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대에 절실히 필요한 공인"..'청백리 표상' 이후백 조명
“이후백 선생의 삶이 펼쳐내는 드라마는 500년이 지난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하다.”(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선 중기 대표 청백리로 꼽히는 청련 이후백(1520~1578)의 정신을 기리는 학술대회가 지난 20일 개최됐다. 한국계보연구회(회장 김학수)와 연안이씨 청련공파도문회(회장 이철진)는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우관 각당헌에서 ‘청련 이후백의 학문과 관료정신’이라는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당초 이후백 탄생 500주년에 맞춰 2020년 5월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2년 넘게 연기돼 이날 열리게 됐다.
이후백은 조선 중기 문신이자 학자로, 오늘날의 대통령 비서실장에 해당하는 도승지, 장관에 해당하는 판서 등을 역임하며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특히 핵심 요직인 이조‧호조‧형조 3판서를 지내며 인사권을 공정하게 행사하고, 한평생 청빈한 삶을 이어나갔다는 점 등에서 그 청렴결백함이 높게 평가받는다. 또 뛰어난 학식과 문장, 시대를 읽는 통찰력으로 영남‧호남, 서인‧남인 간 대립 등 당대의 갈등을 해소하고 국론을 통합하기 위해 애쓴 경세가로도 존경받는다.
이날 행사에서 축사를 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부정과 타협하지 않은 공직자, 인사 운영의 탁월한 리더, 국민 통합의 실천가, 뛰어난 학문적 성취를 이룬 학자, 최고의 문장가”라고 이후백의 삶을 요약하며 “끊임없는 자기 절제와 경계, 학문적 수련과 내면의 단련, 엄격하면서도 세밀하게 세상사를 다루는 처세에는 긴장감이 흐르지만 때로는 따뜻함이 펼쳐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후백이 이조판서 시절, 인사 청탁을 해온 친척을 인사추천명단에서 즉각 배제한 일화를 소개하며 “그의 공명정대한 자세는 21세기 오늘의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청백리의 표상으로 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후백은 인재를 등용할 때 반드시 아랫사람들에게 의견을 묻고, 의견이 일치하면 기용했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하고도 인사에 잘못이 드러날 경우 밤새 “내가 임금을 속였다”고 자책했다고 한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이율곡도 “이후백의 공정한 마음은 비할 사람이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박 장관은 이후백의 통합 행보에 관해서도 “선생은 서인 기호학파와 남인 영남학파의 대립이 격화되던 시대에 화합과 균형의 가치를 내면화해 가풍으로 확립한 보기 드문 인물”이라며 “지역과 진영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요즘 시대가 반성적으로 본받아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축사에 나선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500년 전 태어난 이후백 선생은 지금의 시대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덕목을 모두 갖춘 완벽한 인격체, 공인의 삶을 살았다”며 “그래서 이율곡과 송시열, 류성룡으로부터 높은 평가와 존경을 받은 유일한 경세가였다”고 평가했다. 또 “을사사화 사후 정리를 파사현정의 원칙으로 마무리해 당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은 것도 선생의 빛나는 공로”라며 “후세의 학자들은 ‘이후백 선생이 살아나신다면 조선의 사색당파가 사라질 것’이라고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자로 나서 이후백과 그의 가문을 전체적으로 조망했다. 강제훈 고려대 교수는 ‘16세기 사림계 관인 이후백의 관직 생활과 그 의미’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이황이나 기대승 같이 사상적 성취를 추구하지는 않았지만, 성리학적 학습에 기반을 두어 정치 현장에서 실천했다는 점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관인상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라고 이후백을 평가했다. 이밖에 심경호 고려대 명예교수와 김봉곤 원광대 교수, 김학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각각 발표에 나서 이후백의 시문을 재평가하고, 연안 이씨의 가풍과 그 계승 양상을 조명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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