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상승 이끈 '머지 업그레이드' 뭐지?

나건웅 2022. 8. 2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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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린이를 위한 암호화폐 설명서](20)
한 달 새 80% 급등한 이더리움

이더리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한 달 상승률이 80%에 육박한다. 올해 7월, 1030달러로 시작한 이더리움 가격은 지난 8월 14일 1999달러를 기록하며 한때 2000달러 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한화로 따지면 140만원대에서 265만원까지 오른 셈이다.

전체 코인 시가총액에서 이더리움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이더리움 도미넌스’ 역시 최근 4년 새 최고점을 찍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8월 14일 기준 이더리움 도미넌스는 20.65%로 지난 2018년 2월 이후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반면 줄곧 40%대를 이어가던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39.91%로 주저앉았다.

이더리움이 ‘나 홀로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명백’하다. ‘이더리움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업그레이드’라고 평가받는 ‘머지(The Merge)’ 진행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머지가 뭐지’라며 생소해할 수 있는 투자자를 위해 머지 업그레이드가 무엇인지 알아본다.

▶이더리움 2.0을 향해 계속 진화 중

▷현재까지 총 9번의 업데이트

코인과 블록체인은 컴퓨터로 따지면 ‘운영체제(OS)’에 비유할 수 있다. 마이크로스프트의 운영체제 ‘윈도’가 시대를 거치며 현재 ‘윈도 11’까지 진화한 것처럼, 코인 역시 개발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된다. 코인 생태계에서는 ‘업그레이드’ 대신 ‘포크(Fork)’라는 말을 쓴다. 하나의 블록체인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모습이 음식을 먹을 때 쓰는 포크를 닮았다는 데서 비롯했다. 업그레이드 이전 블록체인과 호환 여부에 따라 ‘소프트포크(Soft Fork)’와 ‘하드포크(Hard Fork)’로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

이더리움 역시 마찬가지다. 이더리움 개발자들은 현재 이더리움보다 한층 개선된 ‘이더리움 2.0’을 위해 주기적인 업데이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더리움은 지금까지 총 9번의 포크를 진행했다. 포크 진행 때마다 이더리움 성능은 개선됐고 운영 시스템도 다소 바뀌었다. 예를 들어 2017년 진행한 ‘비잔티움 포크’ 때는 채굴 보상을 줄였고 2019년 ‘콘스탄티노플 포크’와 ‘이스탄불 포크’ 때는 이더리움 수수료인 ‘가스비’를 최적화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지난해 진행됐던 ‘런던 포크’에서는 수수료 지급 방식을 변경하고 이더리움 공급량도 줄였다.

▶비콘체인과 이더리움의 ‘병합’

▷최신형 엔진을 탑재하게 된 이더리움

하지만 지금까지 이더리움 포크는 이번 ‘머지 업그레이드’를 위해 진행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이번 머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머지는 ‘성능 업그레이드’라는 점에서는 포크와 비슷하지만 그 방식과 업데이트 내용면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머지는 이더리움 2.0으로 전환을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지금까지 포크와는 달리 채굴 방식·거래 처리 속도·공급량 등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단어가 주는 어감부터 다르다. ‘포크’가 기존 블록체인에서 ‘갈라진다’는 의미라면 ‘머지’는 영단어 뜻처럼 ‘병합’을 의미한다. 병존했던 두 개의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하나로 합친다고 보면 된다. 대체 무엇과 무엇을 합친다는 얘기일까.

머지 업그레이드의 시작은 2020년 12월 1일부터라고 보는 것이 맞다. 기존 이더리움 블록체인과는 별개 블록체인인 ‘비콘체인(Beacon Chain)’이 생성된 날이다. 이번 머지 업그레이드는 2020년 12월 이후 운영돼온 비콘체인을 기존 이더리움 블록체인과 합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이름도 ‘머지(병합)’다. 여러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제 본체에 비콘체인 시스템을 이식한다는 개념이다.

