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믿음의 이 책 어때] 심리학 책을 아무리 읽어도 안 변한다는 당신에게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건강하지 못한 마음의 소유자는 크게 두 종류다. 타인에게 과도하게 기대려는 사람과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근 사람들. 이들은 만일 자신이 지금보다 능력 있고 사랑스러운 존재였다면 삶이 지금과 완전히 달라졌을 거라고 믿으며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곤 한다. 하지만 15년 경력의 심리상담가인 라라 E. 필딩은 책 ‘홀로서기 심리학’을 통해 그런 태도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사람에게는 타인을, 세상을, 심지어 자기 자신의 일부조차도 뜻대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과 자기가 정말 통제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는 능력은 심리적 어른 되기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선생님, 제가 먼저 믿을 만한 사람이 되어야 홀로서기도 가능한 것 아닌가요? 뭔가 잘하는 게 있어야 다른 것에 기대지를 않지요.” 수많은 내담자들이 저자에게 건넨 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행복의 주도권이 외부에 있다고 믿고 충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것. 저자는 “그 기준이 외부에 있는 한 완벽해지기 위한 노력에는 끝이 없다”며 홀로서기의 진짜 의미를 설명한다.
첫째는 통제 가능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의 구분이다. 상황 통제가 불가능하다면 마음을 통제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다. 마음을 다스릴 줄 알면 홀로서기가 가능하다는 게 핵심. 둘째는 내 마음을 잘 알고 다루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세상을 보는 안경이 흐리다면 백 가지 노력이 불용하다. 그렇다고 타고난 안경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럴 때는 안경이 흐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감안해서 상황을 수용하면 된다.
여러 조언이 있지만 책을 관통하는 현실적인 충고는 이렇다. ‘내 일부를 나 전체로 매도하지 않는 태도.’ 장점이든 단점이든 그건 나를 이루는 일부이지 전체가 아니다. 그 전체의 조화가 나를 이루기에 교만할 필요도, 낙심할 필요도 없다.
저자는 자신을 ‘차’, 상황을 ‘도로’에 비견한다. 내가 차고가 낮은 스포츠카이든 높은 트럭이든 그건 내가 의사와 상관없이 타고난 문제다. 흔한 말로 ‘이번 생은 이대로 살아야 한다.’ 스포츠카는 곡선미가 빼어나고 빠른 속도를 자랑하지만 낮은 차고 탓에 언덕을 오르지 못할 수 있다. 트럭은 그 반대. “차종과 도로가 궁합이 잘 맞는다면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지만 “무수한 사건은 우리의 통제력 밖에 있다.” “사는 동안 불편하고 억울한 일이 생기는 건 당연하고, 불쾌한 감정을 피해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 감정 자체는 죄가 없다. 부정적인 감정이 든다고 해도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냥 그런 감정이 든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왜 그럴까 생각한 다음 내가 낀 안경 상태를 점검하면 된다. 사실 모두가 공동체에 속했던 과거에는 굳이 신분과 능력을 증명해 보이지 않아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관계가 깨지고 개인화된 현대사회에는 “언제나 자신이 문제없는 괜찮은 사람임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상존한다.
저자는 그런 이들에게 불교의 ‘두 번째 화살’ 이론을 설파한다. 갑작스레 날아와 맞은 첫 번째 화살은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그에 관한 대응인 두 번째 화살은 자기 판단이라는 것. ‘도대체 왜 난 못 피했을까’, ‘왜 이 모양일까’ 등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지 말라는 조언이다.
결론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용납하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내버려두라는 게(승인) 아니라 효과적으로 대처(수용)하라는 말이다. 수용력을 키우는 데는 의외로 소설 읽기나 음악 듣기가 좋다고 저자는 권한다. “어휘를 읽는 것만으로 변연계가 활성화”되고 “다양한 감정이 풍부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심리학 책을 아무리 읽어도 결국 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저자는 “단번의 각성으로 삶이 달라지면 무척 좋겠지만 (중략) 습관은 지속적인 노력으로만 변화한다”며 “연습하는 과정에서 미처 몰랐던 점을 발견하게 되고 (중략) 무의식적으로 흘러가는 자동운전 모드를 멈추면 매 순간 놓치고 있던 평온과 감사가 보인다”고 충고한다.
홀로서기 심리학 | 라라 E. 필딩 지음 | 이지민 옮김 | 메이븐 | 288쪽 | 1만5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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