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존리·강방천과 가치투자자들을 위한 변명

2022. 8. 2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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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세대 가치투자 전도사 존 리 대표와 강방천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비보를 접했다.

존 리 대표의 경우도 알려진 사실만으로 유추해보면 그가 편취했다는 금액이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존 리 대표의 아내가 얻는 이익은 6000만원의 6%인 36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고객을 모집할 만한 좋은 상품이 항상 부족한 상황에서 오히려 존 리 대표는 이 거래를 통해 수탁고와 보수수익을 높이는 업무성과를 냈다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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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위반 논란 뭇매
척박한 한국 주식시장 개선한 노력까지 백지화되지 않아야

최근 1세대 가치투자 전도사 존 리 대표와 강방천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비보를 접했다. 친분은 없지만 같은 투자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후배 입장에서 안타까움이 크다. 그들의 행위가 자본시장법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결난다면 당연히 징계를 받는 것이 합당하다. 하지만 필자가 살펴본 바로는 그들이 위반한 것으로 조사받는 사안이 이처럼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하고, 그동안 쌓아왔던 명예가 송두리째 뽑힐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이에 두 가치투자 선배들을 위한 변명을 서술해보려 한다.

최근 금융감독원장은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며 그들의 불법 의혹에 대해 강한 의견을 피력했다. 금융사 임원은 남들에 비해 월등한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얘기를 한 것이다. 하나 눈치 빠른 사람들은 그의 말에서 두 사람이 어느 정도의 불법행위를 했는지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자두(오얏은 자두의 옛말이다)를 몰래 따먹은 것이 아니라 갓끈을 고친 사실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다.

자본시장법에는 엉뚱하게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면 처벌하는 식의 규정들이 일부 존재한다. 금융투자업 종사자는 자신의 계산으로 삼는 주식계좌 수가 1개를 초과하면 안된다는 소위 ‘차명계좌법’도 그중 하나다. 본래는 주가조작, 시세조정, 선행매매, 펀드재산편취행위 등 큰 벌을 받아 마땅한 불법행위의 가능성을 낮추고자 만든 법이다. 하지만 그런 불법행위와 아무 상관이 없더라도 2개 이상의 계좌가 적발되면 처벌을 받아야 했다. 자두는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갓끈을 맸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처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강 회장의 경우가 그렇다. 본인의 가족회사가 보유한 계좌를 감독원에서는 차명계좌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법에는 법인을 대주주와 별개의 인격체로 보는 ‘법인격’ 개념이 있다. 감독원의 주장대로 법인의 계좌가 대주주의 계좌로 간주된다면 우리나라의 수많은 가족법인들이 보유한 주택은 대주주의 주택과 합산해 1가구 다주택으로 계산돼야 할 것이다. 법의 저촉 여부를 떠나 중요한 사실은 법인계좌를 통한 주가조작 같은 파렴치한 범죄행위는 없었다는 것이다.

존 리 대표의 경우도 알려진 사실만으로 유추해보면 그가 편취했다는 금액이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아내가 6% 지분을 보유한 곳은 개인대출을 중개하고 수수료를 떼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대출상품 중개업 회사다. 펀드자금 60억원으로 이 회사가 중개하는 대출상품에 투자했다면 이 회사는 수수료를 1%로 가정할 때 6000만원 정도 중개 수수료를 얻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존 리 대표의 아내가 얻는 이익은 6000만원의 6%인 36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고객을 모집할 만한 좋은 상품이 항상 부족한 상황에서 오히려 존 리 대표는 이 거래를 통해 수탁고와 보수수익을 높이는 업무성과를 냈다고 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거래에서 고객에게 피해를 입히며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범죄행위는 없었다는 사실이다.

언론에 알려진 얘기만으로 필자가 그들의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그들이 조사받고 있는 위반행위는 적어도 주식시장 참여자나 펀드고객에게 피해를 끼친 악의적 행위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매우 부도덕한 범죄행위를 했을 것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어 안타깝다. 척박한 한국 주식시장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 한 그들의 노력과 공로가 이 사건으로 백지화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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