‘우주선’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다. 이더리움은 ‘모체’다. 이미 우주를 날아다니고 있는 거대한 우주선이다. 하지만 우주선 엔진에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직접 모체에서 바로 엔진 교체 실험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큰 우주선에 엔진을 바꿔 끼려면 비용 문제도 크거니와 사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테스트용으로 만든 ‘소형 우주선’이 비콘체인이다. 비콘체인에서 업그레이드한 엔진을 이제 기존 이더리움에 결합하는 것이 바로 ‘머지’다.

▶PoW에서 PoS로 채굴 방식 변화

▷전력량 급감…데이터 처리 속도↑

비콘체인과 오리지널 이더리움 블록체인 사이의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채굴 방식’이다.

이더리움 채굴 방식은 ‘작업 증명(PoW·Proof of Work)’이다. 말 그대로 ‘작업량이 많다고 증명’한 사람에게 채굴 보상을 주는 시스템이다. 여러 채굴자에게 어려운 수학 문제를 나눠 주고 연산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채굴 권한을 받는 방식이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로 PoW 방식을 쓴다.

이더리움 비콘체인은 ‘지분 증명(PoS·Proof of Stake)’으로 운영돼왔다. PoS에서는 ‘누가 연산을 잘하냐’가 아니라 ‘해당 코인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냐’에 따라 채굴 권한을 받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PoS에서는 별도 채굴기가 필요 없다. 누구나 일정 수량 이상 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면 채굴에 참여할 수 있다. CPU나 그래픽카드 같은 고사양 장비도 당연히 필요 없다.

이번 머지 업그레이드가 완료되면 이더리움은 PoW에서 PoS로 바뀐다. 그동안 채굴에 들어갔던 막대한 ‘전력량’이 절감될 예정이다. 연산 경쟁 자체가 사라지면서 이더리움 채굴에 필요한 전력은 99.9%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PoW에서 그간 연산 경쟁에서 패배한 채굴자들이 썼던 무의미한 전력도 사라진다.

채굴 방식 외에도 달라지는 것이 많다. 현재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이더리움의 낮은 거래 처리량과 높은 수수료가 개선될 전망이다. 최근 ‘한국 블록체인 위크(KBW)’에 참석한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머지 이후 롤업과 데이터 압축 등의 기능을 통해 이더리움 초당 거래 속도가 최대 6000TPS까지 확대될 수 있고, 수수료도 0.25달러까지 인하될 것”이라 말했다. 현대 이더리움은 40~50TPS 수준, 평균 수수료는 3달러 정도다.

하루 이더리움 생성 개수도 줄어든다. 현재 1만2000개에서 1280개 수준으로 90% 이상 감소한다. 매일 새로 생성되는 이더리움 숫자가 줄어들면서 이더리움 가치는 자연스럽게 오를 전망이다.

▶투자자 주의해야 할 점은?

▷거품 조심…이더리움 킬러도 변수

최근 이더리움 가격이 탄력을 받는 이유는 머지 업그레이드 일정이 9월 19일경으로 확정되면서다. 얼핏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이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없잖다.

첫째, 경쟁 코인이나 기존 IT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느린 거래 처리 속도다. 머지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예상되는 최고 초당 처리 속도는 6000TPS. 글로벌 카드사인 비자카드(약 2만4000TPS)는 다른 코인인 솔라나(약 5만TPS)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국내 블록체인 기술 기업 ‘위즈블’이 독자 기술로 개발해 최근 해외 거래소에 상장한 ‘AIPC’는 공식 처리 속도가 14만TPS에 달한다. 지금은 이더리움이 절대적 위치에 있지만 향후 개발에 따라 언제든 판도가 뒤집힐 수도 있다.

둘째, 머지 업그레이드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연기되는 경우다. 이미 이더리움은 네트워크 업그레이드를 여러 차례 연기한 전적이 있다. 올 9월에 반드시 업그레이드가 진행된다고 확언할 수 없는 이유다. 시점이 늦어지거나 또는 업그레이드 이후 여러 문제점이 노출될 경우 오히려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3호 (2022.08.24~2022.08.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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