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담(手談)] '우주류' 다케미야, 당신의 길을 묻다

류정민 2022. 8. 2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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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류'의 상징, 다케미야 마사키 9단.

한국인이 좋아하는 일본 프로바둑 기사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보면 볼수록 다케미야의 바둑은 경이롭다.

다케미야는 바둑으로 인생의 교훈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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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우주류’의 상징, 다케미야 마사키 9단. 한국인이 좋아하는 일본 프로바둑 기사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바둑의 중앙 부분, 바다로 비유하면 망망대해가 그의 활동 무대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거침없는 행마는 기존의 질서와 상식에 대한 저항이었을까.

보면 볼수록 다케미야의 바둑은 경이롭다. 그의 물음은 반상(盤上)에 머물지 않는다. 선택의 길 앞에 있는 이들을 향해 그는 묻는다. 익숙함에 이끌린 선택이 진정 최선의 길인지에 관해…. 다케미야는 드넓은 대양(大洋)을 향한 과감한 도전을 실행에 옮긴 인물이다. 그것도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들을 상대로.

바둑은 집을 많이 얻는 자가 승리하는 게임이다. 집을 얻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둑판 네 개의 모퉁이 쪽인 귀를 차지하는 것이다. 귀와 귀의 사이 공간인 변(邊)을 공략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중앙은 마지막 선택이다. 중앙은 거대하지만,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공간이다.

일본 프로 바둑기사인 다케미야 마사키 9단(사진 왼쪽). [사진제공=한국기원]

세계 지도에 비유한다면 몽골의 평원을 건너 끝없이 펼쳐져 있는 고비사막과 같은 존재. 척박하고 버려진 그 땅은 쉽게 들어서기 어렵고, 들어가도 원하는 것을 얻기 힘든 곳이다.

수많은 기사가 중앙을 바라보며 군침을 흘렸지만, 마음을 거둬들인 채 사실상 공배(空排)로 취급한 이유다. 다케미야는 상대가 귀와 변의 실리에 취해 있는 동안 가장 넓지만 버려져 있던 땅을 토대로 원대한 꿈을 실천에 옮겼다.

오랜 세월, 기사들이 귀와 변 중심의 행마를 이어간 것은 그게 유리한 전략이라는 판단이 경험을 통해 축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케미야는 보란 듯이 기존의 상식을 깨뜨렸다. 중앙을 중시하는 두터운 세력 바둑을 토대로 그의 강함을 증명했다. ‘작은 이익’에 집착해 승리를 꾀하려던 상대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승리였다.

우주류는 한없이 느긋한 행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안에 칼이 숨겨져 있다. 귀와 변을 중심으로 차곡차곡 실리를 쌓은 상대는 초반부터 집 싸움에서 앞서간다. 하지만 거대한 집이 될지도 모를 중앙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불안을 느끼게 된다.

바로 그때 상대는 ‘호랑이의 입’에 들어가는 수를 둔다. 중앙에 세력을 다져 놓았던 다케미야는 상대 공격을 되받아치면서 대마 사냥에 돌입한다. 상대의 떡이 더 커 보이면 진다는 바둑의 속설은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

귀와 변은 상대 영향권이지만 중앙은 다케미야가 우세한 지역이다. 상대를 진퇴양난의 고민에 빠져들게 하는 기풍. 다케미야가 이런 전략을 마련할 수 있었던 배경은 ‘담대한 도전’을 실천에 옮긴 배짱이다.

초반에 상대에게 실리를 내주더라도 때가 찾아올 때까지 자기 바둑을 묵묵히 이어가는 전략. 자기를 다스리는 절제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선택할 수 없는 길이다. 상대의 유리한 흐름이 계속될수록 패배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상황.

기다림은 고통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유혹에 무너질 수는 없다. 그렇게 기다림의 고통을 감내하다 내놓는 반격의 한 수. 드디어 바둑의 형세가 전환된다. 승리의 나팔을 향한 새로운 기다림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다케미야는 바둑으로 인생의 교훈을 전했다. 세상을 바꾸는 혁신의 열매는 담대한 도전을 실천하는 자만이 맛볼 수 있는 신의 축복이라는 것을….

류정민 문화스포츠부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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