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바이든 발목 잡는 두 가지

2022. 8. 2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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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첫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안정적인 민주국가 가운데 하나지만,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전례가 화려하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8월 7일 보도한 내용이다.

현재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로 시끄럽다. 8월 12일 FBI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별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는데, 여기서 비밀문건 11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되는 부분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가 ‘사법 방해’ ‘정부 기록의 불법적인 취급’ 그리고 ‘간첩법’이라는 점이다. 특히 ‘간첩법’ 혐의가 적용된다면, 미국 전직 대통령이 간첩 혐의를 받는 최초의 경우가 된다. 전직 대통령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도 초유의 사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미국 정가와 사회가 둘로 갈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FBI의 압수수색을 “2024년 나의 대선 출마를 간절하게 저지하고 싶은 급진좌파 민주당원의 공격”이라고 규정하며 지지자 결집에 나섰다. 트라팔가그룹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공화당원 중 75%가 이번 압수수색은 공정한 법 집행이 아니며, 트럼프를 제거하려는 세력이 배후에 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사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에 압수수색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압수수색에 대한 보고를 받지 않았다. 법 집행 문제는 법무부의 영역”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은 바이든 대통령과 무관함을 강조하고 있다. 만일 이후에 트럼프 대통령이 기소되고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될 즈음 감옥이라도 가게 된다면, 그 후폭풍이 엄청날 것임은 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사례가 워싱턴포스트에 언급된 것이다. 이는 곧, 미국이 현재 처한 상황이 과거 우리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과거는 그렇다 치고 현재 우리는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로울까?

일단 이재명 의원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를 보자. 이재명 의원은 이른바 법인카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로비 의혹, 성남FC 후원금 관련 의혹,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등으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들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 한 건 이상이 이재명 의원에게 불리하게 나온다면?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됐다고 가정할 때, 민주당에 주는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럴 경우, 현재 미국처럼 여야가 극단적으로 맞붙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다.

미국보다 상황이 더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명 의원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가시화되면, 민주당 내부 갈등도 극에 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당대회 국면에서는 조용하게 있는 친문들이, 이재명 의원을 공격하며 임시 전당대회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한마디로 여야 간 대결에서는 ‘정치보복’ 여부가, 그리고 민주당 내부 갈등에서는 ‘당의 안정적 운영’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사법 리스크를 발생시킬 수 있는 사안은 이뿐 아니다. 이른바 블랙리스트 문제, 탈원전 추진 과정과 관련된 의혹,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그리고 탈북민 강제 송환 사건 등에 대한 수사 진전에 따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수사 선상에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직전 대선에서의 여당 후보에 대한 수사와 직전 정권에 대한 수사가 함께 이뤄져, 두 결과 모두가 민주당 측에 불리하게 나온다면 그 폭발력은 두 배가 될 수 있다.

공통점은 또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최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낮다. 이 또한 미국과 똑같은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지지율이 역대 최저 수준이다. 지난 8월 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전날부터 이틀간 미국 성인 1005명에게 설문조사한 데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업무 수행 지지율이 40%로 나타났다. 5월 조사 지지율인 36%보다 오른 수치기는 하지만, 역대 다른 대통령 지지율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렇듯 대통령 지지율이 저조한 현상이 미국과 한국에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과 대한민국 사이에 어떤 공통적 이유가 있을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우리와 미국 모두 전임 대통령이 팬덤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팬덤을 갖고 있고, 미국 대통령으로는 아주 드물게 트럼프 전 대통령도 팬덤을 갖고 있다. 그런데 우리와 미국의 현직 대통령은 팬덤을 갖고 있지 않다. 이런 팬덤 현상 유무와 대통령의 SNS 활용도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위터를 애용한다는 사실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 중 SNS를 가장 많이 활용한 대통령이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이나 윤석열 대통령은 SNS를 활용한 정치를 잘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SNS를 활용하는 대통령은, ‘메아리 방(echo chamber)’에 갇히기 쉽다. SNS는 이른바 ‘끼리끼리 문화’가 지배하기에 이를 통해 팬덤이 형성될 수 있지만, 메아리 방에 갇히면 자신을 지지하는 일부 목소리를 여론으로 착각하기 쉬워진다. 소수 목소리를 여론으로 착각하면, 자연스럽게 갈라치기 정치를 하게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갈라치기 정치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갈라치기 정치 역시 우리에게 낯선 풍경은 아니다.

갈라치기 정치는 사회를 양분화시킨다. 바로 이 지점이 우리와 미국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원인 중 하나다. 양분화된 상태에서 집권했기 때문에 지지율 50%를 넘기기 매우 어렵다.

집권 초기 잠시 동안은 ‘기대감’ 때문에 50%를 넘길 수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양분화된 사회 구조가 대통령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라 바이든 대통령이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을 올리기란 매우 힘들어 보인다. 물론 우리만의 특수성도 있기는 하다. 우리나라 정치 사상 처음으로 여당 대표가 대통령을 비난하고 대통령 측근을 비난하는 상황이 그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의 이런 행위 역시 윤 대통령 지지율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미국과 대한민국 정치에서 이토록 공통점이 많은 것도 매우 드문 현상이다. 이런 공통점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적 양분화란 발생하기는 쉽지만, 다시 통합시키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나 바이든 대통령은 공통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는 얘기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3호 (2022.08.24~2022.08.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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