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대 기업 상반기 설비 투자 90조..SK하이닉스가 증가액 1위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위기’와 저성장·인플레이션 등이 겹쳐서 일어나는 ‘복합위기’로 글로벌 경기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속에서도, 국내 대기업들은 올 상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설비 투자액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반도체 공장 증설 등으로 3조원가량을 투자해 주요 기업 중 설비 투자액을 가장 많이 늘렸다.
21일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2022년도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500대 기업 중 전년 동기와 실적 비교가 가능한 349개 기업의 상반기 설비 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92조78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투자액 85조8857억원보다 7.2%가량 증가한 것이다. 조사 대상 21개 업종 중 17개 업종이 투자를 늘렸다.
올 상반기 설비 투자액을 가장 많이 늘린 업종은 정보기술(IT)·전기전자와 석유화학 분야였다. 이들 업종은 중국 봉쇄로 인한 수요 부진과 고유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추가적인 업황 둔화 가능성이 작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투자를 늘려 미래 대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IT·전기전자의 올 상반기 투자액은 43조2492억원으로, 지난해 39조4253억원보다 3조8238억원(9.7% 증가) 늘렸다. 석유화학이 1조2286억원(13.7% 증가)을 늘려 뒤를 이었다. 석유화학 업종의 올 상반기 투자액은 10조1830억원으로 IT·전기전자에 이어 2번째로 규모가 크다. 건설·건자재는 올 상반기 7430억원(68.1% 증가)을 늘렸고, 이어 철강 5045억원(20.6% 증가), 자동차·부품 4141억원(7.9% 증가) 순이었다.
반면 공기업·운송·식음료·통신 등은 지난해보다 투자를 축소했다. 이들 업종은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지난해까지 뜻밖의 호황을 누렸지만, 엔데믹과 경기 불황으로 불확실성에 직면하면서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기업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가장 많은 설비 투자액(8986억원, 8.4% 감소)을 줄였는데, 올 상반기 9조7890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운송이 7571억원(37.6% 감소)을 줄였으며 식음료·통신도 각각 3114억원(18.0% 감소)·2045억원(4.2% 감소) 설비 투자액을 줄였다.
삼성전자·하이닉스 ‘엇갈린 행보’
기업별로는 반도체 업계 1·2위 회사의 대조적인 행보가 눈에 띈다. SK하이닉스는 설비 투자액을 3조원가량 늘려 가장 많이 확대했지만, 삼성전자는 3조원가량 감축해 가장 많이 줄였다. 다만 설비 투자 총액 자체는 삼성전자가 여전히 가장 많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설비 투자액은 21조734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5조1149억원)보다 3조3808억원(13.5% 감소)가량 줄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상반기 7조4772억원에서 올해 10조4140억원으로 2조9367억원(39.3%) 늘었다.
업계에선 올 3분기 메모리 D램 가격이 하락하는 등 ‘반도체의 겨울’이 올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겨울 버티기’를, SK하이닉스는 겨울이 지난 뒤를 대비해 ‘선두와의 격차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SK하이닉스의 기업 신용등급평가에서 2024년쯤 업황이 정상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성장이 극심한 부진을 겪지만, 장기적으로는 클라우드데이터 서비스 성장과 5세대(5G) 스마트폰 확대 등으로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란 예측이다.
무디스는 반도체 업계의 ‘겨울 버티기’ 전략으로 투자 확대나 제품 가격 인하보다는 재고를 쌓아 공급 과잉의 영향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실적은 나쁘지 않아…미래 투자”
전문가들은 하반기 역시 글로벌 경기 침체 예측이 줄을 잇고 있지만, 투자 확대를 통한 ‘분위기 반전’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아보려는 것으로 풀이했다.
이영면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는 “최근 경기가 좋지 않았지만, 개별 기업들의 실적은 나쁘지 않아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며 “기업들이 통상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기 때문에 설비 투자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기 차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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