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속 셧아웃패' 페퍼저축은행, 변한 게 없다

양형석 2022. 8. 1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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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창단 후 첫 컵대회에서 3연속 0-3 패배로 조별리그 탈락한 막내구단

[양형석 기자]

현대건설이 페퍼저축은행을 꺾고 B조2위로 4강행 티켓을 따냈다.

강성형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18일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2022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페퍼저축은행과의 B조 마지막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2,25-14,25-14)으로 완승을 거뒀다. 3연승의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 이어 B조2위로 준결승에 진출한 현대건설은 19일 A조1위를 차지한 GS칼텍스 KIXX와 결승행을 놓고 준결승에서 격돌한다.

현대건설은 간판스타 양효진이 블로킹 4개를 포함해 52.17%의 공격성공률로 17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했고 아웃사이드 히터로 변신한 정시영이 14득점, 맏언니 황연주가 11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한편 창단 후 처음으로 컵대회에 출전했던 페퍼저축은행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승리는커녕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는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면서 여전히 기존 구단들과의 격차를 실감했다.

3승28패로 돌풍 일으키지 못한 막내들
 
 페퍼저축은행 이적 후 미들블로커로 변신했던 하혜진은 컵대회에서 오랜만에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했다.
ⓒ 한국배구연맹
 
작년 4월 창단을 확정하고 베테랑 김형실 감독을 영입한 페퍼저축은행은 외국인 선수와 신생 구단 특별지명선수, FA 및 실업팀 선수 보강, 신인 드래프트 등을 통해 착실하게 선수단의 구색을 갖춰 나갔다. 비록 선수단이 부족해 작년 컵대회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창단 전부터 고등학교 및 프로팀과의 연습경기를 통해 전력을 다졌고 9월 30일 창단식을 열며 V리그 여자부의 7번째 구단이 탄생했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페퍼저축은행의 초대사령탑 김형실 감독은 2021-2022 시즌을 앞두고 시즌 5승이 목표라고 밝혔다. 물론 페퍼저축은행은 경험이 부족하지만 전체 1순위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KGC인삼공사)가 있고 젊은 선수들이 패기로 언니들과 상대한다면 36경기에서 5승 정도 따내는 것은 크게 어려운 목표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신생구단에게 만만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지난 시즌 V리그는 시즌 막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2019-2020 시즌에 이어 또 다시 시즌이 조기종료됐다. 페퍼저축은행은 31경기를 치르는 동안 3승28패로 승점 11점을 따냈다. 물론 시즌이 끝까지 진행됐다면 페퍼저축은행이 남은 5경기에서 2승을 추가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1할이 채 되지 않았던 승률(.097)에서 보듯 지난 시즌 페퍼저축은행이 기존구단을 긴장시킬 만큼 위협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득점(2100점)과 디그(세트당 17.70개), 블로킹(세트당 1.58개) 부문에서 7개 구단 중 최하위를 기록하며 공격과 수비, 높이에서 모두 약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큰 기대를 걸었던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은 여러 잔부상에 시달리며 시즌을 완주한 6명의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적은 598득점(6위)에 머물렀다. 토종 에이스로 활약한 이한비 역시 국내선수 중 득점 10위(262점,전체16위)에 그쳤다.

주전세터 부재 역시 지난 시즌 페퍼저축은행의 큰 약점이었다. 김형실 감독은 신인 드래프트 직후 전체 1순위로 선발한 박사랑 세터를 주전세터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박사랑은 시즌 개막 전 전국체전에 참가했다가 발목을 다치며 11경기 출전에 그쳤다. 28경기에 출전한 이현 세터가 실질적인 주전 역할을 했지만 풀타임 주전 경험이 없는 2001년생 신예 이현 세터가 갑자기 팀을 강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서브리시브 흔들리며 3연속 0-3 패배
 
 FA로 영입한 이고은 세터는 컵대회에서 기존 선수들과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지 못했다.
ⓒ 한국배구연맹
 
창단 후 첫 시즌을 치르며 많은 과제를 안은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FA시장에서 3년 총액 9억9000만원을 투자해 이고은 세터를 영입했다. 이고은 세터는 도로공사와 GS칼텍스를 오가며 나이(만27세)에 비해 프로 무대에서 비교적 풍부한 경험을 가진 세터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로 구성된 페퍼저축은행이 이고은 세터를 통해 조직력을 키우며 전력을 단단히 다지겠다는 뜻이 엿보이는 영입이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신생구단 특별지명선수로 영입했던 미들블로커 최민지가 이른 나이에 선수생활을 마감했지만 GS칼텍스에서 방출된 김혜빈을 영입하면서 팀의 약점으로 꼽히던 리베로 포지션을 보강했다. 비록 1순위로 지명했던 외국인 선수 니아 리드와 대표팀에 선발된 이한비는 출전할 수 없지만 페퍼저축은행은 창단 첫 컵대회를 통해 배구팬들에게 '달라진 막내'의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이번 컵대회에서도 여전히 최약체의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도로공사와 현대건설,KGC인삼공사와 B조에 포함된 페퍼저축은행은 3경기에서 승리는커녕 단 한 세트도 가져오지 못하고 3연속 셧아웃 패배로 대회 일정을 마감했다. 득점은 한 경기를 덜 치른 A조의 IBK기업은행 알토스보다 단 6점이 많았고 공격성공률(29.86%)과 리시브효율(19.10%), 디그(세트당 16.44개) 부문에서는 최하위에 머물렀다.

김형실 감독은 새로 영입한 이고은 세터를 주전으로 활용하고 대표팀에 추가로 선발됐지만 컵대회 출전이 허락된 하혜진을 아포짓 스파이커로 내세웠다. 실제로 하혜진은 3경기에서 32득점을 기록하며 아웃사이드 히터 박경현과 함께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서브리시브가 크게 흔들린 페퍼저축은행은 아직 이고은 세터의 빠른 토스를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완성된 조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시즌 5승을 목표로 삼았던 페퍼저축은행의 김형실 감독은 다가올 2022-2023 시즌의 목표를 10승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컵대회에서 페퍼저축은행이 보여준 전력으로는 외국인 선수 니아 리드가 리그를 지배하는 'MVP급' 활약을 해주지 않는 한 V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긴 쉽지 않아 보인다.

컵대회를 통해 또 다시 많은 숙제를 발견한 페퍼저축은행이 V리그 개막까지 남은 두 달의 시간을 더욱 알차게 보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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