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차석' GS 권민지, 정지윤의 길을 간다

양형석 2022. 8. 21. 10: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자배구] 컵대회서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하며 4경기63득점으로 라이징스타상 수상

[양형석 기자]

GS칼텍스가 도로공사를 꺾고 통산 5번째 컵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 KIXX는 20일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2022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결승전에서 세트스코어 3-0(25-21,25-19,25-22)으로 승리했다. 통산 8번째 컵대회 결승에 진출한 GS칼텍스는 3일 연속 경기를 치르는 도로공사를 비교적 손쉽게 꺾으면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4회)를 제치고 역대 컵대회 최다 우승팀에 등극했다.

GS칼텍스는 아포짓 스파이커 문지윤이 70.83%의 성공률로 17득점을 기록하며 대회 MVP에 선정됐고 유서연이 9득점,오세연이 6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그리고 이번 대회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한 권민지는 4경기에서 63득점을 기록하는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라이징 스타상을 수상했다. 권민지는 작년 컵대회에서 아웃사이드 히터로 변신한  후 V리그에서도 현대건설의 '하든카드'로 맹활약한 정지윤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권민지의 모델이 될 수 있는 정지윤
 
 178cm의 권민지는 아웃사이드 히터가 많은 팀 사정 때문에 미들블로커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 한국배구연맹
 
2010년대 중반까지 현대건설은 양효진과 김세영으로 이어지는 '트윈타워'의 위력을 앞세운 높이가 강한 팀이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김세영이 합류한 2014-2015 시즌부터 2017-2018 시즌까지 네 시즌 연속 팀 블로킹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7-2018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김세영은 30대 후반을 향해가는 적지 않은 나이에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로 이적하며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당장 김세영의 자리를 대신할 미들블로커 자원이 없었던 현대건설은 김세영의 보상선수로 정시영을 데려왔고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는 경남여고의 전천후 공격수 정지윤을 지명했다. 현대건설은 2018-2019 시즌 초반 정시영에게 주전 미들블로커 자리를 맡겼지만 아포짓 스파이커 출신 정시영은 양효진의 파트너로 기대했던 활약을 해주지 못했다. 결국 이도희 전 감독은 신인 정지윤을 미들블로커로 투입했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정지윤은 180cm로 미들블로커로 활약하기엔 신장이 다소 작았지만 뛰어난 파워와 배짱을 앞세워 신인 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200득점을 넘기며 챔프전 우승멤버 이주아(흥국생명)를 제치고 신인왕에 선정됐다. 이듬 해 185cm의 정통센터 이다현이 입단한 후에도 현대건설의 주전 미들블로커 자리를 지킨 정지윤은 2019-2020 시즌 272점, 2020-2021 시즌 397점을 기록하며 현대건설의 핵심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정지윤이 V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공격수로 성장하면서 현대건설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정지윤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아웃사이드 히터로 보내자니 서브리시브가 다소 아쉽고 미들블로커로 놔두자니 프로에서 두 시즌을 보낸 이다현이 기대 이상의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고민은 정지윤과 대표팀에서 함께 생활하며 2020 도쿄올림픽에 동반 출전했던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에 의해 해결됐다.

김연경은 대표팀 수석코치였던 강성형 현대건설 신임 감독에게 한국 여자배구 미래의 주역이 될 정지윤을 아웃사이드 히터로 육성시켜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실제로 올림픽 이후 아웃사이드 히터로 변신한 정지윤은 컵대회 MVP에 선정됐고 정규리그에서도 237득점을 기록했다. 아직은 다소 아쉬운 수비 때문에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진 못했지만 정지윤의 지난 시즌 공격성공률(43.68%)은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42.81%)를 능가했다. 

포지션 변경 후 첫 대회서 라이징 스타상
 
 권민지는 아웃사이드 히터로 변신하고 출전한 첫 공식대회에서 라이징 스타상을 수상했다.
ⓒ 한국배구연맹
 
'정지윤 닮은 꼴' 권민지는 정지윤보다 1년 늦은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GS칼텍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권민지가 프로에 입단했을 당시 GS칼텍스에는 여자부에서 가장 위력적인 토종 쌍포로 불리던 '쏘쏘자매' 이소영(KGC인삼공사)과 강소휘가 있었다. 여기에 선명여고 시절 청소년대표 주장을 역임했던 박해민(인삼공사)까지 성장하고 있을 정도로 GS칼텍스의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는 포화상태였다.

결국 권민지는 문명화와 김유리 등이 찾은 부상에 시달리는 미들블로커로 활약하며 루키 시즌 20경기에서 81득점, 2020-2021 시즌 17경기 80득점,지난 시즌 27경기 109득점을 기록하며 미들블로커 자리에 적응해 나갔다. 특히 성격이 워낙 밝고 유쾌해 블로킹을 잡아내거나 승부처에서 득점을 올린 후 마치 축구에서 골을 넣은 선수처럼 격렬한(?)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공식신장이 178cm인 권민지가 미들블로커로 활약하는 것은 선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마침 GS칼텍스는 이소영이 팀을 떠나면서 공격력이 강한 아웃사이드 히터가 필요했고 차상현 감독은 중앙이 다소 약해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권민지를 아웃사이드 히터로 변신시켰다. 지난 7월 홍천 서머매치부터 권민지를 아웃사이드 히터로 시험한 차상현 감독은 컵대회에서도 권민지의 포지션을 왼쪽에 고정시켰다.

결과적으로 권민지의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수술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강소휘 대신 유서연과 함께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한 권민지는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4경기에서 총 63득점을 기록하는 뛰어난 활약으로 GS칼텍스의 우승을 이끌었다. 물론 대회 MVP는 혜성처럼 등장한 아포짓 스파이커 문지윤에게 내줬지만 권민지는 'MVP 차석'에 해당하는 라이징 스타상을 수상하며 아웃사이드 히터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서브리시브가 불안한 정지윤도 지난 시즌 주전보다는 팀이 흔들릴 때 조커로 투입돼 경기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 강소휘와 유서연에 비해 수비가 다소 불안한 권민지 역시 당장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권민지가 지난 시즌의 정지윤처럼 GS칼텍스의 흐름이 나빠질 때 조커로 출전해 팀 분위기를 끌어 올려 준다면 GS칼텍스는 이번 시즌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 든든한 무기 하나를 더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