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대한 구상' 상대안한다는 김여정..대통령실이 담담한 이유는

권호 입력 2022. 8. 19. 18:37 수정 2022. 8. 20.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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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대북 기조인 ‘담대한 구상’에 대한 북한의 답은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었다. 북한은 19일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발표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의 담화에서 “윤석열의 담대한 구상이라는 것은 검푸른 대양을 말려 뽕밭을 만들어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맹비난했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비핵화의 확고한 의지만 보이면 단계별로 식량ㆍ인프라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담대한 구상을 구체화한 지 4일 만의 반응이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담대한 구상'을 맹비난했다. 사진은 김 부부장이 남측에 의해 코로나19가 북에 유입됐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보복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위협히는 장면. 연합뉴스


김 부부장의 담화 이후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김여정 담화 관련 대통령실 입장’을 통해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무례한 언사를 이어가고 우리의 ‘담대한 구상’을 왜곡하면서 핵 개발 의사를 지속 표명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다음은 대통령실 입장문의 주요 내용.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북한 스스로의 미래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재촉할 뿐임. ‘담대한 구상’을 통해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한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북한이 자중하고 심사숙고하기를 촉구함.”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입장문 외에 더 밝힐 것은 없다”라고만 했다.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일말의 당혹감도 감지되지 않았다. “예상된 반응”(고위 당국자)이라는 것이다.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을 비롯한 한ㆍ미 동맹 강화 움직임이 활발한 상황에서 당장 북한의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취지다.

이번 ‘김여정 담화’에서 정부가 주목하는 부분은 크게 두 부분이다. “한때 그 무슨 ‘운전자’를 자처하며 뭇사람들에게 의아를 선사하던 사람이 사라져버리니”라는 말에서 보듯, 윤석열 정부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낸 게 하나다.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의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북한이 밝혔다는 뜻이 된다. 정부는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고 한 부분도 주목하고 있다. 겉으론 “서로 무관심하자”는 뜻이지만, 윤 대통령이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북한이 반응한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무관심이 아닌 북한의 관심을 대변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관건은 핵 관련 이슈다. 김 부부장은 ‘국체’라고 표현하며 신성불가침의 영역임을 재천명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최소한 ‘비핵화 의지’라도 표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핵심 이슈에 대한 입장이 상반된 까닭에 당장 남북간의 물꼬가 터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담대한 구상은 일차적으로는 북한을 향한 메시지이지만, 더 넓게는 국제사회를 향한 것”이라며 “대북 정책 기조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은 북한에 공을 넘긴 것임과 동시에 국제사회의 호응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국이 단독 플레이를 하기보단,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겠다는 취지다. 담대한 구상을 천명한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직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어 담담하게 우리 제안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억제(Deterrence)ㆍ단념(Dissuasion)ㆍ대화(Dialogue)의 3D는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선결 조건으로 내건 데 대한 북한의 불만 표출이 미사일 발사 실험 등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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