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데에 머리 대는 이상한 킬러..피트에 '마동석' 보이는 이유

나원정 2022. 8. 2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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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개봉 美액션 영화 '불릿 트레인'
주연 브래드 피트 8년만에 내한
불운한 킬러의 코믹 잔혹 기차 액션
"봉준호 영화도 배우로서 함께하고파"


“팬데믹 기간 우리 모두 기이한 시간을 보냈죠. 외로웠고 내면을 다시 한번 돌아볼 시간이었고요. 저는 인생이 길지 않기에 스스로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운수 나쁜 킬러로 분한 ‘청불’ 코믹 액션 영화 ‘불릿 트레인’(24일 개봉)으로 8년 만에 내한한 브래드 피트(59). 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난 그가 팬데믹 기간 촬영한 이 영화를 “즐겁게 봐달라”며 한 말이다. 제작‧주연을 겸한 영화 ‘머니볼’(2011) ‘월드워Z’(2013) ‘퓨리’(2014)에 이어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4번째다.

‘빵(Bread)형’이란 별명까지 얻은 그는 “영화가 아니라 한국 음식 때문에 다시 왔다”며 한국의 매 순간을 즐기려는 태도였다. 이번에 처음 내한한 또 다른 킬러 ‘탠저린’ 역 배우 애런 테일러 존슨(32)을 두고 “크리스찬 베일이 생각날 만큼 나보다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라고 칭찬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날 저녁 용산CGV에서 열린 팬과의 만남에 폭우 등으로 45분이나 지각해 원성을 샀지만, 기념촬영‧눈맞춤 등 서비스로 팬심을 달랬다.


"운명의 인형인가, 자유 의지 인간인가"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 CGV에서 열린 영화 ‘불릿 트레인’(연출 데이빗 레이치) 레드카펫 행사에서 팬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스1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왼쪽)와 에런 테일러 존슨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불릿 트레인' 레드카펫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브래드 피트가 19일 '불릿 트레인' 서울 레드카펫 행사에서 팬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현지 시간 18일, 배우 안젤리나 졸리와의 이혼(2019년 이혼 후 현재 양육권 소송 중)의 원인이 된 그의 2016년 기내 음주 폭행 사건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정보공개 요청에 따른 보고서 공개로 다시금 도마에 올랐지만, 피트는 내한 공식석상에서 내내 미소를 보였다.

미주리대 언론학과를 중퇴하고 할리우드에 뛰어든 그가 코미디 영화 ‘헝크’(1987)의 엑스트라로 데뷔한 지 35년 째. 출세작 ‘델마와 루이스’(1991)의 매력적인 도둑 역할 이후 ‘가을의 전설’(1994) ‘세븐’(1995) ‘12 몽키즈’(1995) 등 멜로부터 스릴러‧SF까지 연기 폭을 넓히며 톱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그만큼 유명세도 치러야 했다. 이혼 소송 과정에선 자숙하는 모습도 보였다. “남자다워지는 훈련을 받다 보면 왜 사랑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도 깊고 충만한 관계를 맺지 못할까. 나는 항상 강해야 하고 약점을 보이면 안 되고 무시당하지 말라고 배우며 자랐는데, 헛수고가 따로 없었다.” 영화 ‘애드 아스트라’(2019) 개봉 당시 그가 영화사에 전한 말이다.

‘불릿 트레인’에 대해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가 운명과 운이다. 운명의 인형인가, 자유 의지를 가진 인간인가, 그런 주제로 코미디와 액션을 만들었다”는 그의 설명은 실제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주문처럼 다가왔다. 영화에서 그가 맡은 ‘레이디버그’는 행운의 상징인 무당벌레(Lady Bug)란 애칭과 반대로 불운의 상징 같은 킬러.

