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 선생 순국 78주년, 고향 안동에서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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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의 한 선술집 마당에 '청포도'가 있다.
올해는 이육사 선생이 순국한 지 78주년 되는 해이다.
순국 78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육사 육필 특별전시는 신화가 된 과거의 이육사가 아니라 우리 앞에 살아 숨 쉬는 일상의 이육사를 구체적으로 대면할 수 있고, '이육사의 육필을 전체적이고 집중적으로 살피는 최초의 기획'이라고 이육사문학관은 밝혔다.
'이육사의 내면 풍경' 특별전은 이달 말까지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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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기자]
안동의 한 선술집 마당에 '청포도'가 있다. 지난달 주렁주렁 열렸던 청포도가 며칠 전 보니 거의 사라졌다. 오가는 손님들이 따간 모양인데 나도 한 송이 따서 입에 넣으니 '달았다'. 겉보기는 시게 생겼지만 7월(음력)의 청포도는 아주 달았다.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려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 「문장」(1939.8)
'시인 이육사'는 민족저항시인이자 독립투사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우다 순국했다. 독립투사였고, 일제에 체포돼 고문당하고 옥사했다는 사실 때문인지 이육사는 강인한 사람으로 인식된다. 그의 시 '광야'를 보면 더욱 그렇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렷스랴
......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노아 부르게 하리라"
- 「자유신문」(1945. 12. 17)
▲ '이육사의 내면풍경' 특별 전시회 안동문화예술의전당(8월17일~31일) |
ⓒ 이호영 |
올해는 이육사 선생이 순국한 지 78주년 되는 해이다. 그의 고향 안동에선 지금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육필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19일 오후 늦게 찾은 이육사 특별전에는 관람객이 대부분 빠져나가고 텅 비었다. 사람이 없어 그런지 전시물이 더 눈에 들어온다. 이번 전시는 '이육사의 내면 풍경'이라는 주제답게 그의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엽서와 편지로 구성됐다. 친구와 친척에게 쓴 그의 육필은 강인한 독립투사가 아니라 다정다감한 내면을 가진 인간임이 드러난다.
▲ 신석초에게 보낸 엽서 친구이자 시인인 신석초(본명 신응식)에게 보낸 엽서, 국가등록문화재로 예고됐다. |
ⓒ 이호영 |
신석초는 같은 시인이자 친구로 본명이 신응식이다. 육사는 옥고를 치르고 서천 신응식의 집에 잠시 머물다 대구서 귓병을 치료한 후 포항 서기원 친구의 집에 가서 이 엽서를 보냈다. 신석초에게 보낸 엽서 4장과 친척 이상하, 이원봉에게 보낸 엽서 등이 현재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 예고됐다고 한다.
▲ 이육사 시 '편복' '편복'은 박쥐를 뜻한다. 박쥐를 통해 우리 민족이 처한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2018년 국가등록문화재 제713호로 지정됐다. |
ⓒ 이호영 |
특히 육사의 장서 <예지와 인생> 속표지에서 발견된 인장과 사인도 볼 수 있다. 사인은 '미러 라이팅'(mirror writing) 즉, 반전 기법을 활용했다. 이육사의 또 다른 필명인 '이활'(李活)을 흘려 쓴 것이라고 한다.
▲ 이육사 책 '예지와 인생' 속표지에 찍힌 인장과 사인 사인은 다른 필명인 '이활'(李活) 한자를 반전시켜 흘려 쓴 것이다. |
ⓒ 이육사문학관 |
또 전시회에는 이원기, 이원일, 이원조, 이원창 등의 그의 형과 동생의 편지와 그림도 함께한다. 외숙부 일헌 허규와 외종조부인 왕산 허위의 편지도 있다.
▲ 이원기가 이영우에게 보낸 편지 이육사와 이원일이 대구격문사건으로 구속된 정황을 전하고 있다. |
ⓒ 이호영 |
왕산 허위 선생은 독립투사로 서대문 형무소에서 순국했다. 그는 1908년 당시 경성감옥(서대문 형무소)의 제1호 사형수로 교수형에 처해졌다. 선생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나라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죽지 않고 무엇을 하겠느냐? 오늘 나는 그 자리를 얻었다."
▲ 왕산 허위 서간 1908 의병장 허위 선생이 1908년 5월 22일 경성 일본 헌병대에 구금 중 두 아들에게 보낸 서간 |
ⓒ 이호영 |
순국 78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육사 육필 특별전시는 신화가 된 과거의 이육사가 아니라 우리 앞에 살아 숨 쉬는 일상의 이육사를 구체적으로 대면할 수 있고, '이육사의 육필을 전체적이고 집중적으로 살피는 최초의 기획'이라고 이육사문학관은 밝혔다.
▲ 이육사 사진 이육사 단독 사진과 동생 이원일, 친구 조규인과 찍은 사진 |
ⓒ 이호영 |
'이육사의 내면 풍경' 특별전은 이달 말까지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이어진다. 또 9월 2일부터 9월 30일까지 대구생활문화센터에서, 10월 4일부터 10월 29일까지 문화공간 이육사에서 특별전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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