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트렁크·말똥도넛..손대는 족족 대박 [화제의 기업]

박수호 2022. 8. 2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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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도 편의점도 '힙'하게 'CIC'

장면 1. 내쉬빌 치킨버거, 후무스 브런치, 솔티카라멜.

분명 경기도 파주에 왔는데 미국의 세련된 카페에서 먹는 기분이 든다는 소셜미디어(SNS) 포스팅이 많다. 바닥 면적만 1650㎡(약 500평)에 높은 층고, 다양한 높이의 의자와 테이블이 인상적인 ‘더티트렁크’ 얘기다. 아메리칸 컨트리(미국 교외) 스타일을 지향한다는 이곳은 월매출이 8억원을 오르내릴 정도로 성업 중이다. 카페, 베이커리, 키친, 바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 올인원(all-in-one) 카페테리아로 분류되기도 한다. 주말이면 하루에만 1만8000명이 들이닥칠 때도 있다고. 그래서 매장 안에 들어와서도 한창 줄을 서야 겨우 음식 주문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장객들은 연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남기며 마치 놀이공원에 온 듯 한껏 기분을 낸다.

장면 2. 노점상은 영어로 뭘까? 그 답을 한 곳이 있다. ‘노닷프라이즈’다. ‘노 = no, 점 = dot, 상 = prize’라고 자기 식으로 해석했단다. 이름만 피식 웃게 만드는 게 아니다. 근사한 백화점(롯데백화점 동탄점) 안에 입점했는데 잡화점을 지향한단다. 돈 낸 만큼, 먹고 싶은 만큼 시리얼을 먹을 수 있고 신기한 국내외 과자도 많다. 어떤 생각인지 알 수 없게 그 옆 매대에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비누 브랜드가 있고 그 옆에 양말, 라운드 티셔츠, 또 그 옆에 머그컵까지 ‘이상하다?’ 싶은데 묘하게 어울리는 상품들을 팔고 있다. 심지어 여타 편의점처럼 가맹점주도 모집한다.

이런 가게들을 누가 만드는 거지?

정답은 CIC다.

김왕일 cic대표

▶CIC 어떤 회사?

▷매년 새 브랜드 선보여

CIC는 1992년생 김왕일 대표가 2017년 ‘캘리포니아 농가’를 지향하는 다이닝 ‘오프닛’을 서울 청담동에 선보이면서 출범했다. CIC는 독특한 경영 방식을 구사한다. 한 달에 한두 개씩 계속 새로운 업태의 가게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카페, 편의점, 중국집 등 선보인 브랜드만 70개에 육박한다. 조만간 30개를 더 채워 100개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를 만들겠다고 공언한다.

더불어 전남 신안 등 지방 도시에 호텔, 놀이공원 등을 짓겠다는 야심 찬 계획까지 내보인다. 공상가들이 모인 괴짜 기업이라 할 만한데 결과물이 예사롭지 않다. 더티트렁크 외에도 말똥도넛, 버터킹, 통통 등 CIC가 기획한 가게들은 대부분 예약하기 힘들거나,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하는 지역 명소가 됐다.

내실도 탄탄하다는 것이 CIC 측 설명이다. 김왕일 대표는 “기획한 브랜드마다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데 모두 1년 이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아직 지주회사가 없고 계속 새 브랜드를 낼 때마다 법인을 등록하다 보니 집계하기 힘들지만 F&B 사업체에서 보기 힘들게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정도로 사업장들이 빠른 시간 내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번 돈을 또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데 투자하다 보니 정신없지만 그래도 외부 투자 없이 자생하며 회사를 빠르게 키워내고 있다는 점이 다른 곳과 차별화된 점”이라고 소개했다.

월 최고 8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더티트렁크.

