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개미 지갑서 챙긴 '빚투 이자'로 1조까지 배 채우겠다는 심산

이선애 2022. 8. 2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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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9억원.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개인 신용거래융자를 통해 얻은 이자 수익이다.

증권사별로는 삼성증권(1381억원), 키움증권(1224억원), 미래에셋증권(1157억원), NH투자증권(1049억원) 등 4곳 순으로 이자수익이 많았고, 1000억원을 넘게 벌었다.

빚투가 줄었는데, 증권사들의 이자 수익은 왜 불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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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8619억원.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개인 신용거래융자를 통해 얻은 이자 수익이다. 올해 증시가 부진해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감소했지만, 빚투가 크게 늘었던 작년 상반기(8524억원)보다 100억원 가까이(95억원)이나 증가했다. 2019년(3904억원)과 2020년(3640억원) 상반기보다는 2배 이상 많다.

증권사별로는 삼성증권(1381억원), 키움증권(1224억원), 미래에셋증권(1157억원), NH투자증권(1049억원) 등 4곳 순으로 이자수익이 많았고, 1000억원을 넘게 벌었다. 빚투가 줄었는데, 증권사들의 이자 수익은 왜 불어났을까. 높은 금리 탓이다. 증권사들이 신용융자거래 이자율을 속속 올리면서 ‘빚투 이자율’이 10%를 넘는 곳까지 등장했다.

올들어 개미들은 증시 급락에 따라 ‘손실 방석’에 앉았다. 이자 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증권사들은 빚투 이자로 곶간을 채우면서도 신용융자로 인한 손실 걱정이 없다. 상반기 말 기준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18조원에 육박한 데, 손실을 예상해 회계상 사전에 설정하는 대손충당금액은 고작 157억원에 불과하다. 증권사들이 빌려준 돈 가운데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의 비중이 고작 0.08%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이유는 안전장치인 ‘반대매매’덕분이다.

증권사는 신용거래융자를 줄 때 투자자가 이미 소유하고 있는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 신용거래를 이용한 투자자가 정해진 담보 유지 비율을 지키지 못하면, 증권사는 다음날 개장과 동시에 해당 주식을 하한가(-30%)로 처분하는 반대매매에 나서면서 사실상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신용거래융자는 주식담보와 담보비율, 반대매매까지 ‘3종 세트’로 증권사들의 손실 가능성은 제로(0%)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이 10% 안팎의 이자를 받는 것은 폭리를 취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위험 관리 비용과 조달금리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높은 수준의 이자를 유지해야 한다는 증권사들의 주장은 구차한 변명처럼 들린다. 일부 증권사는 자체자금으로 신용거래융자를 제공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KB증권이 다음달부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0.3~0.7%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나섰다. 업계 1위 미래에셋증권의 이자율 인상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증권사들은 올들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이자율을 잇따라 올렸으며, 일부 증권사는 이미 10%가 넘는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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