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이런 사람 또 있을까? [하재근의 이슈분석]

데스크 2022. 8. 20.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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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캡처

최근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방송·연예 부문 조사에서 유재석이 1위에 올랐다. 지목률이 무려 76.6%에 달하는 압도적 1위다. 2위 방탄소년단 36.2%, 3위 강호동 19.2%, 4위 송강호 8.8%, 5위 신동엽 7.6% 등으로 나왔다. 국민MC로 각광 받은 기간이 매우 길어서 이젠 한 풀 꺾일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데도 이렇게 굳건하게 위상을 지키는 것이 놀랍다.


더욱 놀라운 건 작년보다 올해 지목률이 더 올랐다는 점이다. 같은 조사에서 작년엔 64.1% 지목률로 1위를 했었다. 그때도 압도적인 1위라고 했었는데 올해는 무려 12.5%포인트가 상승해 적수 없는 독주를 벌이는 것이다. 정치 사회 운동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전체 영향력’ 조사에선 유재석이 9위에 올랐다. 흔들리지 않는 국민MC의 아성이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2022년 7월 6일부터 2022년 8월 6일까지 조사한 예능방송인 브랜드평판에서도 유재석이 1위에 올랐다. 2위 이상민, 3위 김종국, 4위 김준호, 5위 김종민 등의 순서였다.


트렌드가 자주 바뀌고 온갖 사건사고와 구설수 등으로 개인별 부침이 극심한 연예계에서,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정상에 있는 건 기적적인 일이다. 유재석이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유재석은 성실한 생활 태도로 유명하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날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조간신문을 읽고 바둑과 외국어 공부 그리고 운동을 한다고 알려졌다. 아침방송 출연자가 아닌 한 보통 연예인들은 늦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유재석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래서 동료들 사이에서 ‘유재석처럼은 못 산다’는 말이 나온다.


집에선 TV 여러 대를 보며 트렌드를 파악한다고 알려졌다. 방송기계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방송 일에 몰두하며 지낸다. 행사 스케줄은 거의 잡지 않고, 유흥도 즐기지 않는다고 한다. 연예인들의 보편적 재테크 방식인 부동산 투자도 하지 않아 재산 관련 구설수도 없다. 이런 절제된 생활 태도가 놀라운 롱런의 밑바탕이 됐을 것이다.


거기에 모범적인 인성으로도 유명하다. 아름다운재단에 10년 넘게 기부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바 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기부를 했는데 그것을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아서, 유재석의 기부 전모를 아는 사람이 없다. 최근 폭우 수재민들에게도 1억원을 기부했다고 알려졌다.


동료들과 얽힌 미담도 많다. ‘나는 자연인이다’의 이승윤은 무명시절에 “유재석 선배님이 차에 태워다 주고 목욕탕에 가서 등도 밀어주고, 밥도 사주시고, 용돈까지 주셨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박화요비가 신인시절 방송 관계자에게 CD를 돌렸는데, 유재석은 음반을 공짜로 들을 수 없다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만원씩 걷고 자신은 10만원을 얹어서 줬다고 한다. 동료의 아버지 이름까지 외울 정도로 주변인들에 관심을 갖고, 소소한 부분들도 챙겨준다고 한다.


유재석은 국민MC가 된 후 모범적으로 살려고 애쓰다보니 성격이 그에 맞춰서 변한 것 같다고 말했었다. 과거 최불암도 ‘수사반장’으로 인해 자신의 성격이 모범적으로 변했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유재석은 꼭 국민MC로 인해 변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코미디계가 군기를 세게 잡는 걸로 유명한데 유재석은 코미디언 시절에도 군기를 잡지 않았다고 한다.


유재석은 출연자 한 명 한 명 모두 배려하는 진행스타일로도 유명하다. ‘무한도전’, ‘런닝맨’ 같은 예능을 할 때는 후배들 이상으로 땀을 흘리며 솔선수범해 방송을 이끌어간다. 일반인들과도 소탈한 토크로 친밀하게 소통한다. 최근 ‘놀면 뭐하니?’에서 잇따라 음악예능을 하면서 히트 가수와 노래를 선택하는 ‘탑백귀’의 트렌드 감각을 선보이기도 했다.


오랫동안 이런 요소들이 쌓이며 오늘의 압도적인 위상이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부터 시작해서, 2010년대를 관통해 2020년대까지 국민MC의 자리를 지켜온 그 놀라운 성실성엔 감탄이 절로 난다. 연예인을 넘어 한 명의 직업인, 한 명의 인간으로서도 존경 받을 만한 인생역정이다. 정상의 자리를 이렇게 꾸준하게 지키는 연예인은 앞으로도 나타나기 힘들지 않을까.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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