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금리인상 멈출 3가지 조건

정재형 2022. 8. 2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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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로 또 0.25%포인트 올릴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언제쯤 멈출 것인가.

오는 9월 또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는다는 게 기정사실화 되고 있어 그때가 되면 미국(3%)과 한국(2.5%)의 기준금리 차이는 더 커진다.

또 최근 각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을 초래한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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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 경제금융에디터

내일(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로 또 0.25%포인트 올릴 전망이다. 올해 들어 8개월간 5차례, 총 1.5%포인트 인상이다. 예금자들은 좋겠지만 대출자들은 급격히 불어난 이자 때문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연말까지 2.75% 또는 3%까지 오른다는 전망이 많다.

기준금리 인상은 언제쯤 멈출 것인가. 언제가 돼야 이자 부담이 더이상 커지지 않을 것인가. 개인적으로 보기엔 적어도 3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먼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2.5%로 한국(2.25%)보다 높다. 오는 9월 또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는다는 게 기정사실화 되고 있어 그때가 되면 미국(3%)과 한국(2.5%)의 기준금리 차이는 더 커진다. 한미 금리 격차가 커지면 자금유출 우려가 나올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진 적이 있어도 별다른 자금유출이 없었다는 전례가 있긴 하지만 한미 금리 격차가 계속 더 커지는 건 두고볼 수 없다. 시장에 자기실현적 기대가 형성되는 걸 막아야 한다. 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으면 한은도 계속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다.

또 최근 각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을 초래한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다. 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멈춘다는 것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잡힐 것이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국내 물가도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더라도 국내 물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도 있다. 우리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물가, 한은이 금리를 더 높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물가는 어느 정도일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에도 미치지 못했던 1%대, 0%대의 저물가 시대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장기간 비정상적인 양적완화가 지속됐고 유럽에서는 마이너스 금리까지 나왔다. '이례적인 저물가 시대'와 비교할 수는 없고, 또 자금 수요가 자금 공급보다 훨씬 컸던 상시적 자금부족 상태로, 고금리-고물가 시대였던 '1997년 외환위기 이전'과도 비교할 수 없다.

대략적으로 우리 경제가 지금의 틀을 갖추기 시작했던 2000년대 초중반, 즉 '3%대 물가' 시대를 그나마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 아래로 떨어지거나 그럴 조짐이 보여야 한다.

또 하나 고려할 변수는 경기다. 물가를 안정시키는 게 한은 제1의 책무지만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는데 한은이 마냥 금리를 올릴 수는 없다. 한은은 내일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월 전망한 2.7%에서 2.5% 정도로 하향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 역시 5월의 2.4%에서 소폭 낮출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성장이 중요하며 물가보다 경기를 중요시하는 성장론자들이 많다. 그래도 이 정도까지는 괜찮다. 그러나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2%선 아래로 떨어진다면 한은도 계속 금리를 인상할 추동력을 잃을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Fed는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이나 10월 정점을 기록할 것이라고는 하지만 4% 아래로 떨어지는 데는 여전히 시간이 걸릴 것이다. 각 경제주체들은 당분간 추가 금리인상을 상수(常數)로 봐야할 것 같다.

정재형 경제금융 매니징에디터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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