▶CIC가 일하는 법

▷팀원이 꽂힌 아이디어 존중

“우리는 회사라기보다는 커뮤니티라고 봐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기업처럼 체계와 위계질서가 거의 없다시피 한 대신 각 팀원이 꽂힌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걸 존중하고 밀어주는 게 일하는 방식입니다. 팀원들이 자기가 원하는 프로젝트여야 더 열심히 하니까요. 갓 졸업한 대학생 또는 모두가 느끼기에 재미있고 신선한 아이디어 채택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김왕일 대표)

그래서일까. CIC는 회사 정의도 남다르게 하고 있다. 단순히 맛집, 외식 브랜드를 만드는 곳이라기보다는 ‘hospitality projects company(프로젝트 형태로 다양한 고객 환대, 접객 공간, 브랜드를 만드는 회사)’라고 명명한다.

CIC가 업계 화제가 되는 이유는 또 있다. 브랜드 기획부터 인테리어, 시공까지 직접 주도하는 것이 주목받는다. 이렇게 해야 원가도 낮추고 원하는 색감, 분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통통 같은 중국집 브랜드는 3.3㎡(평)당 150만원 이내로 인테리어 비용을 맞췄다.

이 같은 저비용 고효율 시스템은 어떻게 만들 수 있었을까.

김 대표는 “그냥 주인의식을 가진 프로젝트 팀장이 몰입해서 자신의 혼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일단 예산을 처음부터 많이 책정하지 않는다고. 그러면서 특정 국가와 시점을 설정한다. 그리고 거기에 맞는 소품과 위치를 찾는다. 어떨 때는 재활용 더미에서 인테리어 소품을 찾기도 하고 지방에 있는 폐선박, 부식된 공사판 자재 등을 갖다 놓기도 한다. 지역도 가리지 않는다. 프로젝트 예산이 적은 데다 임대료 부담도 덜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면 도심 속 공장 지대로 가거나 교외 지역을 찾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브랜드다 보니 오히려 그 지역 내에서는 이색 공간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CIC 관계자는 “고객을 중심에 두고 그 고객이 이 공간에 와서 어디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어디를 포토존으로 생각하고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릴지를 그려보면서 인테리어를 계속 고쳐나간다. 처음 공간에 들어설 때부터 ‘미쳤다(crazy)’라고 느낄 수 있는 색다른 공간 경험, ‘우와’라는 탄성이 나올 수 있을 만한 요소(wow factor)를 제공하려는 것이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유통 대기업과 손잡은 피기인엘에이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

▶향후 성장 전략도 남다르다

▷맛집은 글로벌 IP로 재정의

“궁극적으로 글로벌 IP(지식재산권) 산업을 하게 될 것.”

김왕일 대표의 꿈이다.

한국에서 맛집이나 명소는 이제 단순히 ‘국내용’이 아니라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 브랜드를 쏟아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맛집이나 공간이 브랜드가 되면 이는 ‘IP’로 대접받을 수 있다. IP는 그 자체로 거래도 가능하다. 또 해외 진출에도 용이하다.

이미 본촌치킨으로 유명한 본촌인터내셔널이 이런 선례를 보여줬다. 본촌치킨 태국사업권(마스터프랜차이즈권)은 현지 사업자가 가져갔다. 태국에서 본촌이 큰 인기를 끌자 굴지의 동남아 리조트 그룹이 2800억원에 인수했다.

김 대표가 그리는 그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첫 시작은 더티트렁크를 야심 차게 해외에도 가져가 미국, 유럽, 아시아 주요 도시에 내는 것이다. 이후 ‘더티트렁크’ 브랜드 자체를 매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그림 아래 서울 홍대 인근에서 운영하는 고명치킨은 태국 카오산로드에 조만간 문을 열 예정이다.

스위스 글리옹 호스피탈리티경영대 출신 김 대표는 유학 시절부터 창업하자고 마음을 먹었고 ‘시작부터 글로벌’ 사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성장통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빨리 브랜드 개발, 해외 진출, M&A 등을 성사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또 다른 성장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겠냐”고 기대를 밝힌다.

“캐주얼 F&B로 시작해 현재는 호텔, 리조트, 스포츠, 패션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부동산, 에너지, 환경 분야 등 더 넓은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라는 CIC가 재계에 어떤 파장을 줄지 지켜볼 일이다.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3호 (2022.08.24~2022.08.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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