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전쟁이 매우 뜨겁다_돈쓸신잡 #60
벌써 12년 전 이야기다. 2010년 겨울, 뜨거운 논쟁이 한반도를 뒤덮었다. 논쟁의 주인공은 5000원짜리 치킨이었다. 이 치킨의 이름은 '통큰치킨'. 한 대형마트에서 기존 치킨값 절반 수준인 통큰치킨을 출시했고, 곧바로 대란이 일어났다. 통큰치킨을 먹기 위해 많은 사람이 마트에 몰려들었다. 당시 나 역시 이 치킨이 궁금해서 마트에 갔지만, 이미 품절이라서 아쉽게 돌아서야만 했다. 하지만 이런 인기에도 통큰치킨 시대는 7일 천하로 끝났다.
기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똘똘 뭉쳐 통큰치킨을 공격했다. 골목 상권을 해치는 대기업의 횡포라며 여론전을 펼쳤다. 정치권까지 가세해 통큰치킨을 판매하는 대형마트를 저격했다. 통큰치킨에 환호하던 국민 여론 역시 조금씩 변화했다. 아무리 치킨을 저렴하게 판다고 하더라도 골목 상권까지 해치는 건 대기업이 할 일이 아니라며 비판하는 사람이 늘었다. 결국 통큰치킨은 일주일 만에 판매가 중단됐다.
이젠 기존 치킨 업계를 옹호하는 목소리는 매우 미약하다. 반대로 당당치킨을 응원하는 목소리는 심상치 않을 정도로 크다. 국민 여론을 감안하면 대형마트 치킨은 단순히 '가성비 상품'을 넘어서 일종의 정의에 가깝다. 심지어 기존의 치킨을 불매하자는 'NO 치킨' 짤방까지 돌아다닐 정도다.
소비자에겐 이런 의문이 든다. "대형마트에선 6990원에 파는 치킨을 도대체 왜 2만 원 넘는 가격에 파는 것인가?" 물론 프랜차이즈 업계 역시 할 말은 많을 것이다. 대형마트 치킨과 비교하면 튀김옷에 들어가는 재료도 다양하고, 인건비나 재료값이 올라서 가맹점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역시 급등했기 때문에 치킨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객에게 그런 상황을 일일이 다 헤아려달라고 설득하기엔 역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전쟁처럼 보이는 치킨 대란 역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이중 시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2~3만 원을 지불하고 치킨을 먹을 사람을 계속 먹을 테고, 이 가격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사람들을 위한 시장 역시 계속 성장할 것이다.
당당치킨에게 위기의식을 느낀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과연 소비자 눈치를 보며 가격을 내릴까? 아니다. 오히려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의 힘은 막강하다. 통큰치킨의 가격은 5000원이었다. 12년 만에 다시 등장한 가성비 치킨의 가격은 6990원이다. 반값 치킨의 가격마저 그사이에 50%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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