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팍팍 밀어달라"..'봉이 김선달' 분노한 스님의 변심 왜?

윤지원 2022. 8.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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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6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정청래 후보를 이번 최고위원 선거에서 좀 팍팍 밀어주시라.”

최근 안민석 의원(5선), 김두관 의원(재선) 등 복수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조계종 문화부장 성공 스님으로부터 이런 전화 한 통을 받았다고 한다.

성공 스님은 지난해 10월 국회 앞에서 “정청래는 의원직을 사퇴하라”는 1인 시위를 벌였던 당사자다. 정 후보가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하고, 이를 징수하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하자, 종단에서 문화재를 담당하는 성공 스님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이었다.

성공 스님이 홀로 들어 올린 이 깃발은 불교계가 정 후보를 향해 일으킨 집단적 분노의 시작이었다. 지난 1월엔 ‘반(反)정청래’를 기치로 한 전국승려대회가 28년 만에 열리기도 했다.

그런 성공 스님이 돌연 8·28 전당대회에서 정 후보의 조력자를 자처하자 정치권에선 그 배경을 놓고 여러 추측이 나왔다. 성공스님은 22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나 뿐 아니고 종단의 많은 스님들이 정 후보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인 마음”이라며 “일종의 미안함과 고마움이 한 데 섞여 있다고 보면 된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정 후보가 불을 지르면서, 오히려 수십 년 동안 묵혀왔던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 논란이 부상할 수 있었다”며 “결국 정 후보가 직접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재 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지난 4월 국회에서 입법이 이뤄질 수 있었다” 고 말했다. 정 후보의 개정안은 사찰이 문화재 관람료를 일부 감면할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감면액을 지원할 수 있게 한 법안이다.

지난 1월 2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전국승려대회에서 스님들이 정부 및 더불어민주당에 항의하고 있다. 이날 조계사에서 열린 전국승려대회에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찰의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통행세'에 비유한 발언 등을 계기로 정 의원 제명과 문체부 장관 사퇴, 문재인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하기 위해 전국 승려 5000여명이 참석했다. 뉴스1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다뤄지며 다시 화제가 된 ‘문화재 관람료’ 논란은 그동안 사찰과 관람객 간의 해묵은 갈등 소재였다. 문화재 관람료는 사찰 등 공개된 국가지정문화재 소유자가 관람 비용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에 기반한 요금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를 ‘지나가기만 해도 돈을 내라’는 통행세 요구로 받아들이며 반발해왔다.

정 후보도 국정감사 당시 일반 대중 입장에서 ‘봉이 김선달’ 발언을 던졌다가, 불교계의 거센 반발을 샀고, 결국 문화재 보호법 개정안 통과를 주도하며 사태를 수습한 것이다.


불심마저 얻은 정청래…수석 최고위원 유력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5일 오후 대전 중구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열린 이재명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크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불교계마저 우군으로 돌려세운 정 후보는 21일까지 진행된 전국 15개 광역 시·도 순회 경선에서 부동의 1위(26.40%)를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그의 ‘초강성’ 이미지가 득표 한계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2위(23.39%)인 고민정 후보의 추격에도, ‘정청래 수석 최고위원’이 유력하다는 게 당 안팎의 전망이다. 최종 득표율 1위를 차지한 ‘수석 최고위원’은 지도부 회의 석상에서 당 대표의 바로 왼쪽 자리를 꿰차게 된다. 발언 순서도 당 대표, 원내대표에 이은 3번째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왼쪽)와 박주민 전 최고위원이 지난 2020년 7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후보가 ‘이재명호’의 수석 최고위원 자리에 바짝 다가선 상황을 두고 당내에선 “지도부가 지나치게 강성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 당 대표를 중심으로 나란히 박홍근 원내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이 자리하는 ‘좌(左) 청래 우(右) 홍근’ 그림만으로 당 이미지가 강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직까지 맡고 있는 정 후보는 이미 과방위에서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법’ 강행 처리를 위한 수순을 밟으며 여당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정 후보는 여당 간사 선임을 거부한 채,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과 단독으로 상임위 일정을 조율하며 편파 진행 논란에도 휩싸였다. 지난 18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 후보의 의사 진행에 대해 항의하며 38분만에 집단 퇴장하기도 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운데)와 김영식 의원(오른쪽)이 정회를 요구하며 정청래 과방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회의는 간사 선임과 법안 심사 소위원회 구성, 회의운영방식에 있어 여야 간 의견을 달리했다. 김성룡 기자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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