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리추얼' 통해 심리적 통제권 가져라

2022. 8. 1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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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위한 멘탈 수업](15)

▶내가 문제여서 직원들이 이직하는 걸까

곧 기업공개를 앞둔 회사에서 사업기획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리더입니다.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회사가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10여년을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회사가 잠시 휘청였지만 이 위기 역시 잘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이제 한 고비를 넘기고 곧 고지가 눈앞에 보이는데 함께 일하던 과장급 팀원 세 명이 동시에 경쟁사로 이직하게 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핵심 인력의 퇴사라 부서 업무 공백은 불 보듯 뻔한 일이지만, 이보다 더 힘든 것은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입니다.

한 부서에서 동시에 세 사람이나 퇴사를 하다 보니 회사에서는 제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커리어를 위한 이직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런저런 말을 듣다 보니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자책이 듭니다.

열심히 일해온 제가 회사와 동료들에게 부정당한 것 같아 매일이 괴롭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역시 퇴사뿐일까요?

▷장은지 대표의 솔루션(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

▶주어진 상황과 자신을 분리해야 한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조직 구성원에게 맹목적인 충성심을 기대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됐습니다. 믿었던 팀원들이 떠나는 것은 리더로서 매우 힘든 경험입니다. 그렇지만 하늘이 무너지듯 비장하게 받아들여야 할 일은 아닙니다. 팀원의 이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리더 개인의 잘못이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됩니다. 사연을 주신 분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이유는 팀원 이직을 본인의 잘못으로 생각하는 탓이 큽니다.

객관적으로 판단해보면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데 왜 그런 판단을 하지 못하는 걸까요. 그것은 스스로 ‘심리적 통제권’을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정 상황만 되면 평정심을 잃고 멘탈이 흔들리는 것이죠.

어떻게 해야 심리적 통제권을 갖게 될까요? 먼저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과잉반응을 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과잉반응을 하고 멘탈 붕괴가 온다면 바로 그 상황에 자신의 심리적 패턴에 대한 비밀이 감춰져 있을 겁니다. 그 상황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내면의 프레임, 즉 관점을 확인해보면 쉽게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사연자분의 경우에는 누군가 자신을 떠나는 것을 ‘거절’로 받아들이는 프레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심리적 통제권을 갖는다는 것은 프레임에 생각과 감정을 지배당함으로써 비슷한 심리적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프레임이 부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막고 심리적 통제권을 가지려면 먼저 ‘상황과 반응을 분리하는 연습’부터 해야 합니다.

만일 자신의 반응 패턴을 인지하지 못해 비슷한 문제 상황이 반복된다면 일단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단절’도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가령 산책이나 운동과 같이 상황을 잠시 잊어버리고 비장한 감정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신만의 ‘리추얼(매일 의식처럼 반복되는 행위)’을 적용해보는 것입니다.

인간의 뇌는 단절의 순간에도 무의식 속에서 그 문제를 계속 처리한다고 합니다. 자신만의 리추얼을 통해 잠시 벗어났다 다시 문제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훨씬 더 창의적이고 홀가분하게 문제 해결에 임할 수 있는 심리적 상태를 갖게 됩니다.

어떤 난관이나 정체에 부딪혔을 때 내면의 프레임에 휘둘리지 않는 힘, 즉 심리적 통제권을 갖고 관조하는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리더만이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윤대현 교수의 솔루션(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마음에도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과거에 비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 이직하는 것이 그렇게 특이한 일이 아닌 세상이 됐습니다. 팀원의 새로운 도전을 진심으로 기뻐하기는 어렵더라도 그런 도전을 자신에 대한 거절이나 배신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리더가 흔히 부딪히는 문제 중 하나가 ‘관계’의 문제입니다. 사연자분 문제도 크게 보면 같은 범주에 속합니다. 이런 관계 문제에서 해결의 실마리는 대개 ‘관점의 전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특정 대상에 대한 스테레오타입, 고정관념 때문에 왜곡된 감정적 반응을 했다는 것을 인식하면 그때부터 관점 전환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어떤 관계에서 한번 고정관념이 형성되면 이것을 인식하거나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늘 적정한 마음의 속도와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인이나 부부 중에는 늘 똑같은 문제로 싸우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상대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어 늘 똑같은 문제로 싸운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서로 떨어져 지내면서 각자 냉정하게 생각해볼 시간을 갖자고 말하고는 합니다.

물리적 거리를 두면 마음에도 공간이 생길 수 있으므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습니다. 더 좋은 방법은 문제가 생기기 전에 마음의 속도와 거리를 유지하는 겁니다. 너무 간절하게 무언가를 바라거나 집착할 때 심리적 유연성을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마음의 속도도 마라톤처럼 강약 조절이 필요합니다. 속도 조절에 실패하면 예상치 못한 충격 앞에서 내적인 에너지를 소진하고 방향성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사연자분도 평소 팀원들과의 관계에서 적정한 마음의 속도와 거리를 유지했더라면 문제가 생겼을 때 훨씬 더 유연하게 대처해서 심리적 타격도 줄일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팀원과의 관계를 돌아보며 스스로 마음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격렬한 감정 반응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세요. 어떤 스테레오타입을 갖고 있지는 않았는지, 지나치게 신뢰하거나 의존하면서 마음의 거리를 유지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곰곰이 되돌아보십시오.

필요하다면 팀원들과 함께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자리에서 나온 어떤 한마디가 자신의 관점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아주 커다란 논에 물을 댈 때 농부는 아주 작은 물꼬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내적 프레임으로 문제 상황에 직면한 리더 역시 그렇게 작은 물꼬를 트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고민에 빠진 리더분들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패배감에 휩싸인 스타트업 CEO, 한 번의 성공 이후 슬럼프에 빠진 리더, 피드백이 통하지 않는 저성과자 팀원과 일하는 팀장, 내향적인 성향 때문에 리더십에 어려움을 겪는 임원 등 어떤 내용도 괜찮습니다. 구체적인 사연과 고민을 ryuna@mk.co.kr로 보내주시면 맞춤 솔루션을 제시해드립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2호 (2022.08.17~2022.08.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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