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주 칼럼] 왜 선생님을 줄여야 하죠?
아이가 줄어드니 당연하다는
경제논리 때문인데 옳은 걸까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1교실 2교사,학부모 멘토제
교사 수 늘면 양질 교육 가능
인구 줄수록 인적자원 중요
공교육에 압도적인 투자가
국가 전체 경쟁력 높이는 길
서울교대를 나와도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 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최근 발표된 내년도 서울지역 초등교사 선발 인원은 100명이다. 지지난해 303명, 지난해 216명에 이어 한 해 100명 정도씩 줄고 있다. 감소 추세가 가파르다. 서울교대 입학 정원은 약 400명으로 산술적으로 약 300명은 그해에 임용시험에 붙지 못한다.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15곳의 교사 선발 인원이 줄었다. 그런데도 교대 입학 정원은 거의 그대로다. 게다가 올해 합격한 216명 모두 아직까지 발령을 받지 못했다. 분명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교육 환경은 좋은가. 우리나라 교사 1인당 학생 수나 학급당 학생 수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열악하다. 그렇다면 왜 교사를 적게 뽑을까. 논리는 간단하다. 태어나는 아이가 줄고 있으니 가르칠 선생님도 줄여야 한다. 경제논리로만 본다면 맞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 문제를 그렇게만 보는 게 과연 옳을까. 교사를 줄이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방안이 있다. 일선 교사들은 학급당 적정 학생 수를 20명으로 본다. 20평 정도 되는 교실에서 학생 1인당 최소 1평의 공간을 마련해야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유행 시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등교수업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실제로 영국과 프랑스는 코로나 이후 학급당 학생 수를 15명으로 제한했다. 전국 초·중·고교의 3분의 1 정도가 과밀학급(교육부 기준 학급당 학생 28명 이상)이다. 주로 서울과 신도시에 몰려있다. 교사 한 명이 가르쳐야 하는 학생이 많으면 많을수록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교육계와 시민단체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를 법제화하기 위한 입법청원 운동을 벌였다.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통과시킨 교육기본법 개정안에는 20명 상한이라는 문구 대신 ‘적정 학생 수’라는 말만 남았다. 핵심 내용이 사라진 것이다. 이후 교육부는 학급당 20명 실현을 무려 2040년으로 설정해 발표했다. 그때쯤이면 인구가 자연 감소할 테니 그냥 버티라는 것인지, 과밀학급을 줄일 의지는 없어 보인다. 만약 학교 현장의 요구대로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으로 제한하면 초·중등 교원이 지금보다 2만명 정도가 더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학급당 2명의 교사를 두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정교사 부교사 개념이다. 10여년 전 미국 연수 시절 경험한 초등학교 저학년의 풍경은 이랬다. 한 반에 아이들은 15명 정도, 교사는 2명, 여기에 학부모 1명이 돌아가며 수업에 들어와 교사를 보조한다. 15명의 아이를 어른 3명이 돌보는 셈이니 모둠활동이나 토론 수업이 원활했다. 아이들의 눈을 맞추며 칭찬해 주고, 혹시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는 따로 살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걸 즐거워했다. 발령을 기다리는 예비 교사가 넘쳐나는 형편에서 사회적 합의만 있다면 ‘1교실 2교사+학부모 멘토제’를 우리도 도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교사 수급 계획은 국가의 중장기적인 과제다. 출생률 감소 추세와 맞물려 적절하게 정원을 조정하되 갑작스러운 축소는 독이 된다. 저출생 문제를 우리보다 먼저 겪은 일본의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 역시 아이가 줄어들자 교사 정원을 급격히 줄였다. 학교는 점점 젊은 교사 대신 정년을 앞둔 나이 든 교사로 채워졌다. 베이비부머 세대 교사들의 정년퇴직 시점이 다가오자 교사 수가 부족해졌다. 다급해진 일본 정부는 교원 임용 나이 제한을 없앴고, 실제로 50세 신입교사가 교단에 서는 웃지 못할 풍경이 펼쳐졌다. 갑자기 자격요건이 대폭 완화되자 예전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교사들이 몰렸다. 이제 일본은 공교육 부실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그만큼 교사 수급은 중요한 문제다.
아이가 적게 태어날수록 그들에게 우수한 공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나라의 의무다. 초등학교부터 교육격차를 줄이려면 공교육에 압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그게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교육부는 궁극적으로 교사 1인당 4~5명의 아이를 맡는 양질의 ‘미래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답은 결국 교사에게 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원인 우리나라에서 교육은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다. 아이가 줄어든다고 교사도 줄이는 게 최선인지, 우리 사회가 이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해볼 때가 됐다.
한승주 논설위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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