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안의 시선] 김건희 여사와 미셸 오바마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과 윤석열 정부 100일을 비교해보면 퍼스트레이디의 존재감 차이가 단연 두드러진다. 5년 전 100일 행사에서 김정숙 여사는 주인공이었다. "제가 항상 그래요. 초심을 잃지 말라고. 국민의 평가가 좋아서 (대통령이) 좀 느슨해지지 않을까…"라는 말에 청중의 폭소가 터졌다. 김 여사가 “당신(대통령)을 지키고 나 자신도 지키겠다”고 말하는 대목에선 굉장한 자신감이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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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대통령 부인도 보좌 필요
근래 미국에서 퍼스트레이디 활동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인물로 미셸 오바마를 꼽는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저들이 저급하게 해도 우린 품위 있게 갑시다.) 2016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미셸 오바마는 근사한 캐치프레이즈를 세계에 각인시켰다. 그는 아동비만 퇴치 운동에 정성을 쏟았지만, 정치 연설에서도 발군이었다. 하버드대 법학 박사 출신 변호사에 시카고대학교 병원 부원장을 지낸 그에게 대통령 부인 역할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을 듯싶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저서 『비커밍(Becoming)』엔 대선 과정서 입은 상처가 곳곳에 보인다.
설화(舌禍)는 기본이다. 40분 분량의 지원 연설 가운데 "저는 어른이 된 뒤 처음으로 내 나라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라는 10초를 악의적으로 편집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늘 미국을 미워했다. 저게 그의 본색이다. 나머지는 다 쇼다’라는 공격에 몰릴 땐 초등학교 1학년 시절 급식 줄에서 남자아이에게 느닷없이 주먹으로 얻어맞아 아랫입술이 부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고 했다. 논문도 시비에 휩싸였다. 언론에선 인종 관련 내용을 파고들었고 작문 실력과 단어 구사 능력을 폄훼했다. 사기가 꺾인 그는 ‘내 일과 정체성까지 포기했는데, 인제 와서 나더러 골칫덩어리라고?’라는 자책에 빠졌다고 한다.
세간 시선 피해 공개활동 줄인다?
지금 김건희 여사의 심경은 이보다 훨씬 복잡할 것이다. 그를 보좌할 제 2부속실은 폐지됐다. 그의 행동반경은 주시 대상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 여사는 굳이 독자적인 활동에 나서지 말고 대통령과 함께 행사에 참석하고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정도면 된다"며 "제2 부속실을 만들면 권력이 집중돼 더 큰 문제가 터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당장 2년도 안 남은 총선을 걱정하는 의원들로선 지지율 악재를 피하고 싶을 게다. 그러나 사회활동을 해온 김 여사가 5년 동안 숨죽이고 있으리라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제대로 된 보좌를 받지 않고 음성적으로 활동할 경우 오히려 사고 가능성은 커진다. 지난 100일동안 벌써 여러 행동이 구설에 올랐다.그러니 미셸 오바마의 경우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내가 이걸 꼭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포기하려던 미셸 오바마에게 자신감을 찾아준 건, 남편이 아니라 실력으로 무장한 전문가였다. 힘겨워하는 그에게 캠프에선 참모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버락 오바마가 연방상원의원 때 함께 일한 크리스틴 자비스와 정치에 밝은 홍보 전문가 스테퍼니 커터를 전담으로 투입했다. 연설문은 세라 허위츠가 맡았다. 그제야 "뒤를 봐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용기가 나서 다시 내 본능대로 행동할 수 있었다"고 기록했다. 대통령뿐 아니라 퍼스트레이디에게도 전문가의 조력은 필수였다.
전문 참모진 함께 소외 계층 돕길
대통령 주변 인물의 비리 등을 감시하는 특별감찰관과 달리 제 2부속실은 지원이 주 업무다. 정무ㆍ전략ㆍ기획ㆍ정책ㆍ홍보의 측면을 두루 살핀다. 전문적 도움을 받으면 대통령 부인은 소외 계층 돕기 같은 활동을 할 수도 있다. 마이너스(-)를 조금씩 벌충할지도 모를 일 아닌가.
강주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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