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읽지 못한 책

태원준 2022. 8. 24. 04:1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민은행 1억1200만원, 신한은행 1억700만원, 하나은행 1억600만원, 우리은행 9700만원.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1인당 6000만원 안팎을 수령한 터라 연봉이 더 높아질 거라고 한다.

노조는 "억대 연봉 귀족노조란 지적은 오해"라며 "시중은행이 아닌 국책은행 조합원의 평균 연봉은 7200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보육원에서 자라 대입 관문을 통과한 그는 올해 초부터 기숙사 생활을 해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태원준 논설위원


국민은행 1억1200만원, 신한은행 1억700만원, 하나은행 1억600만원, 우리은행 9700만원. 지난해 평균 급여는 이랬다.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1인당 6000만원 안팎을 수령한 터라 연봉이 더 높아질 거라고 한다. 이들이 속한 금융노조가 93.4%의 압도적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했다. 23일 서울 광화문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도 열었다. 노조는 “억대 연봉 귀족노조란 지적은 오해”라며 “시중은행이 아닌 국책은행 조합원의 평균 연봉은 7200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7200만원밖에 안 된다’는 하소연을 하려던 것 같은데, 그것도 많은 직장인이 넘보지 못하는 액수여서 오히려 자랑처럼 들리고 말았다.

이들의 결의대회가 열린 날 인터넷에선 경남 창원시 8급 공무원의 사연이 회자됐다. “월급 180만원 받아서 결혼하고 아이 낳겠습니까?” 지난 주말 어느 방송에서 이렇게 하소연한 그는 독거노인 1000명을 챙기는 사회복지 공무원이었다. 격무도 힘겹지만 미래가 더 답답하다고 했다.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폭등이 부른 자산 가치 인플레이션은 이런 저임금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에 높은 진입장벽을 쌓았다. 한때 선호직종 1위였던 공무원의 인기가 몇 년 새 급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직업 안정성이 커버해주지 못하는 격차가 벌어졌다.

이 공무원의 사연에 많은 댓글이 달릴 때 광주의 대학에선 열여덟 살 1학년 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보육원에서 자라 대입 관문을 통과한 그는 올해 초부터 기숙사 생활을 해왔다. 방학이라 다들 집에 갔는데, 돌아갈 집이 없어 홀로 기숙사를 지키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만 18세가 돼서 보육원을 떠나며 받은 자립정착금 700만원이 바닥난 터였다. 세상에 어렵게 첫발을 디뎠지만 거기까지였다. 어떤 이는 파업으로 7200만원 연봉을 하소연하고, 어떤 이는 방송에서 월급 180만원을 하소연할 때, 그가 텅 빈 잔고를 하소연할 곳은 유서뿐이었다. 이렇게 적었다고 한다.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 짧은 생을 살다 간 ‘보호종료아동’의 명복을 빈다.

태원준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