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듯 기묘한 도자 작품! 아티스트 신다인이 발견한 틈과 구멍

이경진 2022. 8. 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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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하수구 구멍이었다.
가래떡 모양의 긴 점토를 쌓아올리고 이를 접합하여 완성되는 신다인의 작업.

일상적인 듯 기묘한 도자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모두 구멍이나 틈을 갖고 있어요. 작품의 시작은 하수구 구멍이었다죠

어느 날 하수구 구멍을 보는데 문득 무섭기도 하고 궁금했어요. 손을 넣어보고 싶지만 진짜로는 넣고 싶진 않았죠. 어떤 구멍을 보면 그 구멍의 끝이 있을지, 있다면 무엇일지 생각하게 되잖아요. 일상 속에서 만나는 작고 하찮은 구멍에서도 생각이 시작되는데,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지 않을까 하면서 작업했어요. 어떤 사유의 시작을 말하고 싶었어요. 일상에서 받은 영감으로 무겁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좋아해요.

반죽을 가래떡 모양으로 만들어 바닥부터 쌓아 올리는 코일링 방식으로 작업합니다. 작업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있다면

일링 방식으로 제작하면 처음부터 제가 생각하는 구조를 쌓아 올리게 돼요. 쌓아 올리는 행위 그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가래떡 모양을 한 흙을 겹치며 쌓아 올린 뒤, 손으로 접합합니다. 이때 만들어진 손자국은 그대로 둬요. 다듬지 않고요. 과정이 그대로 작품 표면에 드러난다는 점에서도 매력을 느껴요.

가래떡 모양의 긴 점토를 쌓아올리고 이를 접합하여 완성되는 신다인의 작업.

오덴세 아트 앤 크래프트에서 선보이고 있는 전시 〈And, Hole Series〉에서 관객들이 무엇을 발견하면 좋을까요

오랫동안 '구멍’이라는 단어에 천착하고 있잖아요. 일상에서 만나는 구멍에 대한 이야기인데 단순히 물리적으로 뚫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구멍처럼 나를 깨워주는 모든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나를 깨우는 사람과 노래, 어떤 장면, 무의식…. 이 모든 것에 저는 구멍이라는 이름을 붙인 거죠. 예상치 못했던 생각의 길을 발견하고 나를 운동하게 하는 요소들 말이죠. 전시를 보고 각자가 가진 생각의 길을 천천히 느꼈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구멍’이라 느끼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어떤 감정이거나 물리적으로는 전혀 구멍 나지 않을 벽일 수도 있어요. 나를 응시하는 것 같은 순간이나 장면이 저에겐 구멍이에요. 그것에 생명이 있다면 그들의 안테나와 제 안테나가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 혹은 그 구조와 상황을 가지고 와서 되새기며 작업합니다. 코일링 방식은 제게 그런 상황과 구조를 다시 창조할 수 있게 해줘요. 그런 면에서도 좋아하는 방식이죠.

가래떡 모양의 긴 점토를 쌓아올리고 이를 접합하여 완성되는 신다인의 작업.

2년 전 챕터원 갤러리 도큐먼트에서 연 전시 〈오아시스〉는 지금과 사뭇 다른 색감과 형태의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진한 파랑과 노랑 등 색을 입은 외계 생명체 같은 오브제들이 인상적이었어요

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담은 작업이었어요. 평소 쓰지 않던 색으로 나를 위로해 준 구멍들을 표현했어요. 사람도 아니고 무엇도 아닌데, 마주한 그 순간에 문득 위안을 얻게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걸 담아봤습니다.

최근 새롭게 떠오른 작업적 화두가 있나요

오히려 하고 싶은 게 떠오르지 않는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조금 힘든데 이럴 때 조형성을 더 공부하고 싶어집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조금 더 아름다운 선으로 나타내려는 욕구가 커요.

가래떡 모양의 긴 점토를 쌓아올리고 이를 접합하여 완성되는 신다인의 작업.

작가님의 작업은 결국 무엇을 찾아가는 여정인가요

한 작업을 하는 동안 다음에 하고 싶은 작업이 떠오를 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껴요. ‘하고 싶은 작업이 계속해서 생기는 나’를 찾아가고 있어요.

요즘 새롭게 영감이 되고 있는 것들

지금까지는 틈새나 작은 구멍, 살짝 열려 있는 문틈, 벽 뒤를 보았다면 툭 튀어나온 형태를 보게 돼요. 건물에서 툭 튀어나온, 의미 없어 보이지만 어떤 기능을 가진 구조나 사물들요. 그런 게 뭔가 귀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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