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꽃 모여 아름다운 꽃다발".. 이것이 세계시민교육
“그들의 관점에서 그들의 삶을 봐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다문화를 반대해왔는데 이번에 더 큰 세계를 봤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 태국 고등학생들과 국제 교류를 한 한국 고등학생들이 남긴 소감 중 일부다. 이들은 분 단위로 공부 계획을 세워야 하는 치열한 입시경쟁 가운데 ‘세계시민교육과 지속가능발전목표 실천’이라는 주제의 교육에 스스로 참여했다.
‘이게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을 가졌던 학생들은 3개월간 외국의 낯선 또래들과 온라인 수업을 통해 교류를 거친 뒤 “국적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할 것” “국적이 다르다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시간”이라며 전에 없던 가치관을 새로 갖게 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소감을 밝힌 이들은 경북 경주에 소재한 경주고등학교(교장 조광식) 1·2학년 학생들이다. 경주고는 지난 5월 23일부터 8월 22일까지 ‘세계시민교육(GCED)과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를 위한 한국-태국 온라인 국제교육교류사업’의 일환으로 태국 PCSHSCR 과학고(Princess Chulabhorn Science High School Chiang Rai, 치앙라이 츨라본 공주 과학고등학교)와 온라인 교류 수업을 진행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주고는 ‘Learning to Live Together(함께 살기 위한 배움)’이란 주제로 ‘더 정의롭고 더 평화롭고 더 관용적이고 포용적인 국제사회를 건설하자’는 세계시민교육의 역할과 목적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이번 교류 수업에는 1학년 8명, 2학년 16명 등 24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태국 PCSHSCR 과학고에서는 3학년 48명이 참가했다. 경주고 교사로는 배철민 김석조 김창국 여인로 원종남 등 5명이 동참했다.
학생들은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해 국경을 넘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 ‘기후변화 예방을 위한 과학적 이해와 실천 방안 탐구’ ‘기후에 따른 보존 음식 문화 이해와 생명과학적 분석’을 주제로 교류 수업을 실시했고, ‘양국의 문화 이해와 문화다양성 존중’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울러 세계시민으로서의 감수성을 함양하기 위해 상대 국가의 언어로 자신을 소개하고, 각자의 전통문화와 음식 등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SNS에 공유하고 토의하는 식의 열린 수업에 참여했다. 실시간 온라인 수업은 9회 이뤄졌고, SNS 영상을 만들거나 공동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등 오프라인 활동을 병행했다.
수업은 모두 영어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의사소통을 잘 할 수 있을지 긴장한 학생들이 많았다. 학생들이 남긴 소감문 곳곳에는 미숙한 영어 실력에 대한 두려움이 묻어 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2학년 나준엽 군은 “미숙한 영어실력이지만 자신감 있게 대답하고 발표하니 태국 선생님들과 소통이 잘 됐다”고 했다. 2학년 조성우 군은 “태국 현지 선생님이 수업을 마칠 때 ‘벌써 시간이 됐나’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2학년 전진서 군은 “여러 종류의 꽃이 더욱 아름다운 꽃다발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고 소감문에 적었다. 그는 “지구촌에서 다른 문화의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는 건 필수적 자질이 됐다”며 “태국 선생님들과 상호 소통하다 보니 국경이라는 건 물리적인 경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경주고의 교육교류사업 대표인 배철민 교사는 “교과 성적에 직접 포함되지 않는 활동이었는데도 학생들이 열의를 가지고 참여했다”며 “입시경쟁에 파묻혔던 학생들이 세계시민으로서의 품격과 타인에 대한 감수성 같은 소중한 가치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국제이해교육원(UNESCO APCEIU)은 2012년부터 ‘다문화가정 대상국가와의 교육교류사업’을 진행해왔다. 라오스, 말레이시아, 몽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등 7개 다문화가정 대상국과 한국의 교사들이 교류하는 사업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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