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 선생 순국 78주년, 고향 안동에서는 지금

이호영 2022. 8. 2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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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의 한 선술집 마당에 '청포도'가 있다.

 올해는 이육사 선생이 순국한 지 78주년 되는 해이다.

 순국 78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육사 육필 특별전시는 신화가 된 과거의 이육사가 아니라 우리 앞에 살아 숨 쉬는 일상의 이육사를 구체적으로 대면할 수 있고, '이육사의 육필을 전체적이고 집중적으로 살피는 최초의 기획'이라고 이육사문학관은 밝혔다.

 '이육사의 내면 풍경' 특별전은 이달 말까지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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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문학관, 8월 말까지 육필 특별전 '이육사의 내면 풍경' 열어

[이호영 기자]

안동의 한 선술집 마당에 '청포도'가 있다. 지난달 주렁주렁 열렸던 청포도가 며칠 전 보니 거의 사라졌다. 오가는 손님들이 따간 모양인데 나도 한 송이 따서 입에 넣으니 '달았다'. 겉보기는 시게 생겼지만 7월(음력)의 청포도는 아주 달았다.

'청포도' 하면 생각나는 시인이 바로 '이육사'다.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려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 「문장」(1939.8)


'시인 이육사'는 민족저항시인이자 독립투사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우다 순국했다. 독립투사였고, 일제에 체포돼 고문당하고 옥사했다는 사실 때문인지 이육사는 강인한 사람으로 인식된다. 그의 시 '광야'를 보면 더욱 그렇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렷스랴
......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노아 부르게 하리라"
- 「자유신문」(1945. 12. 17)

  
▲ '이육사의 내면풍경' 특별 전시회 안동문화예술의전당(8월17일~31일)
ⓒ 이호영
 
올해는 이육사 선생이 순국한 지 78주년 되는 해이다. 그의 고향 안동에선 지금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육필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19일 오후 늦게 찾은 이육사 특별전에는 관람객이 대부분 빠져나가고 텅 비었다. 사람이 없어 그런지 전시물이 더 눈에 들어온다. 이번 전시는 '이육사의 내면 풍경'이라는 주제답게 그의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엽서와 편지로 구성됐다. 친구와 친척에게 쓴 그의 육필은 강인한 독립투사가 아니라 다정다감한 내면을 가진 인간임이 드러난다.

친구 신석초에게 보낸 엽서, 친척에게 곤궁한 자신의 처지를 밝히고 도움을 요청하는 한문 편지, 소설가 최정희에게 보낸 엽서 등이 눈에 띈다.
 
▲ 신석초에게 보낸 엽서 친구이자 시인인 신석초(본명 신응식)에게 보낸 엽서, 국가등록문화재로 예고됐다.
ⓒ 이호영
 
신석초는 같은 시인이자 친구로 본명이 신응식이다. 육사는 옥고를 치르고 서천 신응식의 집에 잠시 머물다 대구서 귓병을 치료한 후 포항 서기원 친구의 집에 가서 이 엽서를 보냈다. 신석초에게 보낸 엽서 4장과 친척 이상하, 이원봉에게 보낸 엽서 등이 현재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 예고됐다고 한다.
이미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작품도 있다. 박쥐를 뜻하는 '편복'과 '바다의 마음' 원고는 지난 2018년 국가등록문화재 제713호와 제738호로 지정됐다.
 
▲ 이육사 시 '편복' '편복'은 박쥐를 뜻한다. 박쥐를 통해 우리 민족이 처한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2018년 국가등록문화재 제713호로 지정됐다.
ⓒ 이호영
 
특히 육사의 장서 <예지와 인생> 속표지에서 발견된 인장과 사인도 볼 수 있다. 사인은 '미러 라이팅'(mirror writing) 즉, 반전 기법을 활용했다. 이육사의 또 다른 필명인 '이활'(李活)을 흘려 쓴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사인을 해독하지 못했지만, 이육사 사후 78년 만인 올해 그 비밀이 발표됐다. 손병희 이육사문학관장이 한 강연에서 이 '사인'을 해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자, 강연을 듣고 있던 지역민이 한자(漢字)를 뒤집어 사인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인의 비밀을 풀었다고 한다.
    
▲ 이육사 책 '예지와 인생' 속표지에 찍힌 인장과 사인 사인은 다른 필명인 '이활'(李活) 한자를 반전시켜 흘려 쓴 것이다.
ⓒ 이육사문학관
 
또 전시회에는 이원기, 이원일, 이원조, 이원창 등의 그의 형과 동생의 편지와 그림도 함께한다. 외숙부 일헌 허규와 외종조부인 왕산 허위의 편지도 있다.
  
▲ 이원기가 이영우에게 보낸 편지 이육사와 이원일이 대구격문사건으로 구속된 정황을 전하고 있다.
ⓒ 이호영
 
왕산 허위 선생은 독립투사로 서대문 형무소에서 순국했다. 그는 1908년 당시 경성감옥(서대문 형무소)의 제1호 사형수로 교수형에 처해졌다. 선생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나라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죽지 않고 무엇을 하겠느냐? 오늘 나는 그 자리를 얻었다."

죽음 앞에서도 당당했던 구한말 의병장의 결연한 의지가 편지 한 장에서 느껴진다.
 
▲ 왕산 허위 서간 1908 의병장 허위 선생이 1908년 5월 22일 경성 일본 헌병대에 구금 중 두 아들에게 보낸 서간
ⓒ 이호영
 
순국 78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육사 육필 특별전시는 신화가 된 과거의 이육사가 아니라 우리 앞에 살아 숨 쉬는 일상의 이육사를 구체적으로 대면할 수 있고, '이육사의 육필을 전체적이고 집중적으로 살피는 최초의 기획'이라고 이육사문학관은 밝혔다. 
 
▲ 이육사 사진 이육사 단독 사진과 동생 이원일, 친구 조규인과 찍은 사진
ⓒ 이호영
 
'이육사의 내면 풍경' 특별전은 이달 말까지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이어진다. 또 9월 2일부터 9월 30일까지 대구생활문화센터에서, 10월 4일부터 10월 29일까지 문화공간 이육사에서 특별전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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