대타 임무를 위해 시속 400㎞로 달리는 고속열차를 탔다가 또 다른 킬러들과 죽고 죽이게 되는 소동에 휘말린다. 레이디버그는 노트북을 살상 무기로 둔갑시키는 인간 병기지만, 기차 화장실 비데 바람이 신기한 듯 머리카락을 내맡기고, 정숙 칸에서 노부인 승객의 눈치를 보며 다른 킬러를 조용히 제압하는 예의 바른(?) 킬러다. “레이디버그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항상 뭔가 잘못되는 특이한 캐릭터인데, 난 항상 악역이나 독특한 인물 연기가 즐겁다”는 피트. 코엔 형제 감독의 ‘번 애프터 리딩’(2008)과 또 다른 결의 허당기 넘치는 모습으로 변신했다.


스턴트 출신 감독과 '부산행' 영감받은 기차액션


브래드 피트가 제작, 주연한 액션 영화 '불릿 트레인'. '데드풀2' '존 윅'의 데이비드 레이치 감독이 연출을 맡아, 일본 고속열차를 무대로 킬러들의 쫓고, 쫓기는 살육전을 코믹하게 펼쳐냈다. [사진 소니 픽쳐스]

연출을 맡은 데이빗 레이치 감독은 ‘존 윅’(2014) ‘데드풀2’(2018) 등 신랄한 위트의 ‘청불’ 액션 장인. 피트와는 영화 ‘파이트클럽’(1999) ‘트로이’(2004) ‘미스터&미세스 스미스’(2005)에서 스턴트 대역을 맡아온 “오랜 동료이자 친구”(브래드 피트)다. 이번엔 두 사람 다 존경해왔다는 성룡, 찰리 채플린 등 선배 배우들을 오마주해 피트가 “이전에는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액션”을 빚어냈다.

“피트는 대담하고 독창적인 캐릭터를 창조해 설득력 있게 발전시키죠. 레이디버그가 진부한 자기 계발에 빠져 있는 것이나, 신체적 조건에 대한 아이디어를 그가 직접 냈어요. (주연 배우와 스턴트 대역으로 호흡 맞추던) 과거 시절을 돌이켜 그가 잘하는 액션 기술에, 그간 영화 속 악당들에게서 보지 못한 코미디를 추가하는 건 정말 신나는 일이었죠.” 레이치 감독이 본지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전한 얘기다.

한국영화 광팬을 자처한 그는 할리우드 코미디 액션 ‘실버 스트릭’(1976)과 함께 KTX 좀비 액션 ‘부산행’(2016)에도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다. “‘부산행’이 나왔을 때 정말 재밌고 자극적이었다”면서다. 약자에겐 한없이 약하면서도 극강의 상대들을 쳐부수며 기차 칸을 돌진하는 레이디버그는 ‘부산행’의 주역 마동석 캐릭터와도 닮은 구석이 있다. 피트 역시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부산행’이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피트 "봉준호 영화는 배우로서 함께하고파"


할리우드 배우 애런 테일러 존슨과 브래드 피트(오른쪽)가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불릿 트레인’(연출 데이빗 레이치) 내한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복주머니 케이크를 선물 받았다. 브래드 피트는 즉석에서 먹는 시늉을 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2022.8.19/뉴스1

한국영화에 대한 그의 관심은 지대하다. 제작자로서 그의 행보가 이를 증명한다. 출연작이 80편 넘는 이 베테랑 배우는 2001년 영화사 플랜B를 설립하며 제작자로서 새 전성기를 맞았다.
제작·주연을 겸한 영화 ‘노예 12년’(2013)으로 생애 첫 아카데미상(작품상)을 받고, ‘머니볼’(2011) ‘빅쇼트’(2015)로도 잇따라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실력 있는 해외 및 신인 감독을 발굴해온 그는 봉준호 감독이 처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오른 영화 ‘옥자’(2017),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미나리’(2020)도 제작했다. ‘미나리’ 정이삭 감독의 차기작에 더해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에 캐스팅 된 봉 감독의 차기작 ‘미키 7’도 플랜B가 워너브러더스와 함께 만든다. 피트가 한국 영화에 직접 출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는 특히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배우로서도 꼭 함께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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