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여정의 무례한 담화, 北의 위험한 오판

2022. 8. 20. 04: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제 지겹기까지 하다.

북한이 우리를 향해 쏟아내는 조롱과 폄훼의 막말은 도를 한참 넘어선 지 오래됐다.

너무 오랫동안 인내한 탓인지 북한이 꺼내는 이른바 '담화'에는 욕설과 비아냥거림의 언어가 생략된 문장을 찾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 한창 죽고 죽이며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도 이런 막말은 오가지 않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짖어대는 개" 조롱하며 8·15 제안 거부한 북한 몹쓸 말버릇부터 고치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주재하며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토론자로 나서 공개 연설을 통해 남측에 의해 코로나19가 북에 유입됐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보복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11일 오후 김 부부장의 연설 전문을 육성으로 공개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이제 지겹기까지 하다. 북한이 우리를 향해 쏟아내는 조롱과 폄훼의 막말은 도를 한참 넘어선 지 오래됐다. 그들은 원래 그렇다고 자위하며, 우리는 그 막말에 혹시 들어 있을지 모를 깊은 뜻을 습관처럼 분석해 왔다. 너무 오랫동안 인내한 탓인지 북한이 꺼내는 이른바 ‘담화’에는 욕설과 비아냥거림의 언어가 생략된 문장을 찾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8·15 제안에 대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19일 담화는 막말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듯했다.

요지는 두 가지였다. ①핵을 포기하지 않겠다. ②남한의 대통령이란 자들은 왜 다 그 모양인가. 김여정은 핵을 북한의 ‘국체’라 규정하며 경제협력이란 ‘물건짝’과 흥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비핵화란 전제부터 잘못됐다면서 “절대 상대해주지 않겠다”고 했다. 나머지는 이를 강조하기 위해 이명박부터 문재인 윤석열까지 남한의 전현 대통령을 욕하는 말이었다. “담대한 구상이란 건 이명박 역도가 내들었다 버림받은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 “한때 무슨 ‘운전자’를 자처하며 의아를 선사하던 사람(문재인)이 사라지니 이제 제멋에 사는 사람이 또 하나 권좌에 올랐다.” “개는 어미든 새끼든 짖어대기가 일쑤라더니 명색이 대통령(윤석열)이란 것도 다를 바 없다.”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 “어리석음의 극치… 넘치게 보여준 무식함… 하나마나 한 헛소리.”

지금 한창 죽고 죽이며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도 이런 막말은 오가지 않는다. 사생결단의 패권 싸움 중인 미국과 중국도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려 정치적 언어에 신경을 쓴다. 외교적 관계에서 이렇게 공식적인 욕설을 줄창 듣고 사는 건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 핵을 들고 협박해 살길을 찾으려는 북한의 행태는 칼을 들고 협박해 돈을 뜯어가는 깡패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데, 깡패짓을 하면서 깡패의 말버릇이 일상화됐다. 지난 5년간 선의의 기대를 품고 “삶은 소대가리(문재인)”라는 욕설까지 받아줬더니 “짖어대는 개(윤석열)”라는 새로운 욕설이 등장했다.

비핵화 의사 표명마저 거부한 북한의 선택은 명백한 오판이다. 경제협력보다 체제보장을 원해서라면 더욱 그렇다. 핵을 들고 설칠수록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인정받는 길이 멀어진다는 것을 극구 수긍하지 않고 있다. 관계 개선을 서두르기보다 북한의 근본적 태도 변화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상황이 됐다. 먼저 말버릇부터 고치게 해야 할 듯하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