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은행에서 일하려면 '윤리자격증' 따야 한다?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지난 6월 국회에서는 금융윤리자격인증제도 도입법이 발의됐다. 이 법안은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에 전문적 지식과 윤리적 행동 역량을 유지할 책무를 부여하고 금융위에 등록하는 금융상품판매업자 본인 또는 임직원은 금융윤리자격인증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같은 법이 발의된 것은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횡령과 같은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회사의 윤리경영 개선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들은 윤리경영이 최고의 가치임을 윤리강령 등을 통해 명시하고 있지만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내부통제제도 강화 뿐 아니라 금융인의 금융윤리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자격인증 제도가 필요하다는 게 이 법안의 취지다.
금융산업은 그 중요성과 공공적 성격 등으로 각종 규제를 받아왔지만 규제에도 불구하고 횡령, 금융사기, 불완전판매 등 각종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윤리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됐다.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금융회사들의 비윤리적 행태 때문이었다고 지적되면서 높은 수준의 금융윤리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금융산업에 대한 신뢰성 회복,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규제개혁이 추진됐고 금융윤리를 주요 자격제도와 교육 필수 과목에 포함시키는 등 윤리성 인증을 제도화했다. 영국에서는 거의 모든 금융부문 종사자들이 주기적으로 규제기관의 요구사항 충족에 필요한 연수에 참여하며 금융회사는 직원들이 각자의 직무에 적합한 전문성과 윤리성을 보유하고 있는지 평가해 매년 규제기관에 보고한다. 미국은 규제기관에서 모든 금융회사 및 소속 임직원, 개인금융업자가 준수해야 할 규제기준을 제시하고 규제대상 기관과 개인은 규제기관에 등록, 자격요건을 갖춰 면허를 받은 후 업무를 시작하도록 했다. 또한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국내 금융회사의 윤리경영 체계는 회사별로 차이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윤리헌장, 윤리강령, 윤리경영실천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고객 이익을 우선한다는 금융권의 윤리경영 원칙은 단기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금융권 경영환경에 의해 외면되곤 한다. 더구나 영국, 미국의 경우 금융인의 전문성과 윤리 역량을 자격인증제도 형식으로 규제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금융회사의 자율관리에 맡겨져 있다. 금융윤리를 이해시키고 실천을 유도할 수 있는 금융윤리교육이 절실하지만 국내에서는 형식적으로만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많은 분야에서 개인적인 일탈로 인해 직업윤리가 훼손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하지만 금융권에 특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는 것은 고객이 믿고 맡긴 돈을 다루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믿고 맡긴 돈으로 개인의 이익을 채우는 횡령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니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횡령이 발생한 은행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오랫동안 돈 관리를 해주던 고객이 횡령 사건이 발생한 이후 돈을 싹 빼달라고 하면서 "그쪽 은행에 이래서 어떻게 돈을 맡기겠냐"는 말을 들었다. 그간 본인이 그 고객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했던 게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한 개인의 일탈로 인해 성실하게 일하던 다른 동료들의 노고가 수포로 돌아간 것은 물론 싸늘한 시선까지 받게 됐다. 또 다른 직원은 횡령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마치 은행원은 다 도둑인 것처럼 매도해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자율적으로 해서 관리가 되지 않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결국 규제와 같은 강제적 수단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 법안 등을 통해 윤리가 강제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은행들이 먼저 나서서 고객들의 신뢰 회복을 위한 자정 노력에 힘써야 한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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