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해에 유병호 비위 신고한 부하..국회서 폭로된 감사원 내분

박태인 2022. 8. 2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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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의 질의에 답하는 최재해 감사원장(왼쪽). 뒷편에선 유 사무총장이 두 눈을 감고 자신과 관련한 질의내용을 듣고있다. JTBC캡처

“역대 감사원에서 부이사관이 직속 상관을 원장께 비위 신고한 적이 있습니까?”(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 기억으로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최재해 감사원장)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취임 뒤 벌어진 감사원의 내부 분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감사원 직원들 사이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란 반응이 나왔다. 시작은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폭로성 질문이었다. 김 의원은 이날 최재해 감사원장과의 질의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공공기관 감사국장이었던 유 사무총장의 직속 부하였던 A과장이 유 사무총장을 비위 의혹으로 신고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감사원 직원들도 대부분 몰랐던 내용이다. 다음은 두 사람의 질의응답.

김의겸:“A과장을 포함해 5명이 유병호 사무총장이 국장시절 감사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고 원장님한테 신고서를 접수시켰죠?”

최재해:“신고서가 접수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의겸:“어떤 조치를 취하셨습니까?”

최재해:“조사 필요성이 있어서 특감반을 편성해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A과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유 사무총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기관 평가 비위를 봐준 의혹이 있다’며 직위 해제한 인물이다. 당시 그의 상사가 유 사무총장이었다. 유 사무총장은 A과장과 함께 당시 공공기관을 감사했던 4명의 감사관에 대해서도 직위 해제와 동시에 특별감찰을 지시했다. 그런데 A과장이 최 원장에게 유 사무총장의 비위를 신고한 것이다. 일종의 하극상이 국회에서 공개된 셈으로, 감사원 관계자는 “A과장이 유 사무총장의 지휘를 받는 감찰팀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해 최 원장 산하 직속 특감반이 구성됐던 상태다. 그 특감반에 유 사무총장의 행동강령 위반 제보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행동강령 위반 내용에 대해선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국회 법사위서 공개한 감사원 A과장의 유병호 사무총장 신고내역. JTBC캡처

A과장의 신고 동기는 이후 박범계 민주당 의원과의 질의에서 보다 구체화됐다. 박 의원은 “제보자”란 표현을 쓰며 A과장이 내부 신고를 한 캡처 화면을 국회에서 공개했다. 다음은 박 의원과 최 원장의 질의응답.

박범계:“역대 감사원에서 부이사관이 직속 상관을 원장께 비위신고한 적이 있습니까?”

최재해:“제 기억으로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박범계:“A과장 포함 직원들을 1시간 동안 만나 엄정한 감찰을 약속했습니까?

최재해:“그렇게 약속했습니다.”

박범계:“그런데 그 이후로 아무것도 진행된 것이 없다는 게 제보자 이야기입니다.”

이날 유 사무총장은 최 원장 뒤에 앉아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박 의원은 질의 과정에서 A과정의 주장을 최 원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A과장의 말을 빌려 “자기가 허위공문서를 작성했다면 직속상관인 당시 유병호 국장도 공모자이거나 최소 방조 혐의는 있을 텐데, 관련 지휘나 직무에서 배제해달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거다. 그래서 엄정한 감찰을 약속하셨죠?”라고 물었고 최 감사원장은 “예”라고 답했다.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기획수석(오른쪽)이 22일 을지 국무회의에 참석,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이날 유 사무총장에 대한 특감반 조사 사실이 공개되자 감사원 직원들 사이에선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최 감사원장이 “기억에 없다”고 말한대로 감사원 직원 사이의 비위 폭로가 국회에서, 그것도 현직 감사원장의 입을 통해 언론에 공개된 건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의 질문에 최 원장이 “확인해줄 수 없다”가 아니라 조사 관련 내용을 공개한 것을 두고서도 여러 해석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취임한 유 사무총장이 밀어붙이는 감사원 쇄신 작업을 두고 최 원장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최 원장이 유 사무총장에 대한 견제를 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며 “두 사람 간의 이견이 상당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전임 정부를 겨냥한 감사원의 전방위 감사와 내부 청산 작업에 대한 반발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라며 “유 사무총장과 최 감사원장 모두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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