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형벌 과잉에 민간 주도 성장 가능한가

2022. 8. 23. 04: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옥살이 5년.

소설 '레미제라블' 출간 후 160년이나 흐른 한국에서 형벌 과잉이 판치고 있다.

산에서 밤 따면 7년, 운전하다 중앙펜스 부수면 2년, 서울 양재대로에서 자전거 타면 1년까지도 감옥행! 형벌 과잉 강의를 시작하며 들던 희화적 예들이다.

불행히도 한국에서는 형벌 과잉이 국민을 짓눌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일중(성균관대 교수·경제학과)


옥살이 5년. 허기진 누이네 주려고 훔친 빵에 다른 두어 경범죄를 합쳐 장발장이 받았던 벌이다. 탈옥 시도로 19년이나 복역하며 집안은 풍비박산났다. 소설 ‘레미제라블’ 출간 후 160년이나 흐른 한국에서 형벌 과잉이 판치고 있다. 산에서 밤 따면 7년, 운전하다 중앙펜스 부수면 2년, 서울 양재대로에서 자전거 타면 1년까지도 감옥행! 형벌 과잉 강의를 시작하며 들던 희화적 예들이다. 52시간 근로와 최저임금을 어겨도 각각 2년과 3년까지다. 사망자가 있는 중대재해의 의무 불이행은 1년 ‘이상’의 징역이다. 공정거래 규제들도 형벌로 도배됐다.

살면서 겪는 갈등은 대개 법 없이 해결한다. 구매 상품이 열악하면 거래 단절이 강력한 페널티다. 법의 영역에 들어와도 민사와 행정적 제재들이 참 다양하다. 하지만 이로써도 막기 힘든 악행이 있다. 소위 범의와 가벌성이 클 때다. 그때만 ‘범죄’로 규정한 후 형벌을 쓴다. 형법전의 존재 이유다. 단 국가는 국민 생명과 재산의 보호만을 위해 형벌권을 행사해야 한다. 과연 그러한가. 불행히도 한국에서는 형벌 과잉이 국민을 짓눌렀다. 근거는 널렸다. 규제 위반에 대한 제재 중 형벌 비중이 44%라고 일찍이 정부가 인정했다. 형벌 조항을 갖는 법률 비율은 50년간 1.3배나 증가해 2017년에는 65%로 치솟았다(김두얼 교수). 세부적으론 더 심각하다. 기본법과 정부조직법 등을 제외하고 2015년에 전수조사해봤다. 규제 위반에 형벌을 부과한 법률이 700개를 넘었다. 개별 규정은 5000여개였다. 하위 법령으로의 위임까지 따지면 이른바 ‘행정범죄’ 종류는 실제 수만개에도 달했으리라. 형법전의 숱한 ‘일반범죄’들 빼고도 이리 많다. 작년에 16개 부처 소관 경제 법률 속의 형벌 규정만 6568개였다(전국경제인연합회).

어쩌다 형벌 과잉에 빠졌나. 우선 ‘과잉 규제’가 문제였다. 그러고는 마구 형벌을 들이댄 ‘과잉 범죄화’로 치달아서다. 과잉 범죄화의 원인은 다양하나 핵심은 입법자의 무지와 이익집단의 사익 추구다. 전자는 자만과 얽혀 엄벌론을 남발시켰다. 진입 장벽과 경쟁 제한 등을 형벌로 굳히려는 기득권자의 로비 결과가 후자다. 힘이 세어지니 규제자도 반겼다. 법정형과 중복 처벌도 늘려갔다. 그래서 행정청 재량이 막강해졌다. 친고죄로 된 행정범죄들에서 더욱 그렇다. 자유를 이토록 옥죄면서 ‘민간과 서민 주도 성장’이 가능하겠는가. 폐해는 참담하다. 성인 25%가 초범 이상의 전과자라는 통계를 10년 전 얻고선 충격이 컸다. 단순 예측으로 2030년엔 30%도 초과할 것이다. 전국 교도소 수용률은 10년째 100%를 넘겼으니 향후 밀려드는 전과자들로 조기 출옥이 늘면서 재범률은 올라갈 테다. 일반범죄 중에서도 끔찍한 강력흉악과 강력폭력 범죄가 2020년 각 3만3000건과 21만건 일어났다. 무려 67만건의 행정범죄를 처리하느라 강력범죄 억지에 지장을 받았으리라. 법 집행 자원의 쏠림이 일으키는 풍선효과는 국내외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바다. 이러다 경찰서 부근의 강도조차 막기 힘들어지지 않을까.

논어는 ‘제지이형 민면이무치(齊之以刑 民免而無恥)’라 경고했다. 형벌로만 닦달하면 부끄럼 모르는 백성을 만든다. 걸면 걸리는 게 전과니 법 자체를 무시한다. 강자들은 더 쉽게 면피한다. 마침내 형벌은 국가 질서유지 기능을 잃고 만다. 그래서 탈범죄화 개혁이 시급하다. 분석해보니 가령 공정거래의 형벌은 담합과 시장지배력 남용에만 적합했다. 나아가 형량의 합리화도 개혁의 핵심이다. 최근 정부가 약속한 경제형벌규정 개혁을 환영한다. 그런데 속성이 비슷한 규제개혁에 임해온 그들을 보면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결단, 설득, 책임이 성공의 최소 조건이다. 실천하는지 지켜보자.

김일중(성균관대 교수·경제학과)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