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최초 주4일제, 병원노동자 과로 해소될까

한성주 입력 2022. 8. 1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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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은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과 2022년도 임금협약을 체결하면서 ‘주 4일제 시범운영 실시’에 합의했다.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

세브란스병원이 국내 대학병원 가운데 처음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하는 실험에 나선다.

구체적인 운영안을 확정해 이르면 올해 12월 본격적인 시범운영을 시작한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근무시간 감소에 따른 임금 조정, 인력 충원, 적용 대상 선정 등 노사가 협력해 돌파해야 하는 과제가 적지 않다. 

세브란스병원은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과 2022년도 임금협약을 체결하면서 ‘주 4일제 시범운영 실시’에 합의했다. 시범사업은 병원 근로자 가운데 과로, 이직, 퇴사 문제가 가장 심각한 간호직을 대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간호사 중에서도 외래를 제외하고 병동 근무자에 한정된다. 아직 확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2개 병동, 강남 세브란스병원은 1개 병동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 

시범사업 기간은 1년으로 잡았다. 한 병동에서 동시에 5명 내외의 인원이 주 4일 근무한다. 일손이 줄어들지 않도록 병동마다 1.5명의 추가 인력도 투입한다. 근무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임금 감소가 불가피한데, 노사는 우선 ‘총액 대비 10% 내외’라는 유연한 기준만 합의하고 세부적 협의를 뒤로 미뤄놓은 상태다.

시범운영 결과 긍정적 효과가 확인되면, 향후 다른 직무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특히 노조 측은 임금 조정 없는 전 부서 전 직원 주 4일제 시행을 궁극적 목표로 상정했다. 연구기관 및 전문가들과 함께 시범사업에 대한 연구조사를 진행해 근로자의 육체·정신 건강, 직무 만족도, 조직문화 개선, 이직·퇴사 감소, 근무 질 향상 등 긍정적 효과를 나타내는 지표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파격적인 시도에 따르는 우려도 많다. 우선, 현실적으로 간호사들이 주 4일만 일하는 것이 가능할지 문제다. 현재 간호사들은 주 5일을 꽉 채워 근무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황에 따라 주 6일을 꼬박 일하는 경우도 있다. 높은 노동 강도와 부족한 인력이 고질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김은희 노조 사무처장은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주 4일 근무를 한 전례가 없다보니 근로자들과 노조도 고민이 많다”며 “무사히 운영하기 위해서는 인원 충원이 가장 중요한데, 노사간 긴밀한 협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금 감소의 폭이 크다면, 근로자들이 참여를 원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임금 조정을 최소화하는 것도 제도 안착에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직종간 갈등 없이 제도의 추진력을 유지하는 것도 관건이다.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선발대가 됐지만, 외래 근무 간호사도 업무의 강도가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다. 특히 가정에서 육아를 주로 맡는 간호사들은 주 4일제에 대한 수요가 높다. 간호사 이외의 다른 직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 역시 일·가정 양립을 위한 주 4일제를 필요로 한다.

김 사무처장은 “간호사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고 모두가 간호사를 응원하지만, 유리한 근무 제도가 다른 직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면 타 직무에서 불만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외부 전문가들과 연구조사를 진행해 주 4일제의 효과를 입증해 향후 확대 시행하기 위한 근거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근로자들은 주 4일제 혜택의 사각지대에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브란스병원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에 적을 둔 노조가 각각 조직되어 있다. 한노총은 간호사를 포함해 다양한 직무의 조합원들로 구성됐다. 민노총은 주로 하청업체 소속으로 세브란스병원에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들 중심으로 구성됐다. 주 4일제가 포함된 임금협약을 체결한 곳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노조다.

이혜정 민노총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조직부장은 “주 4일제와 같은 제도가 정규직이 아닌 하청업체 소속 청소노동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모두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근로자인 만큼, 원청 소속이든 하청 소속이든 동일하게 근로조건을 개선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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