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데이터는 힘이 세다

정승훈 2022. 8. 23.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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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주제에 대한 의견을 담은 기사를 쓸 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그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사례를 모으는 것이다.

한국의 의료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인 것은 정확한 데이터를 오랜 기간 축적하고 활용할 수 있었던 건강보험체계가 큰 힘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

인구가 수천만 명 이상인 국가라면, 이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하는 의료 알고리즘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이다.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자신이 어떤 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지 알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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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훈 디저털뉴스센터장


특정 주제에 대한 의견을 담은 기사를 쓸 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그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사례를 모으는 것이다. 좋은 사례는 취재한 내용의 논리적 근거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 된다. 학술 논문이나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적확한 사례 한두 개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사례는 결국 데이터다. 특정 상황과 유사한 데이터가 많다면 글은 설득력이 강해진다. 글쓰기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정부의 정책 결정이나 기업의 경영 판단에도 비슷한 전례는 중요한 참고가 되고,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의 근거가 될 확률도 높아진다.

데이터는 힘이 세다. 그 힘은 점점 더 세지고 있다. 데이터는 기업과 국가의 중요한 자산으로 부상했다. 적확한 데이터를 얼마나 모을 수 있느냐가 기업과 정부의 경쟁력이 됐다. 일상생활 대부분이 온라인과 연결된 세상에서 개인의 데이터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곳은 구글, 메타(페이스북), 애플 등 거대 IT기업들이다. 이들을 ‘빅브러더’로 경계하는 이유다. 하지만 진짜 빅브러더는 국가가 될 확률이 높다. 정부는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보다 훨씬 더 민감할 수 있는 정보까지도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고 있다.

우리 정부도 개인의 생체정보와 관련한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건강보험체계는 국민의 생체정보를 효과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한국의 의료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인 것은 정확한 데이터를 오랜 기간 축적하고 활용할 수 있었던 건강보험체계가 큰 힘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 모든 국민에게 DNA 샘플을 제출하라고 강제할 수 있는 국가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빠른 시간에 인구 숫자만큼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수 있다. 인구가 수천만 명 이상인 국가라면, 이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하는 의료 알고리즘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이다. 이 정도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한 국가에는 전 세계인들이 찾아와 DNA 샘플을 제공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자신이 어떤 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지 알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인종 데이터까지 확보하면 이 데이터베이스는 한층 더 거대하고 강력해질 것이다. 어쩌면 다른 국가에서도 정보 공유를 요청할지 모른다. 한 국가의 데이터베이스는 군사력 못지않은 무기가 될 수 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체제로 나뉘어 있던 과거엔 공산주의의 중앙집중형 정보처리 시스템보다 자본주의의 분산형 정보처리 시스템이 더 우위에 있었다. 정보를 독점한 정부의 판단보다 정보가 분산된 상태에서 시장의 결정이 더 효과적이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발전된 기술이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 결과를 내놓는 지금은 양상이 좀 다르다. 정보가 한곳에 많이 모일수록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독점기업과 특정 체제 국가에 반대해온 개인의 선택도 달라질 수 있다. 10만 데이터 기반의 회사와 10억 데이터 기반의 회사가 있다고 할 때 개인은 어떤 회사에 자신의 정보를 제공할까. 정보 제공 대상이 국가라 해도 마찬가지다. 데이터가 힘을 가진 세계에서는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나 국가에 정보가 쏠리게 된다.

유발 하라리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세상에선 개인주의와 인본주의가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데이터가 위력을 발휘하는 세상에서 위태로워지는 건 개인주의와 인본주의만이 아니다. 이념에 따른 정부 체제, 국제적인 힘의 역학관계, 세계 공통의 경제 기반도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흔들릴 수 있다. 데이터는 아주 힘이 세다.

정승훈 디저털뉴스센터장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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