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영업자 빚 탕감, 도덕적 해이 최소화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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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출발기금, 채무조정 대상과 감면 수준 검토
성실 채무자와의 형평성 감안해 균형점 찾길
정부가 금융권을 대상으로 어제 ‘새출발기금’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3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채무조정을 해주는 배드뱅크 역할을 한다. 연체 90일 미만의 부실 징후 차주에겐 선제적으로 이자를 줄여주고, 연체 90일 이상 부실 차주에게는 대출 원금의 60~90%를 감면해 준다. 원리금을 착실하게 상환해 온 성실 채무자를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는 오해의 소산이라고 해명했다. 새출발기금은 기존 채무조정 시스템과 큰 차이가 없고 재정이 일부 투입된 만큼 약간 유리하게 설계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새출발기금의 대출금 감면은 90일 이상 장기연체자의 신용 채무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소득·재산이 충분히 있는 차주는 원금을 감면받을 수 없다. 담보 채무는 연체 90일이 넘어도 원금 감면이 없다. 원금을 감면받기 위해 일부러 빚을 갚지 않을 우려도 크지 않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상환 능력이 있는데도 원금 감면을 위해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등록되면 신규 대출이나 신용카드 이용 등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는 등 7년간 정상 금융거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었는지 정부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연체 90일 이전으로 정상 금융거래가 가능한 이에겐 자력으로 원금과 적정 수준의 이자를 갚아 나가도록 이자를 줄여주고 만기를 연장하며, 연체 90일 넘는 이들은 자력으로 갚지 못하는 원리금을 감면해 주는 게 채무조정의 기본이다.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부른 건 기존 신용회복 프로그램이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아서다. 채무불이행자의 30%만 채무조정을 이용하고 신청 당시 이들의 평균 연체기간이 42개월이라고 한다. 신용회복도 골든타임이 있는데, 채무조정을 못 하는 이들이 열 명 중 일곱이고, 나머지도 곪을 대로 곪고 나서야 채무조정의 문을 두드린다. 정부가 사회 최약층인 이들에게 아직 비상구가 남아 있음을 제대로 알렸다면 지금과 같은 도덕적 해이 논란은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다.
은행도 자영업자 빚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은 올 상반기에만 9조원의 순이익을 냈다. 은행이 잘해서가 아니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와 고금리 덕을 톡톡히 봤다. 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데도 금융노조는 임금 6.1% 인상과 주 35시간 근무를 요구하며 파업을 거론한다. 누가 공감하겠나.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 대상이 되는 차주의 범위와 인하되는 조정금리 수준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에서 정부가 합리적으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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