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엽기 살인마는 인권도 없단 말인가
역시 ‘다이내믹 코리아’다. 2019년의 탈북 어민 북송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게 두 달 정도 전인데 언제였나 싶게 벌써 잊히고 있다. 시시각각 새로운 이슈로 여론이 뒤덮여도 여전히 귓가에 맴도는 말이 있다. 처음 들었을 땐 귀를 의심했다. “그럼 엽기 살인마를 보호하자는 말이냐.” 사건 발생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었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논란이 일던 초기에 했던 말이다.
보수 정권이 언제부터 인권에 대해 관심이 많았나 싶은 생각도 있다. 윤석열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함께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을 들춰낸 것이 전 정권에 대한 욕 보이기 차원이라는 주장도 이해는 간다. 문제 제기에 그쳐야지 굳이 수사까지 하는 것에도 반대한다. 보수 정권이 우려먹던 ‘북풍’의 냄새도 난다. 하지만 민주당이 내세우는 논리는 수긍할 수 없다.
윤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의 진상 규명을 시사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북송된 흉악범죄 북한 어민 2명은 16명의 무고한 동료를 살해한 범죄자”이기 때문에 북송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소수 약자 보호와 인권을 우선시한다는 민주당 쪽에서 이런 주장이 나올 줄은 몰랐다. 민주당의 인권에는 탈북민, 범죄자는 해당이 없단 말인가. 특히 민주당 정강에는 “북한 주민의 인권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선언도 있지 않은가.
북송된 어민 2명은 아마도 처형됐을 것이다. 최근 만난 한 탈북민 목사는 “북한으로 보내면 죽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강제로 북송했다는 것은 사탄에게 제물로 바친 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살몬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한 국내 언론의 질의에 “북한인권특별보고관으로서 개인을 북한으로 추방하는 행위에 대해 그것이 어떤 방식이든 우려를 표한다”면서 “북한으로 송환된 사람들은 강제 실종, 자의적 처형과 고문, 가혹 행위,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재판 회부 등 심각한 인권 침해에 직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흉악범 어부 2명은 유죄를 끌어낼 증거를 찾을 수 없어 재판을 통해 단죄할 수 없으므로 이들이 대한민국 거리를 활보하게 둘 수 없었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두 어민은 대한민국 헌법상 엄연히 우리 국민으로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국내에서 재판받을 권리가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탈북 어민들은) 한국 사법 시스템에서도 당연히 단죄가 가능하다”면서 “탈북민이 한국 입국 이전 중국에서 행한 성폭력 범죄에 대해 대한민국이 수사해 법원에서 징역형을 처벌받은 사례가 있다”고 반박했다.
논란을 지켜보며 코로나19에 고물가까지 겹친 상황에서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탈북민 살인자의 인권 타령이냐는 말을 하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접한다. 아무리 먹고살기 바빠도 그냥 넘어가선 안 되는 문제 중 하나가 인권이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바로 모두가 아는 세계인권선언 1조다. 많은 사람과 국가가 인권을 옹호한다고는 한다. 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입장에서 말하는 상대적인 인권인 경우가 많다. ‘모든 인간’이 아니라 자신과 지지자를 위한 인권일 때도 있다.
기독교적 인간관을 통해 본다면 세계인권선언 1조는 너무도 자명하다. 성경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았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라도 존중받고 사랑받을 권리를 가졌다고 말한다. 누구도 그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 하나님의 관심 밖에 서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나님의 아들이지만 지극히 낮은 자로 세상에 오신 예수님은 “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를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와 함께 가장 중요한 계명으로 삼으셨다. 그리고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고 말씀하셨다. 16명을 살해한 ‘지극히 작은 자’도 ‘네 이웃’이다.
맹경환 뉴콘텐츠팀장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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