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엠마 톰슨_요주의여성 #69

김초혜 2022. 8. 1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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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세 엠마 톰슨, 이보다 더 섹시하고 용감할 순 없다.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거울을 마주 보고 선 여자는 샤워가운을 벗습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맨 몸을 조용히 응시하는 여자. 그녀의 눈빛에서 부끄러움이나 나르시시즘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더 이상 숨기거나 평가하고 않고, 있는 그대로, 온전히 ‘나’를 받아들이는 순간.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엠마 톰슨이 주연을 맡은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가 극장에서 상영 중입니다. 주인공 ‘낸시’는 60대의 은퇴한 교사로 최근 남편이 죽고 혼자가 된 상태. 사회적 틀에 얽매여 정해진 역할에 따라 살았던 지난 세월에 회의감을 느낀 그녀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 성적 만족을 경험하고자 섹스 서비스를 신청합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젊고 다정한 남성 ‘리오 그랜드(다릴 맥코맥)’와 소통하면서 낸시는 자신을 가둔 경계를 넘어서고 삶의 활기를 되찾습니다.

억눌린 자아를 지닌 여성이 성적 행위에서 해방을 얻는다는 설정은 더 이상 참신한 것은 아니죠. 그것도 성매매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지지하는 데 망설이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엠마 톰슨의 연기는 이러한 한계와 우려를 뛰어 넘습니다. “낸시와 나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그는 기꺼이 영화에 뛰어들었고, 상대역을 맡은 신인 배우 다릴 맥코맥과 근사한 호흡을 펼칩니다. 영화는 진지하고 유쾌한 대화가 넘치며, 엠마 톰슨의 용기가 빚어낸 ‘마지막 신’은 특별한 여운을 남깁니다.

1992년 칸 영화제에서 엠마 톰슨 @GettyImages

엠마 톰슨은 오랫동안 ‘지성적인 배우’의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하워즈 엔드〉 〈센스 앤 센서빌리티〉 등 영국 대문호의 소설을 옮긴 시대물에서 지혜롭고 품위 있는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며 이름을 알렸지요.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그는 〈센스 앤 더 센서빌리티〉 각본 작업에도 참여해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러브 액츄얼리〉를 비롯해 〈해리 포터〉 시리즈, 〈내니 맥피- 우리 유모는 마법사〉 〈칠드런 액트〉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완숙한 연기력을 지닌 명배우로 살아왔지요.

그런데 60대에 이르며 엠마 톰슨의 필모그래피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전보다 더 독특하고 다채롭고 흥미로워진 것. 〈레이트 나이트〉에서 오만하고 까칠한 토크쇼 스타 역을 맡았고, 〈이어즈&이어즈〉에서는 괴물 같은 극우 정치인, 〈크루엘라〉에서는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입은 냉혈한을 연기했지요. 미국 ELLE.com과 나눈 인터뷰에서 엠마 톰슨은 이렇게 말합니다.

영화 〈레이트 나이트〉
영화 〈크루엘라〉

“지난 5~10년간, 내가 그전에 한 작품들보다 훨씬 흥미로운 역할을 많이 했어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인물들을 연기했죠. 여자 판사를 연기했고, 여성 토크쇼 진행자 역할도 했어요. 심지어 〈크루엘라〉에서는 끔찍한 살인자 역할까지! 지난 몇 년 동안 아주 특별한 기회들이 찾아왔고, 그중 대부분은 여성들에 의해 쓰였어요. 믿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특권이고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40대 때 제안받은 역할들은 정말 지루했어요. 전부 누군가의 아내 역할이었죠. 그래서 다른 것들을 했고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의 각본가 케이티 브랜드는 처음부터 ‘낸시’ 역에 엠마 톰슨을 떠올리며 글을 썼다고 하죠. 〈레이트 나이트〉의 민디 컬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엠마 톰슨은 말합니다. 몇 년 전이었다면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같은 작품을 선택하지 못했을 거라고. 40년의 커리어를 지닌 존경받는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완전히 옷을 벗는 건 누가 생각해도 쉬운 결정이 아니겠죠. 그러나 엠마 톰슨은 그렇게 했습니다. 기꺼이 여성 동료, 젊은 창작자들의 손을 잡고 마음을 흔드는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었습니다.

엠마 톰슨이 있었기에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속 낸시의 해방은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담대한 63세 배우 엠마 톰슨, 그의 모험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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