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해에 유병호 비위 신고한 부하..국회서 폭로된 감사원 내분
“역대 감사원에서 부이사관이 직속 상관을 원장께 비위 신고한 적이 있습니까?”(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 기억으로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최재해 감사원장)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취임 뒤 벌어진 감사원의 내부 분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감사원 직원들 사이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란 반응이 나왔다. 시작은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폭로성 질문이었다. 김 의원은 이날 최재해 감사원장과의 질의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공공기관 감사국장이었던 유 사무총장의 직속 부하였던 A과장이 유 사무총장을 비위 의혹으로 신고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감사원 직원들도 대부분 몰랐던 내용이다. 다음은 두 사람의 질의응답.
김의겸:“A과장을 포함해 5명이 유병호 사무총장이 국장시절 감사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고 원장님한테 신고서를 접수시켰죠?”
최재해:“신고서가 접수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의겸:“어떤 조치를 취하셨습니까?”
최재해:“조사 필요성이 있어서 특감반을 편성해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A과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유 사무총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기관 평가 비위를 봐준 의혹이 있다’며 직위 해제한 인물이다. 당시 그의 상사가 유 사무총장이었다. 유 사무총장은 A과장과 함께 당시 공공기관을 감사했던 4명의 감사관에 대해서도 직위 해제와 동시에 특별감찰을 지시했다. 그런데 A과장이 최 원장에게 유 사무총장의 비위를 신고한 것이다. 일종의 하극상이 국회에서 공개된 셈으로, 감사원 관계자는 “A과장이 유 사무총장의 지휘를 받는 감찰팀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해 최 원장 산하 직속 특감반이 구성됐던 상태다. 그 특감반에 유 사무총장의 행동강령 위반 제보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행동강령 위반 내용에 대해선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A과장의 신고 동기는 이후 박범계 민주당 의원과의 질의에서 보다 구체화됐다. 박 의원은 “제보자”란 표현을 쓰며 A과장이 내부 신고를 한 캡처 화면을 국회에서 공개했다. 다음은 박 의원과 최 원장의 질의응답.
박범계:“역대 감사원에서 부이사관이 직속 상관을 원장께 비위신고한 적이 있습니까?”
최재해:“제 기억으로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박범계:“A과장 포함 직원들을 1시간 동안 만나 엄정한 감찰을 약속했습니까?
최재해:“그렇게 약속했습니다.”
박범계:“그런데 그 이후로 아무것도 진행된 것이 없다는 게 제보자 이야기입니다.”
이날 유 사무총장은 최 원장 뒤에 앉아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박 의원은 질의 과정에서 A과정의 주장을 최 원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A과장의 말을 빌려 “자기가 허위공문서를 작성했다면 직속상관인 당시 유병호 국장도 공모자이거나 최소 방조 혐의는 있을 텐데, 관련 지휘나 직무에서 배제해달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거다. 그래서 엄정한 감찰을 약속하셨죠?”라고 물었고 최 감사원장은 “예”라고 답했다.
이날 유 사무총장에 대한 특감반 조사 사실이 공개되자 감사원 직원들 사이에선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최 감사원장이 “기억에 없다”고 말한대로 감사원 직원 사이의 비위 폭로가 국회에서, 그것도 현직 감사원장의 입을 통해 언론에 공개된 건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의 질문에 최 원장이 “확인해줄 수 없다”가 아니라 조사 관련 내용을 공개한 것을 두고서도 여러 해석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취임한 유 사무총장이 밀어붙이는 감사원 쇄신 작업을 두고 최 원장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최 원장이 유 사무총장에 대한 견제를 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며 “두 사람 간의 이견이 상당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전임 정부를 겨냥한 감사원의 전방위 감사와 내부 청산 작업에 대한 반발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라며 “유 사무총장과 최 감사원장 모두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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