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단 넘긴 낸드 적층 경쟁 심화..'뭣이 중하길래'

김평화 2022. 8. 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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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238단 낸드 개발 알리며 업계 경쟁 불 붙였다
내년 말 200단 넘긴 낸드 비중 10% 초과 예상
적층 경쟁 피로감보다 앞선 기대감.."세계 최초 의미 크다"
SK하이닉스가 공개한 238단 512Gb TLC 4D 낸드플래시 / 출처=SK하이닉스

[아시아경제 김평화 기자]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낸드플래시 적층 경쟁이 200단으로 향한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테크놀러지 등 경쟁 업체가 200단에서 각각 양산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업계 1위 사업자인 삼성전자로 이목이 쏠린다. 당장 내년 말에는 전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200단을 초과하는 낸드플래시 제품 비중이 10%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낸드플래시 적층이 곧 기술력을 뽐내는 척도다 보니 경쟁이 빠른 속도로 심화하는 모양새다.

낸드플래시 적층 수준이 곧 기술력 바로미터

이달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한 반도체 행사에서 국내 기업의 발표가 큰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해당 행사에서 238단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며 내년 상반기 제품 양산을 예고했다. SK하이닉스 발표가 주목을 받은 것은 경쟁이 활발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세계 최초’를 기록한 사례였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최고층에 가장 작은 크기의 제품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낸드플래시는 메모리 반도체의 한 종류다. 흔히 반도체를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로 구분하는데, 메모리 반도체는 이름 그대로 정보 저장 용도로 쓰인다. 연산 등 정보 처리 목적으로 쓰는 시스템 반도체와 다르다. 시스템 반도체 대표 예가 CPU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전원이 꺼졌더라도 데이터를 저장, 삭제하는 기능을 하다 보니 우리가 쓰는 모바일, PC 등의 제품에 두루 쓰인다. 데이터는 셀에서 저장하는데, 이때 겹겹이 쌓는 셀 층을 단(段)이라 부른다. 낸드플래시 관련 기사에서 흔히 ‘몇 단을 쌓았다’는 식의 표현을 볼 수 있는 이유다.

낸드플래시 셀을 수직(V)으로 높게 쌓는 방식은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보편화했다. 삼성전자가 2013년 23단 V낸드를 선보인 이후 반도체 업계에서 쌓기 경쟁이 본격화했다. 높게 쌓을수록 데이터 저장 공간을 늘릴 수 있다 보니 기술력을 뽐내는 데 이만한 대결이 없던 셈이다.

초기 경쟁에서 선두 주자는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그간 100단 이상의 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등 여러 활약을 보였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기술력 우위와 함께 점유율 1위 사업자로 영향력을 넓힐 수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1위 사업자는 삼성전자다.

최근 들어서는 후발 주자의 매서운 추격으로 적층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시장 5위 사업자인 마이크론이 적극적이다. 2020년 세계 최초로 176단 낸드플래시를 내놓은 이후 2년도 되지 않아 지난달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 계획을 밝혔다. 세계 최초 타이틀에 가장 적극적인 사업자라는 평가를 받는데, SK하이닉스가 자사 발표 이후 한 달 만에 238단 카드를 내놨으니 경쟁 모드에 액셀을 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22년 1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그래프

'마의 200단' 넘긴 낸드 비중 급성장 예상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0단 이상의 낸드플래시 시장이 전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4분기 0.01%에서 내년 4분기 10.9%로 성장할 예정이다.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의 200단을 넘긴 낸드플래시가 시장에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낸드플래시 적층 경쟁을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를 낸다. 기술력을 뽐내는 것은 좋지만 실질 시장 수요가 아직은 기술 발전 정도를 따라오지 못한 상황에서 무리한 소모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기술 개발도 좋지만 불량 비중을 살피는 수율 등 완성 정도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낸드플래시 제조사로선 세계 최고 적층이 여전히 유효한 사업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00단 이상의 낸드 적층 경쟁이 일부분 시장을 앞선 부분도 있지만 제조사로선 기술력을 뽐내는 것이 유의미한 사업 기회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며 "세계 최초 타이틀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00단을 넘긴 낸드플래시가 시장에 속속 등장하면 어디서 쓰이게 될까. 이는 낸드플래시 제조사가 아닌 시장에서 답을 줘야 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다만 주된 예상 분야로는 서버를 꼽았다. 데이터센터 등의 수요가 상당한 데다 고성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서버 분야가 예상되고 모바일 등에서도 쓰임새가 있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에 양산하는 238단 낸드플래시를 PC 저장 장치인 클라이언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cSSD)에 먼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서버용 고용량 SSD와 스마트폰용 제품에도 공급을 내다보고 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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