 온라인 사업에서 기업가치를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모호한 방향성 가운데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당분간 주가 상승 동력을 찾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어떤 선택지를 택하든 이마트 단기 실적은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이마트 입장에서는 수익성 기반의 전략, 성장에 올인한 전략, 이 둘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략 등 크게 3가지 옵션을 택할 수 있다. 지금처럼 하이브리드 전략을 고수하거나, 수익성 추구 전략으로 완전히 방향을 선회할 경우 이커머스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확보하는 데 난항을 겪을 수 있다.

그렇다고 성장에 올인한 전략을 택하는 것도 결과를 낙관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 시선이다. 무엇보다 작금의 이커머스 환경은 미국의 아마존이나 한국의 쿠팡 같은 선도적 사업자가 시장점유율을 늘릴 때와 판이하게 달라졌다. 지금까지 초기 플랫폼 사업자는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아마존식 ‘GBF(Get Big Fast·빠르게 성장하며 규모 키우기)’ 전략을 공격적으로 폈다. 양면 시장의 어느 한쪽에 파격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며 참여자를 늘리는 GBF 전략을 펴왔고 그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아마존은 미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50%가량 점유율을 차지하며 사실상 과점 사업자로 등극했다. 쿠팡은 아마존 전략을 추종하며 국내 이커머스 점유율을 늘려왔고 최근 멤버십 구독이 늘면서 국내 점유율이 20%대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지배적 사업자로 우위를 굳히는 점유율 구간을 30%대로 보고 있다.

그러나 파격적인 보조금 지급을 기반으로 한 GBF 전략은 양면 시장에서 적어도 어느 한쪽의 싱글호밍을 가정한 상황에서 효과적이었다는 게 학계 진단이다. 싱글호밍은 단일 플랫폼만을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선두 사업자였던 아마존과 쿠팡 등은 경쟁자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 플랫폼 참여자들의 싱글호밍 환경에서 과감한 GBF 전략을 구사했고 점유율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최근 플랫폼 환경은 기술 발전으로 양면 시장 참여자 양쪽 모두에서 멀티호밍이 일반적이다. 멀티호밍은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멀티호밍 환경에서는 공격적인 보조금 지급 전략이 네트워크 효과를 키우는 방향으로 일관되게 작용하지 않고 오히려 플랫폼 간 끊임없는 가격 경쟁을 자극한다. 쿠팡 이후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우후죽순 진출한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이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펴왔음에도 점유율이 정체 상태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결국 플랫폼 멀티호밍 환경에서는, 이마트의 쓱닷컴 같은 후발 주자가 아마존식 GBF 전략을 답습하는 것만으로는 출혈 경쟁의 성과를 낙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당분간 온·오프라인 사업 효율화와 손익 구조 개선에 주력하며 이커머스 전략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배송 역량 확대 속도를 조절하면서 물류 효율화를 진행한다는 게 이마트가 밝힌 계획이다. 앞서 김명주 애널리스트는 “이마트는 하반기에 중소형 PP센터를 통합하고 유료 회원 대상의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라며 “온라인 부문 성장률은 상반기 대비 둔화하겠지만 온라인 부문 효율화에 따른 적자 축소는 주가 회복에 긍정적”이라고 짚었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3호 (2022.08.24~2022.08.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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