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 어느 외국인의 아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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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라'라는 용어가 있다.
모 지역 야구팀의 팬들이 파울볼을 잡은 관중에게 "아이에게 줘라"라고 지역 사투리로 외치는 데서 비롯됐다.
"우리는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입니다. 우리 중 누구도 파울볼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조비안은 매우 흥분했습니다. 그는 공을 잡자마자 휠체어에 탄 아이를 보았고, 그가 스스로 계단을 내려와 공을 받을 수 없는 것을 보고, 공을 주는 게 옳은 일이라는 것을 마음으로부터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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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라’라는 용어가 있다. 모 지역 야구팀의 팬들이 파울볼을 잡은 관중에게 "아이에게 줘라"라고 지역 사투리로 외치는 데서 비롯됐다. 정겹다고 해야 할지 과한 참견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요즘은 거의 사라진 문화인 듯하다. 맡겨 놓은 공을 찾으러 가듯 손을 내미는 아이들을 보면 얄미울 수밖에 없다. 나도 몇 개의 파울볼을 잡아 본 경험이 있으나 누구에게도 주지 않고 소중히 모셔두고 있다. 수도권 모 야구팀은 8월17일 시구자로 ‘조비안 턴불’을 예고했다. 연예인도 아니고 지역 협회장이나 병원장 같은 유력 인사도 아니다. 그는 ‘외국인 팬’이라고 소개돼 있다. 그런 그가 시구를 하게 된 배경은 아주라 때문이다.
7월, 잠실 야구장에서 있던 일이다. 3루에 앉아 원정팀을 응원하던 조비안에게 조용호 선수가 친 파울볼이 날아갔다. 그는 그것을 잡기 위해 뛰었고 몇 사람과 경쟁하다가 곧 의자 밑에 들어간 야구공을 찾아 들어 올린다. 그런데 곧 그것을 근처에 앉은 아이에게 전해주고, 꾸벅, 인사까지 하고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돌아간다. 이 장면이 화제가 된 것은, 야구공을 건네받은 아이가 휠체어석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중계 카메라는 그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때 조비안은 조용호 선수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구단과 선수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그를 찾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비안 친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렸다. 그 내용이 무척 인상적이어서 나는 이것을 기억하고 있다.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입니다. … 우리 중 누구도 파울볼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조비안은 매우 흥분했습니다. 그는 공을 잡자마자 휠체어에 탄 아이를 보았고, 그가 스스로 계단을 내려와 공을 받을 수 없는 것을 보고, 공을 주는 게 옳은 일이라는 것을 마음으로부터 알았습니다."
관중석으로 파울볼이 떨어질 때면 많은 사람이 그것을 잡기 위해서 움직인다. 아이든, 어른이든 의자 밑으로 들어가거나 계단을 구르고 있는 공을 향해 뛴다. 주운 사람이 주인이 되는 야구장만의 문화다. 공을 잡은 조비안은 실로 기쁜 표정이었다. 생애 첫 파울볼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그 순간에 휠체어에 탄 아이를 보았고 그가 스스로 계단을 내려와 공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그 파울볼은 아이와 가까운 곳에 떨어졌다. 그가 걸을 수 있는 몸이었다면 파울볼 주인은 바뀌었을 것이다. 조비안은 잠시의 고민도 없이 아이에게 다가갔고 자기 파울볼을 건네주었다. 글을 쓴 그의 친구에 따르면 조비안은 그게 옳은 일이라는 것을 마음으로부터 알았다고 한다.
가장 기쁜 순간에 타인을 바라보는 일, 그의 처지에서 그를 사유하는 일 그리고 자신이 가진 것을 흔쾌히 내어주는 일. 그러한 이들 덕분에 우리의 삶은 더 나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 야구도 그깟 공놀이가 아니게 된다. 야구장에서 야구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이름이 들어간 유니폼을 입은 누군가의 선함을 기억하고 찾고자 한 조용호 선수도, 끝내 그를 찾아 시구를 제안한 구단 관계자들도 멋진 일을 했다. 무엇보다도, 조비안에게 감사를 전한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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